제4회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간 가랑이가 찢어진다 4

입력 2017-07-28 11:54 수정 2017-09-25 10:41
허기지긴 모두 마찬가지였다.

뱁새 질문에 답하느라 젓가락을 들고만 있던 황새도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샤브샤브 냄비를 드나드는 국자도 바쁘다.

(국자는 누가 들고 있을까? 정답은? 모르겠다면 전편을 건성으로 본 것이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고깃점과 야채들이 사라진다.

 

오늘 라운드 때는 동반자 모두가 평소보다 많이 걸었다.

홀과 홀 사이를 이동할 때만 카트를 탔을 뿐 대부분 두 다리에 의존했다.

뱁새보다 나이가 더 많은 다른 동반자들도 그랬다.

‘그린 위를 걸으며 필드의 지독한 푸르름을 깊게 들이쉬려고?’라고 앞서서 생각하기 쉽겠지만

어디까지나 황새가 걷기 시작하니 그냥 따라 걸은 것이다.

(헉헉. 아이고 힘들어)

 

황새는 ‘평소에도 라운드 때 걷는다’고 했다.

이유는 뭘까?

 

1.로스트 볼을 줍기 위해서
2.동반자들과 카트를 타면 쓸 데 없는 말을 많이 해서 방해가 되니까
3.평소에 운동을 하기 위해서
4.카트를 안 타면 카트비를 할인해 주니까

 

정답은?

 

황새에게 차마 답을 물어보지 못한다.

2번이라고 대답할까봐. 흑흑.

 

한 때는 잘 뛰었으나 어느새 게을러져서 최근에 아랫배가 약간(?) 나온 뱁새도 ‘앞으로는 황새를 따라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약간 나왔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본인 주장이고 주위에서는 평가가 크게 다르다)

 

동반자 한 명이 언제 시켰는지 맥주와 사이다를 섞어 이름도 유명한 ‘맥사’를 만들어 앞앞이 놓는다.

(맥사를 모른다면 진정한 골퍼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그다)

‘막간을 이용해 건배 하시죠’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허기를 어느 정도 다스린 자의 여유가 느껴진다.

 

그런데

‘크으’ 소리를 내며 컵을 시원하게 비운 동반자 두 사람과 반쯤 들이킨 뱁새와 달리 황새는 혀끝에만 대고 잔을 내려놓는다.

 

동반자 한 명이 황새에게 묻는다

“최 프로님은 술은 안 드시나 봐요?’라고

 

최 프로 아니 황새가 답한다.

‘술도 못 배웠고 탄산음료도 안 마십니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반주 한 잔이 생활이 된 동반자 두 사람과

술은 잘 안 마시지만 콜라라면 혼자서 한 병을 뚝딱할 사이에 해치우는 탄산음료 중독자 뱁새의 눈이 동시에 약간씩 커진다.

(뱁새도 명색이 프로라고 술을 안 마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술만 안 마실 뿐)

 

황새는 말을 이어간다.

‘골프에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술도 탄산음료도 안 마신다’고.

술은 물론이고 탄산도 탈수를 일으키고 근육이 풀어지게 만들어서 운동 선수에게는 해롭다고 해설까지 단다.

(잔인한 황새같으니라고. TT)

뱁새가 머쓱해 하며 맥주 거품이 가운데 쯤까지 내려간 자기 잔을 내려다 본다.

과연 뱁새는 콜라를 끊을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뱁새와 황새는 키와 몸무게는 비슷한데도 체격은 차이 나 보인다.

황새쪽이 훨씬 단단해 보하다.

뱁새쪽은 어째 좀 퍼진 느낌?

(목욕탕에서 깨 벗고 비교한 결과는 아니니 편견이며 자신도 나름대로 봐줄 만하다는 게 뱁새쪽 주장이긴 하다)

 

뱁새는

‘역시 남다른 장타를 치는 사람은 생활도 뭔가 남다르게 하는구나’라고 다시 느낀다.

 

식사를 끝내고 100원짜리(자판기 옆에 동전이 쌓여 있다)를 넣으면 나오는 커피를 한 잔씩 빼 들고 식당 밖으로 나온다.

봄과 여름이 바뀌는 절기의 한 낮.

나른함이 몸을 휘감는다.

뱁새는 ‘이렇게 가슴 저리도록 푸른 날에 한 바퀴 더 돌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또 얻어 터질 거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머리를 도리질 한다.

 

커피를 들고 황새 옆에 둘러섰는데 여전히 장타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다.

 

그러나 솔깃해 하면 어김 없이 한 회가 끝난다.

(뱁새 아니 김용준 프로의 우려 먹기 전략은 일본 만화 작가에게서 배운 것이 틀림 없다)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최천호 KPGA 투어 프로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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