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 생각, 계산, 표현.

입력 2017-07-12 10:31 수정 2017-07-12 10:31
생각.

생각과 계산과 표현은 단순할수록 명징(明徵)하고 탈이 없다. 생각이 단순하면 주저하지 않고, 계산이 단순하면 미움을 받지 않으며, 표현이 단순하면 명쾌하다. 자연은 간단하다. 간단한 것은 아름답고 효율적이다. 문명과 두뇌의 기억 용량은 부단히 발전해 왔지만 생각과 판단의 구조는 지금도 ‘없다’(0)와 ‘있다’(1)의 2진법 조합이다. 2진법은 수억의 조화 감정과 인공지능도 흉내 낼 수 없는 미묘한 감각을 창조한다. 두뇌는 선대의 무의식과 자기 기억을 보관하는 창고다. 생각을 만드는 구조가 단순해야 행복하다. 자기가 아닌 무의식과 타인을 자기 의지로 다스리려고 용을 쓰지 마라. 바람에 날리는 먼지 하나도 자기 길과 고집이 있다. 생각이 복잡하면 자기 꾐에 빠지고, 의도를 품고 바꾸려고 하면 저항을 만난다. 앞으로 자기 기억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사이버 자아도 생길 것이다. 불필요하게 상대를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 서로 협조하고 서로가 사는 환경을 만들자.

계산.

계산이 복잡하면 결심이 느려진다. 우유부단보다는 잘 못된 결심이 낫다. 나쁜 결심이라도 일단 결심하면 결심 방향으로 지혜가 모이기 마련이다. 국가 생존 계산은 신중해야 하지만, 개인 이익 차원의 계산은 양심에 맡기면 단순하고 정확하다. 양심은 안이한 불의와 불안한 편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머리에서 양심(가슴)까지는 자기를 버리기 전에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거리다. 대충 무엇을 해보려고 시도하면 양심은 찝찝한 기운을 발동시켜 행동을 막는다. 양심은 하늘 프로그램이기에 욕심으로 포섭하지 못하고 한 눈을 감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양심 없이 욕심을 부리고 남을 지배하려고 하는 것은 2차 방정식으로 4차원 문제를 풀려고 덤비는 격이다. 계산하지 마라. 배를 타고 가면서 바다의 깊이를 재지 말고, 산을 오르면서 발걸음 수를 세지 마라. 자기 뜻을 펴고 자기편을 챙기려면 먼저 상대편부터 배려하고, 멀리 나가고자 하면 기존 의리를 지켜라.

표현.

기계는 단순해야 고장이 적고, 표현은 단순해야 힘이 있다. 여론은 일시적인 힘의 방향이고 문화는 누적된 힘의 방향이다. 힘은 힘이 지향하는 방향을 따르고, 표현은 단순하고 명확한 뜻을 좋아한다. 다수는 전쟁이 없는 상태를 평화로 인식하는데, 교묘한 무리들은 자본주의가 망한 상태를 평화라고 정의하면서도 모순되게 평화를 돈과 혀로 구하려고 한다. 같은 표현에 다른 뜻을 감추는 용어혼란은 질서와 체계를 교란하고, 장소에 따라 말이 달라지는 이중적 태도와 이면(裏面) 의사결정은 극한 대립과 집단 고통을 창조한다. 깊은 공부 없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이상과 현실이 다르면 현실을 선택하라. 말을 하려면 전할 주제를 정하고 간결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훈련을 하자. 양심이 꺼리는 표현을 삼가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표현을 하자.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서로가 유익한 방향으로 계산하며, 세상을 이롭고 아름답게 하는 표현을 하소서!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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