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상대를 움직이는 과학'

입력 2011-05-20 14:39 수정 2011-05-20 14:39
진 M 브랫 지음|김성형·이은우 옮김|스마트비지니스
 
 

미국 사업가가 중국산 자전거를 독일에 팔기로 했다. 첫 선적을 준비하던 중 자전거가 덜컹거리는 게 발견됐다. 미국 사업가는 중국 공장에 가서 몇 대 검사한 뒤 직원들에게 덜컹거림이 정상인지와 다른 것들도 같은지,이러면 구매자가 문제 삼지 않을지 물었다. 그러자 곧 소리 나지 않는 자전거가 선적됐다.

책에 제시된 중국인과의 협상 사례다. 저자 진 M 브랫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 갈등해결연구소장은 이 같은 예를 통해 협상은 상대적이고 문화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라면 자전거회사 대표를 만나 '덜컹대는 자전거는 인수할 수 없으며 선적하기 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통보하면 되지만 중국에서 그랬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에선 문제를 최종 의사결정권자에게 직접 말하는 건 예의 없는 짓이자 자존심을 해치는 일로 여기는 만큼 실무자에게 알아듣도록 말하는 편이 효과적이란 조언이다. 저자는 이처럼 같은 사안이라도 상대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협상 전략 및 전술을 세계 각국 기업의 사례 중심으로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 책에 '국제 협상 교과서'란 평이 붙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에 따르면 개인 기업 국가 할 것 없이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가자면 무엇보다 협상에 능해야 한다. 협상은 자신의 능력을 파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자 세상을 움직이는 예술이다.

협상 전략 수립의 필수 요소는 다섯 가지다. 협상 당사자와 협상 쟁점,서로의 입장,사용 가능한 파워,최종 목표를 파악하는 게 그것이다. 협상 당사자란 눈앞의 상대뿐만 아니라 협상 결과를 이행할 이해관계자를 포함한다. 쟁점을 다양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집을 사고팔 때 가격 외에 매매 날짜도 협상 대상에 넣는 식이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최고의 대안'이다. 대안이 좋을수록 상대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국제 협상의 첫째 요건은 문화에 대한 이해다. 행동양식과 제도는 빙산의 일각이다. 수면 밑엔 가치 · 신념 · 규범이 있고 더 아래엔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존재한다. 미국에선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 'No'란 뜻이지만 인도에선 '경청 중'이란 의미다. 인도인에게 고객이 파트너이자 어른이라면 일본인에겐 신이거나 아이고,약속 또한 인도인에겐 가변적,일본인에겐 최종적인 것이다.

분쟁 해결엔 세 가지 접근법이 있다. 상대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통합하거나,규칙 · 계약 · 법 · 선례를 적용하거나,파워로 결정하는 것이다. 단 파워는 상대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쓰는 게 좋다.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인간 관계에선 언젠가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저자가 끝으로 강조한 대목은 협상 담당자 특히 국제 협상에서 툭하면 낭패를 보는 우리 정부 책임자들이 명심해야 할 내용이다. "협상테이블에서 생긴 선한 의지와 좋은 의도는 실행 단계에서 사라지거나 잘못될 수 있다. 따라서 협상을 마무리하기 전 반드시 실행단계에서 생길 수 있는 잠재적 문제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안 그러면 협상 중 쌓은 신뢰에 금이 갈지 모른다. "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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