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당당하게 질문해야 한다

입력 2016-10-20 10:00 수정 2016-10-24 09:25


사전 동의의 원리는 매우 쉽게 들린다. 외과 의사가 수술로 잃을 것과 얻을 것의 수지타산을 설명하면, 침착하고 이성적인 환자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결정하는 것이 사전 동의의 기본 원리다. 슈퍼마켓에 가서 다양하게 진열된 칫솔 하나를 고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다르다. 환자들은 겁먹은 상태이며 병이나 수술 등에 무지하다. 자신의 외과 의사가 유능한지 아닌지 그들이 대체 어떻게 알겠는가? 그저 담당 외과 의사가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려 할 것이다. 그에게 수술이 잘못되어서 죽거나 뇌졸중을 겪을 위험은 1~2%라고 말했다.

사실은 나도 혈관모세포종을 몇 번밖에 수술해보지 않아서 정확한 수치는 잘 모른다. 게다가 그의 종양은 보기 드물게 크기가 매우 컸다. 그러나 나는 환자가 수술 받아야 하는 상황이 명확해지면, 환자를 겁주고 싶지 않다. 어차피 해야 할 수술인데 뭐하러 겁을 주나.

환자를 대하는 의사들이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 수술하기로 한 결정이 옳다고 믿는 것, 그리고 내가 다른 어떤 외과 의사보다 더 수술을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 나처럼 뇌종양을 수십 년 동안 수술해온 사람에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젊은 외과 의사라면 도덕적 딜레마를 겪을 수 있다. 그러나 고민이 필요 없는 쉬운 환자만 맡는다면 자신이 발전할 수 있을까?

이성적인 환자라면 외과 의사에게 질문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내 동의를 구하는 이런 수술을 얼마나 많이 해보았느냐고. 그러나 내 경험으로 이런 환자는 거의 없었다. 대다수의 환자는 나를 담당하는 외과 의사가 수준 미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해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의사를 신뢰하는 쉬운 방법을 택한다. 곧 나를 수술하는 의사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으리라 결심하는 것이다.

나도 환자였을 때 그랬다. 동료에게 수술을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나 역시 동료를 무조건적으로 믿게 됐다. 반대로 그의 입장에서는 의사인 동료를 치료한다는 사실이 매우 두려운 일인데도 말이다. 어떤 외과 의사가 좋아하겠는가. 당연히 모든 외과 의사들은 같은 외과 의사를 절대 수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도서 '참 괜찮은 죽음' 중에서-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418명 37%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713명 63%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