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시간

입력 2010-05-10 18:49 수정 2010-05-14 08:25
 
  "날개야,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이상의 소설 '날개'에서  '나'라는 주인공이 외치는 대목입니다.소설 속 나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존재지요.골방에서 지내던 나는 아내의 매음을 목격하고 난 다음 혼자 올라간 백화점 옥상에서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고 느낍니다. 날개가 돋을 것처럼.그런 다음 나오는 게 바로 이 대목이지요.

  날고 싶은 건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영화 '엑스맨 3'에 나오는 돌연변이처럼 마음만 먹으면 양쪽 겨드랑이 혹은 등짝에서 날개가 돋아나와 먼 하늘로 자유롭게 날아올랐으면 싶은 거지요. 날개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고,마음대로 세상을 휘저어볼 수도 있을 테니까요.

  날개는 하늘을 나는 물리적인 날개 외에 힘을 뜻하기도 할 것입니다.돈이든 권력이든 나를 자유롭게 하는 힘,뭐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 말입니다.날개가 있다면 누군가의 지시를 따르느라 터질 것같은 가슴을 짓누르면서 참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그러니 허구헌 날 땅에서 박박 기어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만이라도 날아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참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양쪽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생겨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과연 날개는 돋아날까요.끝내 돋아나지 않고 말까요.가난보다 무서운 게 가난에 길들여지는 것이라고 하거니와 살면서 가장 두려운 건 무너지고 꺾이는 데 익숙해져 꿈을 잃어버리는 일입니다.내 꿈이 무엇이었던가조차 아득해지는 거지요.

  그러나 누군가 말하더군요.  '꿈은 해가 진 뒤에 꾸는 것'이라고요. 밝을 땐 꿈같은 건 안꾼다고요.꿈은 해가 지고 어두워져야 꾼다는 겁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칠흑같은 밤이 돼 잠이 들어야 꿈을 꾸고 그러고 나면 아침이 온다는 이치를 잊은채 어둠이 영영 걷히지 않을 것처럼 두려워하면서 떨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지요. 그래서 다시 기운을 냈습니다. "그래, 꿈은 일몰 후에 꾸는 거지." 요즘 제가 다시 마음을 추스리게 만든 힘입니다.여러분도 한번 힘내 보시지요. 지금 사방이 어둡다고 생각하신다면 말입니다.

  <꿈꾸는 시간>
 이제 끝인가 봐
 아무도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눈 맞추지 않아
 
 못본 척
 못들은 척
 있어도 없는 듯
 투명인간 취급해
 
 사방엔 온통 어둠 뿐
 길은 사라지고
 내 꿈이 무엇이었나
 생각조차 나지 않아 

"무슨 소리, 
 꿈은 원래 해가 져야 꾸는 거야."
 아찔한 순간
 몸과 마음 추스리고 
 다시 꾸기 시작한 꿈!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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