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 꽃, 사람, 문장.

입력 2017-05-30 08:50 수정 2017-05-30 08:50
꽃향기.

꽃과 사람과 문장에는 향기가 있다. 꽃에는 자연이 만든 꽃향기가 있고, 사람에게는 매력이 풍기는 인향이 있고, 문장에는 고뇌가 만든 의미의 향기가 있다. 꽃향기는 벌과 나비가 멀리서도 꽃을 찾아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제다. 어떤 존재든 지극한 정점에 이르면 향기를 풍긴다. 자기도 어려우면서 남을 돕는 사람은 녹차 향기 같고, 자기 일이 바빠도 순서를 양보하는 사람은 은은한 국화향기 같고, 자기를 해코지해도 용서로 아픔을 덮는 사람은 밟혀도 향기 뿜는 꽃향기 같다. 고난의 상처 이겨내고 우뚝 선 사람은 겨울을 이긴 유채 향기 같고, 힘겨울 때 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은 진한 커피 향기 같다. 남의 눈물까지 닦아 주는 사람은 가지 잘린 상처를 감싸는 송진 향기 같고, 남까지 기쁘게 하는 사람은 5월의 솔향기 같다. 부정하면 꽃향기도 악취로 변하고, 긍정하고 수용하면 악취도 꽃향기로 변한다. 향기로운 5월이 다 가기 전에 자기 향기를 점검하자.

 

사람향기.

돌과 바람과 물속에도 향기가 있다. 돌에는 돌 냄새, 바람에는 바다 내-음, 물속에는 수초의 향기가 있다. 꽃은 향기로 말하고, 사람은 사랑으로 말하며, 성인(聖人)은 기적으로 말한다. 맑은 마음에 꽃이 피고, 고운 말에 향기가 핀다. 향기는 시원하고 달콤하며 아득한 기체이고, 사람의 향기는 진심과 감성과 매력이 넘치는 기품이다. 꽃은 유전자의 힘으로 향기를 피우고, 향기로운 사람은 양보와 배려의 내공으로 향기를 만든다. 꽃향기 10 리를 가고 감동적인 사람 향기는 1천리를 간다고 했다. 마음을 파고드는 진심과 진정성은 사람을 살리는 진한 향기이고, 감사하는 태도는 사향(麝香)같고, 품고 포용하는 덕성은 잘 익은 술 향기 같다. 참고 포용하고 기다리는 기품은 향수보다 진하고, 곱고 밝고 따스한 성품은 꿀 향기보다 달콤하다. 사람 향기는 천상에 새겨지고, 인간 악취는 대(代)를 이어 따라다니며 후손까지 괴롭힌다. 지금, 머무는 자리를 향기롭게 하자.

 

문장 향기.

물질에는 고유한 향기가 있고 문장에는 의미의 향기가 있다. 체험과 고뇌로 건져 올린 문장과 고운 마음을 녹여서 만든 한 편의 시와 시청자의 삶을 대변하는 드라마 대사에는 의미라는 향기를 풍긴다. 문학과 예술은 사람의 향기를 발굴하고 만드는 작업이다. 꽃잎을 꾸민다고 향기가 생기지 않고, 의미를 인위적으로 꾸민다고 감동이 되지는 않는다. 꽃향기는 코를 즐겁게 하고, 사람 향기는 삶을 즐겁게 하며, 문장의 향기는 영혼마저 취하게 한다. 말이 없어도 의미가 통하면 이심전심의 미소가 통하고, 기도처럼 고유한 소리를 반복하면 기적의 향기가 생기며,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사랑의 노래는 소리자체가 말이며 향기다. 고통도 의미를 부여하면 존재의 이유가 되고, 함께 기쁨을 찾고 의미를 부여하면 일마다 향기롭다. 양심에 절제를 버무려서 고품격 향기를 만들고, 스스로 낮추고 부서져서 사람 향기를 풍기며, 작은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여 행동 자체가 향기가 되게 하소서!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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