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 것

입력 2010-01-26 18:01 수정 2010-01-27 17:28



 드라마 '추노'의 인기가 높습니다. 장혁과 오지호 등 남자 탤런트들이 윗옷을 벗고 탄탄한 복근을 자랑하는데다 액션도 화려하고 멜로도 적당히 섞인 덕이라고 합니다. 장혁이란 배우의 경우 군대 가기 전까지는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연기도 다소 과잉이다 싶었는데 제대한 뒤엔 많은 면에서 한결 안정되고 세련돼진 듯합니다.
 
  군대 덕인지 나이 덕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나이 덕이 아닐른지요.나이만큼 사람을 바꾸는 건 없으니까요. '추노'를 보다 보니 '상놈 세상에선 나이가 상전'이란 대사도 나오더군요. 왜 아니겠습니까. 신입사원 아니 대리 시절까지만 해도 겉으론 꼼짝 못하는 듯해도 속으론 "에잇,수틀리면" 할 수 있지만 과장되고 부장 되면 언감생심 그럴 수 없는 게 봉급쟁이니까요.

  봉급쟁이가 아니라도 마찬가지지요. 나이 들면,게다가 가족이 생기면 점점 겁나는 게 많아지고,그러다 보면 참아야 할 일도 늘어납니다.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살다간 인생 고달파지는 것도 알게 되지요.서글프지만 어쩌겠습니까. 참을 인(忍)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물론 인내는 굴욕일 뿐인 경우도 있습니다. 정히 안되겠다 싶으면 '너 죽고 나 죽자'고 덤벼야 하는 때도 있다는 얘기지요. 다만 그런 경우 나도 혼날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너 죽고 나 사는 수는 없다고 봐야 하니까요.

  그러니 '에잇' 하고 싶으면 인생 확실하게 바꿔서 적보다 백번 천번 빛날 각오를 단단히 해야지요.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서 확실하게 승리할 자신이 있으면 까짓, 에잇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실제 그렇게 해서 답답하고 서러운 인생,반짝반짝하게 바꾼 사람도 없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여건상, 성격상 그렇게 할 형편도 못되면서 한 순간 성질을 못이겨 에잇 하고 나면 돌아오는 건 찬바람 뿐인 수가 태반입니다. 한겨울 덥다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리면 찬바람 쌩쌩 부는 거리를 헤매는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돈 있으면 택시 타면 되겠지만 그런 식으로 갈아타다 보면 주머니 비는 것도 순간입니다. 

  선택은 자유지만, 어떤 경우에도 뒷일 생각 않고 성질부터 부리고 나면 수습하느라 고생깨나 합니다. 속 상하고 화 나고 분통 터질수록 호흡을 크게 하고 잠시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인 수가 많습니다. 비겁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비겁해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비겁함도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니까요.나이든 자의 변명이라 해도 받아들이겠습니다.사실이니까요.

  <나이>
“이게 무슨 가당찮은”
전같으면 까짓 것 상대 안하면 그만이다
불쑥 내뱉었을 말
입 안에서 굴리고 굴리다
목 뒤로 꿀꺽,
삼킨다.



척지면 안된다,
한 마디만 참으면 
무던한 사람 소리 듣는다
못들은 체 못본 체
고개 푹 떨군다,
옆으로 슬쩍 돌린다.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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