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修身서 배우는 삶의 지혜

입력 2011-10-14 10:55 수정 2011-10-14 10:55
정조의 수상록 일득록 연구 | 정옥자 지음 | 일지사 
 

어지러운 세상이다. 모든 건 네 탓이요,게으름과 뻔뻔함을 여유와 배포라며 큰소리치는 이들이 너무 많다. 조폭 두목도 평소 윗자리에 앉아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은 값을 하기 위해 유사시엔 목숨 걸고 앞장선다는데 오나가나 앞자리를 차지하려 드는 지도층 인사란 이들은 조금이라도 손해다 싶으면 꽁무니를 빼기 일쑤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부끄러움이란 단어조차 모르는 듯한 낯 두꺼운 이들의 득세는 최소한의 도리라도 지키며 살아보려 애쓰는 사람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정조의 어록이자 수상록인 '일득록(日得錄)'은 이처럼 혼란스럽고 갈피를 잡기 힘든 세상에서 그래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지침을 일러준다.

《정조의 수상록 '일득록' 연구》는 정조대왕(1752~1800) 연구에 평생을 바치다시피한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가 일득록 훈어(訓語)를 중심으로 연구한 결과를 모은 것이다. 저자의 쉽고 정확한 풀이 덕에 어디를 펼쳐도 스스로를 갈고 닦는 건 물론 신하와 백성을 바르게 이끌고자 고민했던 정조의 숨결이 느껴진다.

조선조 3대 성군으로 꼽히는데도 불구,정조는 동서고금 정치인의 자질이란 노회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듯하다. 스스로 '잘 참지 못하고 아첨꾼을 배척해 원망을 많이 샀고,그 결과 혹독한 비방을 받아 감내하기 힘든 지경에 빠진 적도 있다'고 고백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수기치인(修己治人 · 자신을 닦은 후 사람을 다스리다)'이란 대전제 아래 마음을 다스리는 법과 인격 수양법을 제시하고,수신의 기초인 인간다움을 위한 이념적 지표와 구체적 실천 덕목까지 내놨다.

'말은 잘 선택해야 하고,마음은 굳세게 가져야 하며,뜻은 높이 가져야 하며,도량은 넓어야 하고,일은 실속있게 해야 하며,배움은 힘을 써야 한다. ' 또 '정의관 존첨시(正衣冠 尊瞻視 · 의관을 바로 하고 시선을 높이 두다)'를 중시하는 한편 수신은 자중(自重)에 있다고 강조했다. '자중이란 응대하는 말을 수식하고 용모를 꾸며 일마다 무거움을 취하는 게 아니다. 재상은 재상의 규도,학사면 학사의 규도를 지켜 행동 · 말 · 태도가 남의 마음을 만족시키고 복종시킬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

마당발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옛사람은 몸을 착하게 하는 것으로 정(靜)을 삼았고,사귐을 적게 하는 것으로 신(愼)을 삼았다,몸이 착하면 재앙이 없고 교제가 적으면 근심이 없다. ' 통치자의 직분으로 '하늘 공경,백성 구휼,현인 존숭'을 꼽은 대왕은 정치 원칙으론 명검(名檢 · 명분에 맞게 자신을 단속하는 절제)을 들었다.

정치가가 스스로를 제어하는 기능을 상실하면 사회 통합은 가망 없다고 본 대왕의 또 다른 한마디는 세상 모든 통치자들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소인이 군심(君心)을 미혹함은 물이 종이를 적시는 것 같아 날마다 옮아가지만 깨닫지 못하니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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