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간 가랑이 찢어진다 1

입력 2017-07-13 09:50 수정 2017-09-25 10:40
나는 뱁새다.

아니

'나도 뱁새다' 라는 말이 더 맞다.

예전에는 내가 황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투어(KPGA 챌린지, 프론티어 투어)에 나가보니 황새는 따로 있었다.

나는 약간 덩치 좋은 뱁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자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가는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이

슬프게 가슴에 와 닿았다.

장타를 원하는 내(아니 우리) 마음이 꼭 속담 속 뱁새 처지여서 그랬다.

성큼 성큼 걸어가는 황새 뒤를 최대한 보폭을 벌려서(그래봤자 여전히 종종 걸음으로)

따라가는 뱁새 모습을 그려보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뱁새치고는 제법 멀리 치는 축에 드는 나도 더 멀리 치기를 꿈꾼다.

 

그런데 황새들에게 여러 차례 얻어터지고 나서 느낀 바가 있다.

 

이 대목에서 독자에게 질문.

'더 멀리 친다'에서 '더'는 무엇을 기준으로 한 것인가?

다음 보기 중에서 고르시오.

  1. 내 잠재력의 최대치까지

  2. 나보다 더 멀리 치는 선수 만큼

  3. 배우자보다는 더 멀리


가슴에 손을 얹고 답을 골라 보기 바란다.

몇 번을 골랐는가?

 

1번을 골랐다면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골퍼로서 이미 상수(上手)임이 틀림 없다.

나는 2번이었다.

(3번을 고른 독자는 여성일 확률이 높다. 혹시 남성이라면 극도로 설움을 당하고 있을 것이 확실하다)

나보다 더 멀리 치는 선수 보다 더 멀리 치고 싶었다.

그게 어디 맘만 먹는다고 되는 일인가?

가랑이만 찢어지지.

페어웨이를 놓치면 그나마 다행이고 아웃어브바운드(OB)가 되는 일도 많았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황새보다 더 큰 걸음으로 걸으려 했으니.

몸에는 힘이 바싹 들어가고

스윙은 거칠고

피니쉬 때 균형도 잡지 못했다.

안간힘을 써서 가끔(아주 가끔) 황새 엉덩이 뒤에쯤 볼이 떨어지면

봐라 나도 이 만큼 보낸다고 자위한 것이다.

 

나는 1번을 기준으로 삼았어야 했다.

현재 내 한계치에 가까운 비거리를 목표로 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그래야 훨씬 멋진 경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길로 왔더라면 지금보다 비거리도 더 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투어에서 성적도 마찬가지고.

 

비거리를 내 최대치까지 끌어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얘기는 다음 편부터 하자.

(원고료를 많이 타 내려는 우려먹기를 첫 편부터 할 줄이야)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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