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보면 압니다??

입력 2011-10-10 22:00 수정 2011-10-10 16:26



  얼마 전 지방에 여행을 갔다가 한 제과점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그 지역에서는 맛집으로 소문난 제과점이었는데, 앞에 크게 붙여놓은 모토가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바로 ‘느리게 더욱 느리게’ 였습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 재료를 발효시키고, 유기농 과일이나 우유를 활용하고... 제과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뭔가 건강한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나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물론 손님들은 느리다는 것 때문에 별로 불편함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만드는 과정이 느린 것이지 서비스가 느린 것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제과점은 예외적인 것이고 요즘 세계는 너무 빨리빨리를 표방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기다림이 불편한 것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이러한 빨리빨리를 양산해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다림이 곧 여유이고 그 여유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휴대폰이 사람들 간의 소통을 빠르게 해주었지만 여유를 준 것은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실제로 ‘휴대폰 때문에 저는 너무 행복해요’ 라고 하는 사람은 별로 못 본 것 같습니다. 빨리빨리 뭔가를 처리하면 남은 시간이 여유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어쨌든 점점 세상은 빨라지고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스피드를 상위 덕목으로 제시하고, 물어보면 바로 답이 나와야 되는 그런 시대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산업교육 쪽에서 많이 활용되는 '유형론' 같은 경우가 다른 관점에서 보면 '빨리빨리'의 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성격이나 행동 유형론의 근저에는 사람을 즉각적으로 판단하려고 하는 관점이 일부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바로 답이 나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유형론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강의하는 사람이나 수강한 사람들은 쉽게 그 매력에 빠져 툭하면 사람들을 어떤 유형으로 범주화하여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심리학 실험에서는 이 유형론의 허상을 증명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여러 성격패턴 등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이 그 유형이다 라고 하면 거기에 자신을 맞추어 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물론 유형론이 영업 현장에서 사람들을 빨리 판단하는 데는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고객이 다른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가 해야 할 확고한 행동패턴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축구에서 패널티킥을 할 때 골의 방향을 미리 결정하여 하는 것이 적어도 50:50의 확률이므로 더 나은 것처럼 말입니다. 또는 시험 볼 때 무조건 한 방향으로 찍으면 잘하면 25% 이상의 확률은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사람을 이렇게 빨리빨리 파악하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일까요? 사람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놓고 이 사람은 이렇게 대하는 것이 맞는 것이지 하고 대응하는 것이 맞을까요? 물론 유형론을 처음 주창했던 연구자들은 이런 것을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몇 번 얘기해보고 저 사람은 저런 유형이야 하는 것은 오히려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놓치게 하는 벽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까요.. 어떤 사람을 어떤 유형이다 생각을 하고 나면 모든 그 사람의 행동을 그 유형에 맞추어 해석하게 될 것입니다. 그보다는 시간을 들여 진실하고 성의있게 대하는 것이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를 떠나서 더 효과적이지는 않을까요?



  예전에 교육장에서 어떤 강사가 자신은 사람을 딱 보면 5분 만에 어떤 성격인지 알아 맞힐 수 있다고 교육생들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라고 봅니다. 사람을 어떻게 5분 만에 파악한다는 말입니까? 물론 유형론을 활용하여 강의하시는 분들이 모두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계신 것은 아니지만, 만약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좀 위험한 생각이지 않나 합니다.



  유형론이 교육 장면에서 흥미를 유발하는 분명한 효과는 있지만, 너무 깊게 빠지는 것은 저 개인적으로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유형론을 활용한 교육에서 주장하는 것은 사람을 빨리 판단하여 빨리 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대해주고자 한다는 전제이기는 하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이런 유형론으로만 규정지어버리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즉, 유형론은 사람을 이해하는 여러가지 방법 중 한가지 정도로 이해하고 너무 깊게 빠져드는 것은 좀 아닌가 합니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정말 ‘느리게 느리게’ 해야 될 일입니다. 그래야 더욱 더 그 사람을 진실하고 성의있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진정한 HRD담당자는 인간을 더 깊게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그렇다면 정말 느린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 HRD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며, 대학에서 심리학, 대학원에서 HRD를 전공하였으며, 쌍용그룹 중앙연수원, 쌍용정보통신㈜잠실교육센터장, 삼성SNS㈜ 인력개발파트장 등을 거쳐 현재는 HRD 전문컨설팅기관인 ㈜하나기업컨설팅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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