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를 말한다 ② "조선민주주의 연예인공화국"

입력 2012-07-17 00:00 수정 2012-07-16 14:14


조선민주주의 연예인공화국

한예슬이 드라마 출연 펑크 내면 나라가 망하기라도 하는 건가? 강호동이 은퇴하면 한국의 예능이 멸망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연예인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한국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 이 나라를 ‘연예인 공화국’이라고 불러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단지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예인들은 이 사회의 중심에 섰다.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 되고, 드라마의 줄거리가 실제 사건인양 심각한 논조로 보도된다. 실시간 검색어 10위권에는 너무나도 당연히 연예인 누군가의 이름이 올라 있고, 국회의원 아무개는 소녀시대 9명의 이름을 외우는 걸 자랑으로 여기며, 아직 세상이 뭔지도 모르는 새파란 꼬마들은 어떻게든 ‘아이돌 고시’를 통과해서 연예인이 되지 못해 안달인데 더욱 압권은 그 등 뒤에 간절히 기도하는 부모가 있다는 사실이다.

연예인에 대한 추종은 결국 명성(fame)에 대한 욕구의 강렬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이 정도 뜨거운 기세로 연예인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한 사회인지를, 우리가 얼마나 불평등을 ‘좋아하는지를’ 말해준다.

인간은 평등한 존재라고 다들 입으로는 그렇게 말한다. 그러니까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고 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진짜 속셈은 결국 따로 있는 것 아닌가? 남들이 평등한 세상 속에서 고만고만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틈을 타 어떻게든 자기만큼은 그들을 두 발 아래 둘 수 있는 명성을 독차지하고 싶다는 게 결국엔 본심 아닌가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불평등의 결정체인 연예인에 대한 사랑이 이 정도로 일관적이고 열정적이고 맹목적일 수는 없다.

그러나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직업이 서비스업의 최첨단을 달린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내면의 근간에 있는 바로 그것 ‘욕망’을 파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20년 넘게 최고의 아이돌 자리를 지키고 있는 SMAP의 리더 나카이 마사히로(中居正広)가 말하기를, “우리의 직업은 대중들의 마음을 꿰뚫는 것이다.” 아이돌의 가창력과 연기력을 가지고 토론을 할 필요도 없는 셈이다. 우리의 마음이 움직였는지 아닌지, 중요한 건 그것뿐이니까.

연예인에 열광하는 사회는 곧 욕망에 노골적인 사회다. 그 노골성이 하도 본격적이어서 이제는 그걸로 국가경제를 지탱할지도 모르게 됐으니 인생이란 참 재미있다.

단, 모두가 욕망을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지금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우리의 연애가 점점 더 그 기품을 잃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한 문장을 소개한다.

“요즘 세상에 진짜 연애는 없다.”

(계속)

1983년에 출생한 자칭 “서른 살의 자유주의자”.
'유니크', '연애의 뒷면' 등 두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
'미래한국', 'StoryK'를 포함한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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