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피는 장미

입력 2010-01-06 19:25 수정 2010-01-12 08:12

  인사철입니다. 승진했거나 좋은 보직으로 바뀐 분들도 계실 테고 그렇지 못한 분들도 계시겠지요.분명 차례인데 승진하지 못했거나 뜻밖에 원하지 않던 곳으로 발령받은 분들의 가슴은 무너질 것입니다.동기 중 누구는 승진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도 기가 막히겠지요.

   30년 넘는 직장생활동안 저 역시 속 터진 적 수없이 많았습니다. 방이 붙던 날 화장실에서 훌쩍이다 못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소리내 운 적도 허다했지요. 썼다 찢어버린 사표는 셀 수도 없습니다. 꾹 눌러 참은 건 욱 하는 마음에 대책 없이 그만뒀다 참담했던 초년시절 경험과, 이대로 그만둘 순 없다는 오기와, 참고 기다리면 언젠간 만회할 기회가 오겠지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인생이란 포물선입니다.사람에 따라 하나의 포물선일 때도 있고 두 개 혹은 세 개인 수도 있겠지요.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고 바닥인 듯하다가도 다시 올라갈 수 있습니다.꼭지점이 오래 지속되는 평원이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고 꼭지점에 선 다음엔 누구나 내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인생의 꼭지점은 되도록 뒷쪽에 있는 편이 낫다는 생각입니다.너무 일찍 꼭지점에 도달하면(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 등 인기인 혹은 조숙한 천재들이 그럴 수 있겠지요) 뒷날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테니까요. 

  늘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같은 믿음이야말로 세상 어떤 일도 "그까짓 것"하고 함부로 대하거나 처리하지 않고 성심성의껏 해내도록 만드는 힘이니까요. 노력은 제 몫이요, 결과는 하늘이 하실 일입니다. 기대했던 일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감사하면서 또 다른 길을 찾아낼 것입니다.

 어쩌면 그 길이 훨씬 보람된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지난해 초여름 아파트 담장에 핀 장미를 보며 문득 사람 사는 일도 비슷하겠거니 깨달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직장 일로 마음 아픈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늦게 피는 장미>



아파트 담장을 따라 장미가 폈다. 주욱!
앞뒤에
낮고 낡은 옛건물과 키 작은 관목 뿐인 남쪽 장미 먼저,
20층 아파트에 높다란 나무 우뚝 선 북쪽 장미 한참 늦게.



그렇구나,
양지 바르고 덩치 큰 게 앞을 가리지 않으면
꽃도 먼저 피는구나.



괜찮다.
앞뒤로 크고 높은 무엇이 잔뜩 가리고 있어도
필 건 피고
늦게 핀 꽃은 늦게 진다.



일찍 핀 남쪽 꽃 시들 때
느즈막이 핀 북쪽 장미 아름답지 않더냐.
꽃송이도 훨씬 큰 듯하고.



사람살이도 비슷할 터!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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