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 만들기|이영아 지음|푸른 역사
 

 '아름다움은 권력'이라는 마당이다. 눈만 뜨면 여기저기서'예뻐져야 한다'고 속삭이고 협박한다. 이 땅 여성치고 V라인과 S라인의 압력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어 보인다. 무시하고 살겠다는 사람도,어떻게든 예뻐져서 덕을 보겠다는 사람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예쁜 여자 만들기》는 왜 이렇게 됐는지,이런 세상에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일러준다. 국문학 박사(서울대)로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에 재직 중인 저자는 근대여성문화사 연구를 통해 한국 여성의 외모 강박증이 근대 이후 국가와 자본이란 거대 권력에 의해 생겼다고 밝힌다. 외모로 인한 불안이나 자책감이 여성 개인의 잘못 탓이 아니란 얘기다.

그는 국내에서 아름다운 여자의 기준이 새로 만들어진 시기를 1920년대로 본다.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대두된 건 1900년대 초지만 '위생 관리와 운동에 힘쓰라'는 등의 조언은 여성을 위한 게 아니라 국가를 위해 건강한 아이를 낳도록 하려는 지침의 일종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남성 지식인 사이에 예쁜 여자의 기준 전파를 사명인 양 여기며 여성을 품평하는 일이 번졌다고 꼬집었다. '함경도 여성은 튤립 같은 고아한 맛은 있지만 아기자기한 매력은 없고,영남 여성은 모란같이 육감적이며,평안도 여성은 해당화처럼 아담스럽고 섬세한 미를 가졌다'는 식이다.

유선형(S라인) 몸매를 위한 정보 또한 넘쳐났다. '젊은 여성들은 가슴패기 아래가 쑥 들어가 등에 착 붙은 듯이 보이는데 중년 부인네를 보면 배가 불룩 나와 있고 허리 근처 선이 밋밋해 보기 흉합니다. 외국 부인들은 미용체조로 배에서 허리에 이르는 선을 고르게 하도록 노력합니다. 정면으로만 체경에 비춰 보아선 소용 없습니다. 옆으로도 비춰 보아 어디고 선이 밋밋한 듯하거든 얼른 이 체조를 시작해 보십시오.'(조선일보 1938년 1월27일자)
그는 그러나 예쁜 여성들이 행복했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다. 남성 중심 사회의 문턱을 넘기 쉬웠던 건 사실이지만 그 이후 겪어야 했던 남성들의 욕망과 경멸의 이중적 시선은 그들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근거 없는 자책감과 수치심까지 강요했다는 것이다.

1940년대에 들어 여성들은 다시 건강해질 것을 요구받는다. 2차대전 탓이다. 여성의 몸은 이처럼 국가 권력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면 언제까지나 이런 수동적 존재에 그치는 걸까. 지금까지의 대안은 두 가지였다. 꾸미지 않겠다는 '미적 금욕주의'와 당당하게 꾸미겠다는 '도취적 나르시시즘'이 그것이다.

저자는 그러나 둘 다 근본 대안이 되기 어렵다며 그보다는 현재의 미적 기준을 떠나 아름다움의 형태를 다원화시키는 노력,곧 n개의 아름다움을 찾아 숭고한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쁘고 안 예쁘고를 떠나 모든 여성들이 동참할 때 뿌리 깊은 가부장제 질서의 균열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란 얘기다. 공감과 행동은 독자의 몫이다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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