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상식의 오류' 파헤치기

입력 2016-10-06 15:14 수정 2016-10-06 15:35
현대인은 바야흐로 건강상식이 넘쳐나는 환경에 살고 있다. TV 프로그램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몸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들을 소개하기 바쁘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건강식품에 관한 홍보성인지 ‘진짜’ 후기인지 모를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꼭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데 방해가 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음식에 대한 ‘상식의 오류’들 몇 가지를 짚어보자.

 

1. 동물성 지방은 몸에 나쁘다?


수십 년 전, 업계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던 식품회사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건이 있었다. 바로 ‘우지 파동’이다. 1989년 어느 날, 검찰에는 “삼양식품이 공업용 우지(소기름)로 라면을 튀겼다”는 익명의 투서가 날아들었다. 당시 삼양식품이 사용하던 우지는 엄연한 식용이었으나 공업용이라는 누명을 쓰면서 회사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3개월 영업정지와 수천억 원의 범칙금을 부과 받았다.

이후 식품업계에서는 우지와 라드 같은 동물성 기름이 사실상 퇴출되고, 식물성인 팜유가 주로 쓰이게 됐다. 그러나 액체인 식물성 기름을 보존하기 쉬운 고체로 바꾸기 위해서는 수소를 첨가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몸에 유해한 트랜스 지방이 생겨난다. 또한 맛 측면에서 보더라도 동물성 지방 쪽이 녹는점이 낮으며 연질이어서 더 부드럽고 맛이 좋다.

실제로 우지파동 이후 라면의 맛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 많아졌으며, 중화요리집에서도 라드 대신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면서 특유의 풍미가 사라졌다고 한다. 지금은 시판되지 않는 돼지기름, 즉 라드에는 고도의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레산의 함량이 많기 때문에 영양상으로 보았을 때 식물성 기름인 마가린이나 쇼트닝보다 오히려 낫다.

중국인들은 돼지기름을 정제해 각종 튀김 요리에 사용하며, 월병 같은 과자도 돼지기름으로 반죽해 구웠을 때 파삭한 특유의 식감을 낸다. 서양에서는 파이나 페이스트리 혹은 야채 요리를 할 때 많이 사용한다. 남미 지역에서는 돼지껍질을 작게 잘라 튀겨서 간식으로 흔히 먹는다.

케이크를 만들 때 쓰는 크림 역시 식물성 크림보다 동물성 크림 쪽이 맛이나 영양 면에서 우수하다. 100% 우유로만 만드는 생크림은 부드럽고 진한 풍미가 있으나 동물성 지방은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 때문에 사용하는 곳이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동물성 크림은 거품을 냈을 때 모양을 내기가 어렵다 보니 대다수의 제과점들은 유화제와 안정제 등의 첨가물이 들어간 식물성 크림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2. 한국인의 소울 푸드 '국물요리'의 함정


해외에 나가서도 칼칼한 국물이 없으면 허전하다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 구수한 청국장찌개나 김치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는 맛과 영양을 갖춘 한국인의 소울 푸드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유산균이 살아있는 청국장이나 식이섬유, 무기질이 풍부한 김치 자체는 건강에 매우 좋은 음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염분이다. 한식 전문가들조차도 한식의 가장 큰 단점으로 국물 요리로 인한 염분 과다 섭취를 꼽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펴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은 찌개를 매우 좋아하는 식성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의 하나로 간이 없는 밥에 찌개를 곁들여 먹으면 밥을 먹기가 좋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언급한다. 즉 간이 거의 없는 밥에 찌개를 곁들여 먹는 것은 탄수화물을 효과적으로 먹기 위해 나트륨을 많이 먹는 방식인 것이다. 한식에 곁들이는 반찬이 대부분 짠맛이 강한 이유도 밥을 더 많이 먹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식품영양정보에서 국물요리의 나트륨 함량을 살펴보면 의외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에 희석하기 때문에 혀에서는 그다지 짜게 느껴지지 않지만 몸에 흡수되는 총량으로 치면 염분이 상당하다. 국물이 짜게 느껴질 정도로 간을 맞췄다면 국물 한 사발의 염분은 세계보건기구(WHO) 1일 식염 섭취 권장량(2000mg)에 육박한다.

국물요리의 또 다른 문제점은 위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위 내벽은 뮤신이라는 단백질 성분의 점액질로 덮여 있다. 이는 염산으로 이뤄진 위산이 위벽까지 소화시켜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뮤신의 단백질은 소금의 염소 성분에 취약하다보니 음식을 짜게 먹다 보면 염소가 위벽 내 점막을 자극해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키게 된다.

게다가 국물 요리는 대부분 뜨거운 상태에서 먹게 되는데 뮤신은 열에 의해서도 변성이 일어난다. 짜고 뜨거운 국물은 위를 보호해주는 점액질을 제거해 점막을 공격하게 된다.

 

3. 달걀에는 콜레스테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거나 혈압이 걱정되는 이들에게 달걀, 특히 노른자는 기피 식품으로 꼽힌다. 콜레스테롤이 많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혈중 콜레스테롤을 조절하기 힘든 고지혈증 환자를 제외한다면 달걀 섭취가 그다지 문제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달걀과 콜레스테롤 수치, 심혈관계 질환 사이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노른자의 레시틴 성분은 소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달걀 노른자는 뇌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의 원료가 되므로 치매 예방과 두뇌 활성화에 좋다.

