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딤채에게 배워야 할 마케팅 교훈

입력 2011-05-15 16:30 수정 2011-05-15 16:31
1993년 이후 몇 년 동안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기존 냉장고의 내부에 설치된 ‘김장독’과 ‘김치독’이 주는 기능적 혜택을 소비자에게 어필하면서 당시 8,000억 정도의 냉장고 시장에서 1등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두 회사간의 경쟁은 1995년 10월에 등장한 딤채에게는 큰 도움을 주게 됩니다. 왜냐하면, LG와 삼성 간의 ‘김치’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냉장고 속의 김치 숙성과 보관에 대한 관심을 한층 높이는 딤채의 사전 마케팅 같은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김치숙성과 보관 기능이 한층 좋아진 LG와 삼성전자의 냉장고가 팔려 나가는 것을 보면서 만도는 다음과 같은 의문에 확신을 갖습니다. “프랑스에는 와인냉장고, 일본에는 초밥냉장고가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는 우리의 고유한 음식문화인 김치를 위한 냉장고가 없을까?” 만도는 1993년 김치연구소를 만들고, 3년간 100만 포기의 김치를 담그며 수많은 테스트를 하고, 전국 김치의 특장점을 분석한 김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면서 김치 연구를 해나갔다. 결국, 땅속 김장김치 맛을 내기 위한 약 70여 가지의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내면서 김치 냉장고를 완성하여 시장에 출시하였습니다. 그때가 1995년이며 향후 대기업인 삼성과 LG도 못 이기는 김치 냉장고 시장의 리더 브랜드인 딤채가 탄생한 해입니다. 이는 만도 같은 중견 기업이 기존 시장을 세분화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장악하기 위해 취해야 할 인천상륙작전 같은 측면공략 전략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사실 만도는 자동차와 건물의 냉방시스템 쪽에서 기술력을 다져왔고, 늘 냉장고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습니다. 목적은 ‘냉방 기술력’ 이란 핵심역량을 활용하여 사업확장을 꾀하였던 것이지요. 만약에 만도가 김치전용냉장고가 아닌 삼성, LG가 있는 일반 냉장고 시장에 진출했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 왔을까요? 답이 너무 뻔하여 저의 질문이 좀 우습게 느껴지시죠? 그렇지만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 사례에서 말씀 드렸듯이 많은 기업들은 만도처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KT가 네이버, 다음이 있는 온라인 포탈 시장에 뛰어든 것, LG전자가 막강한 웅진 코웨이가 있는 정수기 시장에 다시 뛰어든 것, 귀뚜라미 보일러가 에어컨 시장에 뛰어든 것 등을 어떻게 보시겠습니까? 우리가 만도의 딤채 사례에서 배워야 할 것은 아무리 기술력, 마케팅력, 유통력에 자신이 있어도 이미 1, 2, 3등이 있는 기존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 들기보다는 작은 틈새시장으로 보일지라도 새로운 시장을 찾고, 키워서, 장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계속 말씀 드리지만 시장은 원래 없습니다. 딤채도 첫 해에는 4,000대 정도만 팔려 나갔습니다. 그럼 딤채가 초기에 김치 냉장고 시장을 어떻게 키웠을까요?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에는 ‘여자, 남자, 아줌마’가 있다고 합니다. 딤채는 ‘아줌마’, 특히 ‘강남 아줌마’의 위력을 믿고, 강남 아파트나 빌라에 거주하는 45세 전후의 중상류층 주부들을 목표 고객으로 삼았습니다. 이들 ‘아줌마 부대’들이 다니는 강남의 대형슈퍼, 문화센터, 수영장, 헬스클럽 등에서 제품을 알렸고, 심지어 약 200명의 고객 평가단을 모집하여 딤채를 무료로 사용해보게 했습니다. 딤채의 김치 냉장고 품질에 만족한 ‘강남 아줌마’들은 딤채에 대해 또 다른 ‘아줌마’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입소문은 운 좋게 분당, 일산 등 신도시까지 자연스럽게 퍼집니다. 1980년대 말~1990년대 초에 걸쳐 분당, 일산, 평촌 등 신도시가 생겼고,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서울에서의 자녀 교육을 마무리 짓게 되자 ‘강남 아줌마’ 들이 신도시로 이사를 갑니다. 강남에서 일어났던 딤채에 대한 입소문이 이들 ‘아줌마’들에 의해 신도시로 확 퍼지게 된 것입니다. 신도시로 이사간 가정은 대부분 김장문화를 포기하지 않은 45세 이상의 주부들이었고, 기존에 살던 아파트나 빌라보다 훨씬 넓어진 신도시 아파트에 김치 냉장고 한대를 놓는데 공간적 부담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중산층 가정이 신도시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시점이 딤채 출시 시점과 맞물려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입소문 마케팅’의 성공사례입니다.

 

그러나 앞서 Double A의 사례에서 말씀 드렸듯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입소문 마케팅 같은 게릴라전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무엇보다도 광고, PR 등 공중전 성격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초기에 집중하여 되도록이면 많은 소비자에게, 예를 들어 ‘김치냉장고=딤채’라는 인식을 각인 시켜야 합니다. 이는 이미 ‘김치’ 싸움을 벌인 LG와 삼성 냉장고를 고려할 때 딤채에게는 더욱 더 필요한 전략이었습니다.

 만도는 딤채를 출시하면서 ‘김치여, 독립하라’라는 카피와 함께 지면광고를 진행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광고는 삼성, LG 냉장고 내부에 설치 된 김장독/김치독을 겨냥한 광고인 것 같습니다.) 그 후 ‘김장김치가 임자 만났다’, ‘딤채 김치 소문났네’, ‘냉장고 김치맛과는 비교할 수 없어요’ 등의 TV, 지면 광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여 소비자의 인식 속에 파고 듭니다. 그리고 제품개발 배경, 기술력, 판매급증, 히트상품 수상 등의 스토리를 가지고 공격적인 PR을 전개하여 신문에 자주 오르게 되면서 딤채라는 브랜드의 신뢰도를 한층 높이게 됩니다.

* 이종진 대표는 현재 브랜드/마케팅 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브랜드커리어닷컴을 (www.brandcareer.com) 운영하며, 브랜드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컨설팅 외에 Brand Management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국 대학이나 기업 등에서 브랜드전략 강의에 열정을 쏟고 있다. 또한 브랜드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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