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에게 굴욕은 아무것도 아니다_이노베이터 이대호

입력 2016-10-19 17:02 수정 2016-11-04 09:19


2015년 겨울,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선수가 ‘야구 인생의 마지막 꿈’인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3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 큰 몸집으로 인한 부상 우려와 수비에 대한 미심쩍은 눈길. 이대호는 일본 최고 대우를 마다하고 꿈을 선택했지만, 시애틀이 내놓은 계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대호는 2016년 2월 4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간 총액 400만 달러의 스플릿 계약에 합의했다.

이 계약은 소속에 따라 연봉에 차이가 발생한다. 즉 선수 신분에 따라 대우가 천지차이가 된다.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포함되어 옵션을 채우면 총액 4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로 떨어지면 연봉도 절반 이하로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메이저리거도 주전선수도 보장되지 않은 초라한 조건에 연봉은 일본의 보장금액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도전했고 시즌이 끝난 지금 절반의 성공이라고 모든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인생을 가리켜 흔히 한 권의 책이라고 한다. 그 책 속에 사랑과 도전이 없다면 재미없고 밋밋할 것이다. 대충 읽고 넘겨버릴 것이다. 야구로 치면, 어떻게든 살아나가기 위한 번트 시도조차 없는 자포자기 경기와 같다. 사랑은 너무 당연한 것이니 논외로 치고, 인생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도전이며, 도전이 없다면 당연히 성공과 실패도 없다.

사람은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후회 없는 삶으로 향한다. 때로는 굴욕을 당하고 자존심에 상처 받으며 눈물도 흘릴 것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다르면 많은 돈을 벌고 높은 지위에 오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그건 얼마나 치열하게 도전하며 살아왔는가가 기준이 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이름이 있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훌륭한 위인과 타인을 위해 희생한 고귀한 인물의 이름은 역사를 통해 후손에게 이어진다. 가까이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멋진 연기를 펼치는 배우의 이름도 회자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이름이 있지만, 각자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스포츠계의 유명인 중에는 야구선수 박찬호, 골프선수 박세리, 축구선수 박지성, 피겨선수 김연아 등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우리가 기억하는 그 이름에 따른 이미지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이 따라 하기 힘든 노력을 통해 그 이름을 얻었다. 그들의 이름에 자부심이 느껴지는 이유다.

이대호는 “그 정도면 됐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더 높은 산의 정상을 향해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주변의 만류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낯설고 물설은 미국에서도 첫 홈런에 이어 강렬한 대타 끝내기 홈런으로 그의 이름에 ‘불가능한 도전은 없다’라는 수식어를 더했다.

도전의 대명사 이대호는 그날 밤 시애틀의 세이프코 필드에서 관중의 목소리를 통해 감동의 울림을 자아냈다. 어두운 터널을 스스로 선택한 이대호의 앞날에 조금씩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세상엔 빛과 어둠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대호가 자처한 앞날에서 어둠의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이대호는 어둠 속에 숨겨진 빛을 찾아 따라갔다.

만약 우리에게 두 가지 길이 있다면, 밝은 곳으로 향할 것인가. 아니면 어둠 속으로 걸어갈 것인가. 갈림길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멈춰서도 괜찮다. 밝은 곳으로 향하면 약속된 부와 명예가 있다. 멈춰서면 지금까지의 성공으로 충분히 박수 받을 수 있다.

어두운 길을 선택하면 헤매고 다칠 것이다. 어둠을 택한다면 악조건이 하나 더 있다. 지금까지 말을 타고 달렸다면 어둠 속에서는 말에서 내려 두 발로 걸어가야 한다.

장군에서 일개 병사로 계급이 떨어지는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굳게 마음을 먹고 그런 굴종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 끝에 도달한다는 보장조차 없다. 그러나 비록 적은 확률이지만, 그 터널을 통과하면 그 이전의 모든 성공을 뛰어넘는 영광된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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