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유리그릇처럼 대하지 마라

입력 2011-06-03 09:28 수정 2011-06-03 09:28
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 | 진 리들로프 지음 | 강미경 옮김 | 양철북
 
 

육아에 정답은 없다. '처음부터 따로 재워야 한다'와 '아니다,한동안은 데리고 자야 한다'부터 '젖이나 우유는 시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먹여야 한다'와 '무슨 소리,아기가 원할 때마다 주는 게 좋다'까지 상반된 이론이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책은 그런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다. 저자 진 리들로프(1926~2011)는 미국 뉴욕 출신으로 베네수엘라 카우라강 상류에 사는 예콰나족의 삶을 바탕으로'아기는 엄마 품에서 자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콰나족 아기들은 손가락을 빨지도,버둥거리지도,자지러지지도 않는데 그건 유아기 내내 엄마가 옆에 끼고 지낸 결과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아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결정하는 건 이성의 영역이 아니다. 인간은 호모사피엔스 시절 이전부터 육아에 대한 본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축적된 지식을 무시하고 육아법을 학자들의 연구에 맡긴 결과 타고난 감각은 훼손되고 원래의 욕구와 왜곡된 욕구를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갓 태어난 아기를 엄마 품에서 떼어내 차가운 병원 침대로 옮기는 게 대표적이다. 그것도 모자라 더러는 집에 데려온 뒤에도 독립심과 절제력을 키운다며 갓난아이를 혼자 재우고 울다 지쳐 포기할 때까지 내버려둔다. 세상에 이처럼 잔인한 일은 없다. 인간의 삶은 연속적인 것으로 누구도 이전 경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태아의 선험은 엄마 뱃속에 있던 시절의 것이다. 축축하고 따뜻하며 엄마와 일체가 돼 있는 상태다. 따라서 아기는 엄마의 숨소리와 심장 박동을 느낄 때 온전하다고 느낀다. 엄마의 품을 빼앗긴 아기는 불안과 고통,외로움을 덜기 위해 손을 휘젓거나 발길질을 하고 몸을 뻣뻣하게 만드는가 하면 손가락을 빤다. 엄마의 머리나 목걸이를 잡아당기거나 음식을 쏟는 건 모두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다. 실제 확성기로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줬더니 건강이 놀랍도록 좋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사람의 정체성 내지 정신의 범위는 영 · 유아기에 형성된다. 영아기에 온전하고 사랑받는다고 여긴 아이와 그렇지 못하고 욕구불만 상태에서 지낸 아이는 훗날 같은 경험에 대해서도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부모로부터 환영받는다는 확신을 지녔던 아기는 커서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남을 배려하고 독립적이 된다.


 거꾸로 그 시절 외로움과 박탈감에 시달리면 자신감과 자아개념 · 자발성이 부족해지고 사람과 삶을 믿지 못한 채 의심이나 회의,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또는 체념에 익숙해질 수 있다. 저자는 또 아기를 너무 조심스럽게 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유리그릇 다루듯 하면 아이는 자기가 정말 약한 줄 알게 되고 이는 발달기와 성인기의 능률을 해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든 종류의 실패는 능력 부족이나 불운 혹은 경쟁 때문이 아니라 편하다고 체득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향에서 비롯된다. 의지는 습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 섬뜩하다. 일 핑계를 대지 말고 1년,적어도 6~8개월은 품에서 떼놓지 않아야 아이에게 사회성과 느긋한 성격을 길러줄 수 있다는 얘기는 육아휴직이 왜 꼭 필요한지 일깨우고도 남는다.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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