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생일 뒤에 사망한다.선물이 궁금하니까.

입력 2012-01-17 00:00 수정 2012-01-17 15:57
마음의 시계|엘렌 랭어 지음|변용란 옮김|사이언스북스


 

 여자는 생일 뒤에,남자는 생일 전에 사망하는 수가 많다. 여자는 생일을 준비하며 주변의 축하를 기대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은 까닭이다. 연하남과 결혼하거나 아이를 늦게 낳은 사람,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은 오래 산다. 속설이 아니라 하버드대 심리학과 종신교수인 저자 엘렌 랭어가 조사한 결과다.

그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에 의하면 몸과 마음은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함께 움직인다고 한다. 마음이 늙으면 몸도 폭삭 가라앉고 마음의 시계를 되돌리면 육체적 기력도 되살아난다. 노화는 발달의 한 단계일 뿐 쇠퇴나 상실을 뜻하지 않으며 그 과정이나 결과 또한 확정돼 있는 게 아니다.

문제는 나이듦이란 생물학적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사고,다시 말해 노화에 대처하는 자세다. 노화는 변화를 뜻하지만 변화가 곧 퇴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나이든 사람이 스스로 약하고 무능하다고 여기는 건 무엇보다 노인이란 딱지 때문이다. 작은 변화만으로도 노화나 육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됐다. 1970년대 초 요양원 노인을 대상으로 한 게 그것이다. 연구진은 노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화분을 준 다음 한쪽엔 어디에 두고 물을 언제 얼마나 줄지 등을 스스로 정하게 하고 다른 쪽엔 직원이 돌볼 거라고 말했다. 3주가 지나자 첫 번째 집단은 쾌활하고 활기차졌고,18개월 뒤 생존율은 두 번째 집단의 배가 넘었다.

이를 바탕으로 랭어는 1979년 본격적인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를 실시했다. 70대 후반부터 80대 초반의 남성을 모집해 1959년처럼 꾸민 수도원에서 그때로 돌아간 듯 살게 만들었다. 아무도 거들어주지 않은 가운데 참가자들은 흑백 텔레비전을 보며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익스플로러 1호 발사,피델 카스트로의 아바나 진격 같은 1958년 현안을 논의했다.

자기 가방도 못 드는 상태로 도착했던 이들이 이틀째부터 직접 음식을 나르고 뒷정리를 시작하더니 1주일이 지나자 민첩성과 유연성은 물론 미각과 시력 · 기억력 · 청력 · 악력까지 좋아졌다. 일상 용어와 환경을 바꾸는 일만으로 건강이 증진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하다. 젊고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사회적 통념에 저항하라.'그에 따르면 확신은 잔인한 사고방식이다. 확신에 차 있으면 세상의 불확실성을 보지 못한다. 예일대 심리학자 닐 밀러는 훈련으로 자율신경계도 통제할 수 있음을,종양학자 피오나 치온은 과다한 운동은 난소암 확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또 문제가 생기면 자책하기 전에 근본 원인을 찾아보라고 주문한다. 높은 선반 속 물건을 꺼내려다 떨어뜨리면 대부분 자신의 부주의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선반 높이가 화근이란 것이다.

"인생 후반에 변화를 일으키려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고정된 온갖 종류의 선입견과 맞서 싸워야 한다. 장애물이 없다는 것은 무능하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세상 모든 건 변하며 지금 겪는 사실 또한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는 걸 인정할 때 가능성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다. " 나이 든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일 리 없다.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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