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가 본 전문가들의 허상

입력 2014-03-24 22:00 수정 2014-03-24 22:00

  "그런 측면에서의 접근도 이해는 가지만, 이 문제는 여러 다각적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어떤 전문가가 토론회나 회의에서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다각적 측면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얘기하는 것이죠?" 라고 누군가가 반문하면 전문가라고 모셔놓은 사람들은 대개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다시 두루뭉실한 이야기로 접근하여 질문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생각이 없거나 실천적인 측면의 내용까지는 경험과 지식이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전문가를 자칭하는 사람들 중에는 항상 적당히 뭉게서(?)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회의나 프로젝트 보고인데도 그러한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된다는 것인데??" 라고 반문하면 다시 적당히 미사여구들을 조합해서 얼버무리기 일쑤입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도 이런 방식이 때때로 통하는 것은 청중들이 들을 때 그래도 전문가인데 뭔가 깊은 뜻이 있겠지라는 기대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대개 100이면 100 모두 기대를 무너뜨립니다. 아니면 원래 전문가들은 이론에 해박하지만 실무적 능력은 좀 떨어질 것이라고 질문자의 기대치도 처음부터 낮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명한 심리학자인 레빈이  '좋은 이론만큼 실제적인 것은 없다'라고 말한 것처럼 진정한 이론가는 실천과도 맞물려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책을 통해서 배운 몇가지 개념들 제시하는 것으로는 전문가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는 구체적인 행동계획 몇 개를 제시하는 실무자들보다 못한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그래도 자신이 전문가라고 생각하며,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자신보다 더 높은 수준이 아니라며 위안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전문가라면 어떠해야 할까요? 해당 영역에서의 전문지식 외에 다음과 같은 태도나 능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1. 상황을 시스템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2. 끊임없이 지속적인 학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3. 새로운 지식에 겸허해질 수 있어야 한다.

[1.시스템적 사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한계를 보이는 이유 중의 한가지는 현상을 볼 때 하나의 원인은 하나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선형적인 관점에서 보기 때문입니다. 즉, 어떠한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여러가지 원인들이 있을 수 있는데, 단순히 한두가지 원인들로 추정하여 단정해버립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예전처럼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이유는 급여제도, 개인문제, 역량부족 등 여러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는데, 교육전문가는 역량부족, 인사전문가는 급여제도, 개인동기부여가는 개인적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것은 자신의 얕은 과거의 경험으로만 접근하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즉, "내가 옛날에 해봤는데.."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진정한 솔루션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만약 전문가라면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질문하여 현재 상황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살펴야 할텐데 말입니다.

[2.지속적 학습] 또한 전문가라고 하면서 평소에 공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과거의 경험적 지식은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단순히 과거의 경험만으로 컨설팅이나 강의를 하는 것은 한계를 갖습니다. 과거 우리가 대학에서 10년째 같은 교안으로 강의하는 교수님들을 경험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현장의 전문가라면 그와 관련된 이론적 토대를 확고하게 쌓아놓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새로운 이론과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습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책들과 관련 연구논문 등을 읽어보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만약 컨설팅의 경우라면 이전의 컨설팅 경험이나 자료들이 이후의 컨설팅 과정에 좋은 방법으로 활용될 수는 있으나, 그것이 전부라면 이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똑같은 보고서를 회사명만 바꾸어 제공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니까요.

[3.새로운 지식의 수용] 게다가 일부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아집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새로운 관점과 경험을 제시할 때 그것들이 자신의 경험과 일치되지 않으면 뭉게버립니다. 즉, 동화나 조절의 인지매커니즘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컨설팅이나 코칭을 하면서 자신의 방식과 다르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의 일 처리방식을 업신여기도 합니다. 자신과 맞지 않는 것이지, 그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입니다. 오픈된 마인드와 다른 의견과 생각들을 존중하는 태도가 전문가들에게도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제경험으로도 그러한 겸양지덕을 갖춘 전문가들을 본 적은 드문 것 같습니다. 겸양지덕 자체가 자신의 전문성 이미지를 훼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저는 아직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진정한 전문가적 소양과 역량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처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컨설팅을 하고, 누군가에게 강의하고 코칭하는 행위들이 계속된다면 이 사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회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진짜 전문가와 무늬만 전문가인 사람들을 선별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또한 그러해야 진정한 전문가가 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합니다.
현재 HRD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며, 대학에서 심리학, 대학원에서 HRD를 전공하였으며, 쌍용그룹 중앙연수원, 쌍용정보통신㈜잠실교육센터장, 삼성SNS㈜ 인력개발파트장 등을 거쳐 현재는 HRD 전문컨설팅기관인 ㈜하나기업컨설팅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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