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 - 생존, 한마음, 냉정.

입력 2016-10-20 09:55 수정 2016-10-20 09:55
생존.

산에는 자연 사전에 나오는 명사와 동사와 형용사를 모두 품고 있다. 봄 산은 꽃향기로 말하고 여름 산은 생기로 말하며 가을 산은 열매로 말하고 겨울 산은 침묵으로 말한다. 산은 수많은 장애물을 배치해 놓고 생존법을 지도하는 지붕 없는 생존 교장(敎場)이다. 산은 환경에 적응하는 생명체를 선택하여 키우고, 스스로 뿌리를 내린 생명체를 세워주며, 생존에 불리한 쪽을 자연이치로 정리한다. 키 큰 나무들은 깊은 뿌리로 바람에 버티고, 야생초는 수많은 잔뿌리로 물줄기에 버틴다. 산에 사는 생명체는 사는 법을 안다. 오늘의 산은 어제의 산이 아니다. 큰 나무는 작은 가지를 버리면서 성장하고, 큰 산은 능선을 뻗으면서 깊어진다. 봄 산은 겨울을 이긴 나무에 향기를 허락하고, 여름 산은 햇살과 물로 성장하며, 가을 산은 폭풍에 넘어진 나무마저 추슬러 열매를 제공하고, 겨울 산은 암반에 뿌리내린 소나무마저 돌본다. 산처럼 생존에 유리한 선택을 하자.

 

한마음.

산에는 곧은 나무와 굽은 나무, 쓰러진 고목과 새순이 돋는 나무, 이름 모를 꽃과 칼돌 등 다양한 생명체와 무생물이 하나로 공존한다. 숲을 자세히 보면 한 그루 한 그루 분리된 개체처럼 보이지만 더 자세하게 보면 한 뿌리로 연결된 생명 군락임을 알게 한다. 참나무와 도토리나무와 상수리는 이름과 겉모습은 서로 다르지만 그 조상은 하나임을 일깨워 준다. 우직한 산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순리를 따르는 산은 산 기운으로 생명을 이어간다. 경사지고 험한 산은 몸과 마음이 따로 놀면서 산행을 하면 추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산에서는 몸과 마음을 하나로 작동시켜야 안전을 보장받고, 직장에서는 심신을 일에 집중시켜야 사랑과 예우를 받는다. 잡념을 버려서 강대해지자. 산행도, 요리도, 전투도 그 바탕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 협동이다.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을 두자. 숟가락을 들 때도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동원하자.

 

냉정.

산은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거룩한 세계이면서 강자가 지배하는 냉엄한 세계다. 강한 짐승이 약한 짐승을 먹이로 삼고, 도토리 알은 굴러서 큰 나무 밑을 벗어나야 산다. 산은 일정한 개체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비정한 다툼과 경쟁을 시킨다. 산행은 몸의 고통을 통해 생명의 소리를 듣게 하고 성숙하게 만든다. 산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냉철한 군주처럼 새로운 것을 위해 오래된 것을 정리한다. 산은 숫자의 질서를 보여준다. 하나의 큰 산이 새싹을 내면서 둘의 도(道)를 보여주고, 나무를 세우면서 셋을 이야기 하고, 열매의 넋들을 새싹으로 전환하면서 넷을 말하고, 지상으로 나가기 위해 닫고 서면서 다섯을 말한다. 산은 처음부터 산이었고, 큰 바위는 처음부터 큰 그릇이었다. 산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산행할 때는 산행만 하고 일을 할 때는 일만 하자. 뜨거운 가슴과 냉정한 처신으로 하나뿐인 심신을 고귀하게 하소서!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125명 36%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224명 6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