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엠블렘과 브랜드

입력 2017-07-17 14:16 수정 2017-07-18 10:10

한때 쓰였던 오피러스, 알페온, 에쿠스의 엠블렘



엠블렘은 이름 자체도 중요하지만 글씨체도 중요하다



한 대의 자동차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부품은 사실상 없다. 아무리 작은 부품이라도 제대로 조립되거나 맞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 붙어있다면, 언젠가는 고장을 일으키거나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동차의 수 많은 부품들은 기능적으로 서로 얽혀져 있기에 중요하지 않은 부품은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렇지만 그 수많은 부품들 중에 정말로 물리적인 기능, 즉 무언가 작동을 해서 기능을 완수하는 개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브랜드나 차량의 평판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품이 바로 엠블렘(emblem; 휘장〔徽章〕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이다.

 

제네시스 엠블렘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바뀐 것이 네 종류 정도 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상품성에서 엠블렘이 가지는 역할은 단순한 장식품의 그것 이상이다. 엠블렘은 차량 외관의 구조와 형태를 통해 인식되는 이미지를 뛰어넘어서, 보다 많은 추상적인 내용들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엠블렘이 그 차량을 제작한 메이커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냄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그 브랜드나 제품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종의 얼굴이나 문패인 셈이다.

자동차 메이커들 중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인지되었거나, 긴 역사를 가진 브랜드는 대체로 전형적인 엠블렘이 존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브랜드, 또는 이제까지보다도 향상된 이미지를 통해 고급화를 지향하는 브랜드들은 보다 특징적인 엠블렘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자동차업계를 본다면 대체로 이런 경우는 새로운 소비자나 시장을 겨냥한 고급승용차 브랜드이거나, 판매 경로의 확대를 위한 브랜드 다양화 전략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브랜드들이다.

 

브랜드의 네이밍은 마케팅 전략의 일부이기도 하다



 

스팅어에는 새로운 엠블렘이 쓰이기 시작한다



한편으로 신흥 브랜드의 엠블럼은 공통적으로 자사의 아이덴티티를 자사의 회사 명칭을 이용해서 만들어진다. 기업 브랜드뿐 아니라, 새로운 차종의 이름이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만들어지는 별도의 엠블렘도 있는데, 이들 엠블렘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추상적인 형태나 대표 문자를 인상적으로 디자인하고 그 외곽을 원이나 대칭적 이미지의 타원으로 마감하여 차체에 어울릴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서양의 브랜드들은 방패(防牌; sheild) 형태를 외곽 형상으로 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스팅어의 새 엠블렘은 알파벳 ‘E’를 연상시키지만
후륜구동방식의 구조를 추상적으로 나타냈다고 한다



한편 엠블렘의 재료는 금속이나 합성수지를 이용하여 입체적인 형태로 제작되지만, 표면의 가공과 처리, 입체적 형상과 구조에 따라 많은 변수가 생겨나게 된다. 과거에는 자동차용 엠블렘은 대부분 금속으로 제작해 도금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었으나, 현재에는 차량 경량화의 요구와 원가 등의 요인에 따라 가벼우면서도 도금이 가능한 합성수지로써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수지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차체 디자인의 유선형 화에 따라 엠블렘이 장착될 차체면이 곡면화됨에 따라, 연질 재료로써 우레탄 비닐(Urethane Vinyl)과 같은 재료가 사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UV는 부착 면의 형상적 제한이 거의 없으며, 크롬도금의 질감은 물론이고, 다양한 색채와 투명한 질감까지도 표현이 가능하므로 다양한 디자인으로 적용되고 있다.

대체로 자동차의 엠블렘은 입체감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얼마간 튀어나오도록 부조(浮彫)의 기법으로 조각을 하거나, 수직이나 수평방향의 곡률을 첨가시켜서 광선의 각도나 풍경의 변화에 따라 빛을 반사시켜 다채로운 인상과 볼륨을 가지도록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또는 문자 표면에 다이아몬드 커팅(diamond cutting) 기법을 응용한 형태처리로 광선을 여러 각도로 산란시켜 화려한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보행자와의 충돌안전성을 고려해서 투명한 재질로 전체를 덮으면서 표면은 가능한한 매끈하게 마무리하게 된다. 이런 맥락으로 본다면 엠블렘은 사람의 귀금속 장신구와도 같다. 즉 미세한 아이템이지만 전체 패션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귀금속 장신구와도 같은 역할이라고 해도 될 듯 하다.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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