달걀은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고, 나트륨이 적으며, 비타민과 무기질 등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의외로 달걀은 다이어트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삶은 달걀 1개의 열량은 80kcal인데 위에 도달해 소화되기까지는 3시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공복감을 덜어 주어 과식을 예방한다.

미국 코네티컷대 연구팀은 아침식사로 달걀을 먹은 그룹과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을 먹은 그룹을 관찰한 바 있는데 달걀을 먹은 그룹은 탄수화물 그룹에 비해 식후 3시간 뒤 배고픔을 덜 느꼈으며, 24시간 동안 섭취한 전체 칼로리가 적었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1주일에 4개 정도의 달걀을 먹은 사람들이 전혀 먹지 않은 이들보다 복부비만과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 위험도가 남녀 각각 54%, 46% 낮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생달걀에는 독을 흡수하는 성분이 있으며, 레시틴이 위벽을 보호하기 때문에 숙취해소에 좋다. 미국인들은 숙취해소용으로 생달걀 노른자에 우스터소스와 식초 등을 넣은 ‘프레리 오이스터’라는 음료를 마신다. 그밖에 달걀은 골다공증과 빈혈 예방, 탈모방지, 시력증진 등에도 좋다. 다만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는 사람은 될 수 있으면 달걀을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4. 필요 이상 당분이 많은 과일주스


요즘 어느 동네에 가도 있다는 저렴한 생과일주스 체인점이 인기다. 물론 과일 자체는 건강에 좋지만 문제는 맛을 내기 위해 넣는 상당한 양의 설탕이다. 서울시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판되는 생과일주스 19개 제품에는 평균 55g의 당이 함유돼 있다. 즉 한 컵만 마셔도 WHO가 정한 당 섭취 권고기준 50g 이상을 섭취하게 된다. 게다가 일부 제품에는 1일 섭취 권고기준의 3.5배인 179g에 이르는 당이 들어간 것도 있다.

단맛을 내는 감미료로는 설탕 외에도 액상과당, 시럽 등이 쓰인다.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꿀 역시 당분과 칼로리 면에서는 다른 감미료와 큰 차이가 없다. 사실 천연 과일의 당분 함유량은 그다지 많지 않아서 미국 농무부 영양성분 분석 결과, 100g을 기준으로 바나나 12.2g, 망고 13.66g, 딸기 4.89g, 자몽 6.98g, 수박 6.2g에 불과하다.

한편 당분이 걱정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이 바로 무가당 주스이다. 그러나 속지 말아야 할 것은 무가당은 당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설탕을 별도로 ‘가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무가당 주스는 설탕만 넣지 않았을 뿐 자일리톨이나 액상과당을 넣어도 무가당이라는 이름을 붙여 팔 수 있다. 따라서 무가당 주스 역시 과도한 당분 섭취로부터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식약처가 조사한 주스류의 평균 당도는 무가당이 24.2%, 가당이 24.7%로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콜라의 100ml당 열량이 40kcal, 당분이 10.7g인데 비해 무가당 오렌지 주스는 열량 45~55kcal에 당분함량은 12g 이상으로 나타났다.

100% 오렌지 주스 또한 마찬가지이다. 100%라는 숫자는 포도나 사과 같은 다른 과즙을 넣지 않았다는 뜻이며 실제로는 오렌지 주스에 다른 성분을 채우더라도 100%로 표기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다이어트나 당뇨 때문에 당분 섭취를 조절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주스 제품을 고를 때 신중해야 하며 가능하면 주스를 직접 갈아서 만들거나 생과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5. 붉은 육류, 적절한 섭취 방법이 관건


쇠고기와 돼지고기, 양고기 같은 붉은 육류는 닭고기, 칠면조 같은 흰색 육류에 비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 사람들의 인식이다. 특히 붉은 육류는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 육류와 암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1986년 일본에서 이뤄졌다. 일본의 학자들은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이라는 물질을 투여한 쥐에게서 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은 고기가 탈 때 발생하는 화학적 혼합물질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대규모 인구조사가 이뤄졌으며, 붉은 육류와 암 사이에 잠재적인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작 붉은 육류와 암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혀낸 연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인구조사 역시 결정적 단서가 되기 힘든데, 이는 인구조사가 식습관과 건강 상태에 대한 포괄적 통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구조사 결과로 나온 수치는 대략적인 추세일 뿐 명확한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고기가 귀해 단백질 섭취가 어려웠던 시대에는 오히려 평균수명이 짧았다.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부족하면 암 발생, 기억력 소실, 파킨슨병, 호르몬 불균형, 뇌졸중, 우울증, 자살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식품이 그러하듯, 붉은 육류도 적절히만 섭취하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가공육 섭취이다. 냉장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에는 고기를 보존하기 위해 소금과 허브에 절이고 건조하는 등의 육가공 기술이 발달해 왔다. 이렇게 만든 소시지와 베이컨 등 가공육에는 염분이 지나치게 많고 발색 및 보존을 위한 각종 첨가물들이 들어 있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울러 붉은 육류를 건강하게 섭취하려면 탄 고기를 먹지 않으며 연탄이나 숯을 이용한 직화보다는 오븐구이, 혹은 삶아서 먹는 편이 좋다.

 

 

스내커 칼럼니스트 정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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