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는 강남에 다 있다?

입력 2012-07-31 00:00 수정 2012-07-31 14:14


'예쁜 여자'를 말한다 ④ "예쁜 여자는 강남에 다 있다?"

서울 강남 주변에 즐비한 유흥‧퇴폐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이른바 ‘업소녀’들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했을 때 현실에 근접하게 상상해낼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은 얼마쯤일까?

<20세기 소년>을 그린 일본의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浦澤直樹)가 흔히 묘사하는 것처럼 뽀글대는 파마머리에 굵은 입술, 코 근처에 까만 점이 찍혀있는 얼굴을 생각했다면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다. 그런 ‘업소필(feel)’ 마스크는 강남의 고급 업소에서 하루도 버틸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반인필’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아가씨들이 더 대접을 받는다. '왜 저런 사람이 이런 곳에서 일을 할까' 싶을 정도의 청순하고 섬세한 느낌의 업소녀일수록 에이스로 군림할 수 있다.

일로 만났지만 진심으로 나와 교감을 나누려 애쓰는 그녀의 모습에 손님인 나의 마음도 조금쯤 흔들렸을지 모른다. 다른 손님들에게도 이렇게 대할까?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주 중에 다시 한 번 들러야겠다고 다짐한다. 좀 더 어필하기 위해서라면 마누라 몰래 선물이라도 하나 사서 들고 가는 편이 좋겠지.

이 시점에서 조금 심화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그 아가씨는 어떻게 해서 손님으로 하여금 이토록 ‘일반인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었을까? 성형기술의 발달? 그럴지도 모른다. 철저한 연기와 내숭?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문제의 정답을 맞히기 위해서는 좀 더 적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편이 오히려 좋다….

그렇다. 그녀들은 진짜 일반인이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매매가 사라지지 않았으며 다만 음성화될 뿐임을 걱정한다. 그 부작용으로 업소 여성들은 더욱 열악한 처지에서 철저한 약자가 되어 비참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까지가 일반론이라면 그 다음은 뭘까.

물이 담긴 유리잔으로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아래로 추락하는 잉크 한 방울은 기다란 흔적을 남기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유리잔을 자신의 빛깔로 물들여버린다. 음성화된 성매매는 잉크 한 방울과 같다. 조금씩 분위기를 바꿔 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한국 유흥문화의 중요한 일부를 바꿔버렸다.

음성화된 성매매는 한국의 외모지상주의와 적극적으로 결부, 그 시장의 크기를 엄청나게 커다랗게 만드는가 싶더니 결국은 일반인 공급자들을 포섭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유흥이 '알바'로 거듭난 것이다.

퇴폐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봉고차를 끌고 다니는 치한들에게 잘못 걸려 그 바닥에 끌려 들어간 것이리라 짐작하는 당신은 지나치게 순진하다. 그녀들이 엄청난 빚더미 위에서 그것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 노력하는 불쌍한 사람들일 거라고 짐작하는 당신은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다.

과반수의 여성들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온다. 빚 같은 건 없고 그저 방학을 맞아 쉽게 돈을 벌고 싶을 뿐이며, 목표랍시고 갖고 있는 꿈들은 대부분 성형수술이다.

반드시 성관계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은 그녀들의 감정에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준다. 성관계 없이도 그녀들이 팔 수 있는 것들의 종류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책 한 권이 완성될 만큼 선택의 자유는 충만해졌다. 시장이 워낙 커져 업계의 파이가 충분히 크고 두꺼워졌기 때문이다.

행위가 없었으니 몸을 파는 건 아니고, 몸을 파는 게 아니니까 잘못된 건 없다는 식의 자기 합리화 논리가 애초에 불법조차 아니었던 키스방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종류의 퇴폐업소에 뿌리박혀 있다.

세금 한 푼 떼지 않고 그 날 그 날 현금으로 칼같이 정산해서 지급받는데 누군들 이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하루를 견딜 수 있었다면 그 이후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개학과 함께 ‘은퇴’했던 거의 모든 아가씨들이 다음 방학이 되면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복귀’하고, 그렇게 한 사람의 훌륭한 일반인필 업소녀가 완성되어간다.

오늘도 강남 등지에는 줄잡아 수 천 명의 남녀들이 좁은 방 안에서 시간의 끝을 잡고 인간이 사고 팔 수 있는 것들의 종류를 착실히 늘리고 있다. 당신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이 정도 기세로, 우리는 예쁜 여자를 원하고 있다. (계속)


 
1983년에 출생한 자칭 “서른 살의 자유주의자”.
'유니크', '연애의 뒷면' 등 두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
'미래한국', 'StoryK'를 포함한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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