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은 왜 파산했는가?

입력 2012-01-25 15:38 수정 2012-01-25 15:42
1881년 창립한 코닥. 지난 20세기 사진의 역사는 코닥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 기업이 파산보호신청을 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이나 여러 언론사들은 코닥이 사업화에 실패한 것에서 이번 파산의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수 많은 특허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필름 시장에 집착했기 때문에 오늘에 이런 결과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맞는 설명이긴 합니다. 그러나 1975년 당시 코닥 경영진의 회의 장소로 가서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요?

 

디지털 카메라가 최초로 개발되었을 때 너무도 가격이 비쌌습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저장공간의 문제도 있었고, 그것을 인화하기 위한 장치나 프린터 등도 성능이 미진했던 시기입니다. 1975년이라면 애플에서 퍼스널 PC인 맥킨토시를 출시하기도 전이니까요. 자, 그렇다면 미래를 모르는 여러분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나중에 결과가 나온 이후에는 누구나 성공의 요인, 실패의 이유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건 경영학자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90년대 전까지 누구도 코닥의 사례를 얘기하면서 디지털 카메라 시장 진출을 촉구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80년대 이후 코닥은 후지필름 등과 전 세계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기입니다. 특히, 신흥 시장에서 카메라 보급율이 증가하면서 치열하게 필름 시장에서 매출을 증대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도 코닥은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만일 위의 질문에 대해 답해 본다면 그 누구도 ‘당장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우리의 주된 시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회의석상에서 말하지 못했을 것이란 점입니다. 사실 이것과 유사한 예가 국내에서도 있었습니다.

 

이동통신사들이 3G 네트워크에 기반한 서비스를 하고 있을 무렵 인스턴트 채팅 프로그램을 단말기에 로딩해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소위 PC에서 메신저를 하듯이 휴대폰에서 PC나 다른 휴대폰과 채팅을 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 시장은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통신사들이 자신들만의 폐쇄적 구조를 원했고, 거기에 과금까지 하려고 했으니까요. 사실, PC에서는 무료로 사용하는 것인데 유료화한다면 누가 그 서비스를 사용하려고 할까요. 그래서 결국 3G 네트워크에서의 인스턴트 채팅 서비스는 소리 소문 없이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인스턴트 채팅 서비스는 ‘카카오톡’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습니다. 통신사들과는 무관하게 제3의 회사에서 개발한 것이죠. 결국 통신사들은 이미 자신들이 개발했던 인스턴트 채팅 서비스 영역의 주도권을 상실했습니다. 이제는 ‘카카오톡’이 더 힘이 강해졌습니다. 어떤 통신사도 ‘카카오톡’을 막을 수 없지요.

 

그렇다면 원래 출발점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왜 코닥은 파산보호신청에 이르게 되었을까요? 그 해답은 <단절 전략>의 부재 때문입니다.

 

단절 전략

 

유사한 개념으로 사업 다각화, 사업부제, 사내 소기업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단절’이 아닙니다. 단지 해당사업에 대한 전문 부서를 만든 것일 뿐이죠. 결국 의사결정은 기존 조직의 관점에서 이루어질 뿐이니까요.

 

<단절 전략>은 이론적으로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에 근거합니다. ‘파괴적 혁신’ 이론에 의하면 이미 성공한 기술은 결코 그 성공의 방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술은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 개발 중심으로 경쟁합니다. 하지만 ‘파괴적 혁신’이 등장하면 시장은 기존의 가치가 아닌 새로운 가치를 요구합니다. 결국 기존 기술은 폐기되고 처음에는 다소 기술적으로 뒤쳐졌던 혁신기술이 결국 시장의 새로운 중심이 된다는 것이죠.

 

이것을 한 기업 내에서 이루기 위해서는 사업에서 조직까지 철저한 <단절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사업을 운영하는 조직, 의사결정을 내리는 프로세스 모두가 철저히 기존 조직과 프로세스에서 단절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저 단순히 근시안적 태도였다, 기술 추세를 읽지 못했다, 기존 사업에만 몰두했다는 식의 설명은 결과에 근거한 합리화일 뿐입니다. 그런 해석으로는 어떤 대안도 만들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고, 성공한 사업을 운영하는 경영진은 당연히 기존 사업에 충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단절 전략>은 이런 당연한 구조를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산업의 해체에 대비해 새로운 조직과 프로세스로 새로운 사업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현재 스마트폰 산업에 대비해 볼까요.

 

현재 한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90퍼센트 이상이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위험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안드로이드 OS의 주인인 구글이 언제든 판매대수당 로열티를 요구하게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새로운 OS, 예컨대 윈도우 기반의 망고와 같은 것이 등장하여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기업들이 해야 할 것은 당연히 OS 형태별 대응일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복수의 OS 개발 조직을 두고 있을 뿐 LG전자와 팬택은 이에 거의 대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역시 확고한 <단절전략>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자 플랫폼인 바다 개발조직이나 윈도우 OS 대응조직들 모두 스마트폰 SW개발조직의 하부 조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현재 그 조직의 최대 관심은 안드로이드일뿐입니다. 결국 <단절>보다는 보험 성격의 예치금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단절전략>의 핵심은 CEO일 것입니다. 결국 두 개의 전혀 다른 조직과 프로세스에 대해 결정하고 책임을 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현재 배부른 조직의 자원을 신생 조직에 산소호흡기에 불어 넣어야 하니까요. 전략이란 결국 인간의 실행력에 기반하기에 CEO의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단절전략> 역시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 이종진 대표는 현재 브랜드/마케팅 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브랜드커리어닷컴을 (www.brandcareer.com) 운영하며, 브랜드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조언 부탁 드립니다.


컨설팅 외에 Brand Management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국 대학이나 기업 등에서 브랜드전략 강의에 열정을 쏟고 있다. 또한 브랜드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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