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국가이미지, 그리고 화장품 수출

입력 2017-01-17 09:24 수정 2017-01-17 09:24
 

문화와 국가 이미지, 그리고 화장품 수출

 

금액으로 본 화장품 수출증가 추이

 

무역을 하고 있는 내가 최근의 수출 동향을 보면서 놀라운 것은 화장품의 수출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한국이 화장품을 수출한다는 것은 거의 꿈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나마 소소하게 이루어지던 화장품 수출은 해외에 있는 한국 교민이나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 외국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한국 화장품을 사는 일이란 극히 드물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장품 수출은 대단히 어려워서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한국의 수출과 수입이 줄어든다고 난리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모두 엉망이라고 죽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의 화장품 산업은 즐거워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수요 부진에 시달리는 다른 업종과 달리, 화장품은 국내 판매와 해외 판매가 같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몇 년째 보여주고 있다.


위의 그래프만 보아도 화장품 산업이 특이하게 호황을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전체 수출의 증감 추이와 비교하기 위하여 한국 화장품 수출액에 100배를 곱해서 추세 선을 만들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2007년까지 한국 전체 수출이 늘어나는 것에 비하여 화장품의 수출 증가 속도는 매우 더디다. 2002년도 화장품 수출은 1억 4천만 불에 불과했다. 그런 지루한 흐름을 보이는 듯하다 2008년부터 증가세가 뚜렷해진다. 전체 수출액이 2008년에 확 꺾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008년, 2009년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닥치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화장품 수출은 악영향을 받지 않고 확실한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 화장품만의 증가세가 더욱 명백해지는 시점은 2011년에 전체 수출이 후퇴를 보이거나 보합세를 보이는데도 화장품의 수출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진다. 금액으로 보면 그래프의 곡선이 완만하게 흐르지만, 성장률을 보면 매우 가파른 속도로 화장품 수출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증가율로 본 화장품 수출 증가율 추이







화장품의 성장을 금액으로 보는 것보다는 전년대비 증감률을 1997년부터 2015년까지 보면 더욱 흥미롭다. 1997년 이전까지 2-3%의 성장, 4천 2백만 불을 겨우 하던 화장품 수출이 갑자기 37.1%로 뛴다. 1997년 이후 거의 20년 동안 화장품은 평균 14%, 2011년 이후 최근 5년 동안 평균 29%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보인다. 특히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는 전체 수출 성장률이 –13.86%를 보일 때도, 화장품은 12% 성장하였다. 그 이듬해에는 무려 80%나 성장하여 후퇴는 적게 하고, 점프는 가장 높이 한 품목이 되었다. 2011년 이후 경제 불안정이 일상화된 이후 수출 증가세는 완연하게 줄어들어 들 때도 여전히 화장품의 성장률은 높아가고 있다. 2015년의 화장품 수출액은 21억 9천불로 뛰어, 1997년 이후 무려 70배 가까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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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제품과는 달리 20여 년 동안 꾸준히 두 자리 수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에서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1997년 이전 전체 수출액 대비 비중이 0.03%도 채 되지 않던 화장품은 이제 2015년 0.55%의 비중으로 커지면서 22배 이상 몸집을 불렸다.

 

화장품이 왜 이제야 수출될까?

 

한국은 이미 자동차, 반도체, 통신장비, 스마트 폰, 초대형 선박 등 세계적으로 첨단 국가로서 충분히 인정을 받고 있다. 화장품이 속한 화학 산업분야도 2013년 기준으로세계 5위의 매출액을 보일 정도로 발전하였지만, 정작 화장품의 수출은 매우 미미하였다. 여러 모로 보아도 한국 화장품의 평가가 매우 낮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왜 갑자기 화장품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기 시작하였을까? 그리고 그 수출이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한 연도가 하필이면 1997년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1997년은 KBS 대하드라마인 ‘대장금’이 중국, 아시아 등에서 대 성공을 이루면서 한류 문화 흐름의 원년이기 때문이다. 한국 화장품 성장세를 촉발한 것은 해외 관광객과 한류(韓流) 열풍이다. 2016년에는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이 1600만 명이 넘는다.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로 촉발된 한류는 중국 여성들이 한국산 화장품을 처음 사는 데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써본 외국 여성들이 한국에 관광을 오면서 다시 인기가 높아지는 선순환(善循環) 현상이 굳어졌다.

 

이렇게 보면 화장품이 정밀 화학제품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문화가 해외에 긍정적인 반응을 받으면서 팔리기 시작했다면, 문화상품으로 보아도 되지 않을까? 화장품의 제품적, 산업적 특성을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앞으로는 국가이미지가 주는 수출에 대한 영향력 등을 화장품이라는 상품을 매개로 살펴보려고 한다.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
무역실무 및 해외 영업 강의
지은책 : 무역 & 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책은 삶이요 삶은 책이다, 국제무역사 2급 단기 완성, 결국 사장이 문제다 등 다수
drimtr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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