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딤채에게 배워야 할 마케팅 교훈

입력 2011-05-11 19:43 수정 2011-05-15 16:23
딤채의 성공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 주부들이 김치를 담그고 보관하는데 있어서 어떤 고민거리가 있었는지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김치라는 음식부터 볼까요? 김치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고 한국사람은 김치 없이 못 삽니다. 그리고 김치 맛의 최고는 역시 겨울 내내 땅속에 묻어 두었던 김장 김치 맛이죠. 우리 어머님들은 이런 김장 김치 맛을 내기 위해 정성스럽게 준비한 배추, 마늘, 고춧가루, 파 등으로 김치를 담급니다. 그런

데 이런 김장 김치 맛을 내기는 고사하고 하루 종일 고생을 해서 담근 김치를 자칫 잘못 익히면 맛이 시어 버립니다. 이는 우리 주부들이 가지고 있던 고민거리 중에 큰 고민 거리였습니다.

김치를 보관하는데 있어서도 주부들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미풍양속 중에 하나는 매년 겨울이 오기 전에 김장을 담그는 것 입니다. 그런데 주부들은 월동준비를 위해 담근 김장의 양이 너무 많아 김장김치를 보관할 때 마다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특히 주거문화가 장독대를 묻을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그런 공간 확보가 불가능 한 아파트로 바뀌면서 그 애로는 더욱 더 컸습니다.

또한 우리 주부들은 김치를 담가 냉장고에 보관하면서도 다른 음식에 김치 냄새가 배어 날까 봐 늘 걱정을 하였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났던 김치 냄새를 기억하시나요? 참으로 불쾌한 냄새가 났습니다. 얼마나 고약했으면 주부들이 ‘냄새 먹는 하마’라는 제품까지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을까요.

이러한 김치 맛과 보관에 대한 우리 주부들의 고민을 누가 먼저 해결해주었을까요? 딤채라고요? 아닙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치 냉장고’라는 개념을 최초로 냉장고에 접목시킨 것은 만도의 딤채가 아니고 냉장고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던 LG와 삼성입니다. 아래는 딤채가 시장에 나오기 2년 전인 1993년 1월 31일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한번 읽어 보십시오.

“냉장고가 김칫독을 대신한다. 최근 금성사 (현재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김치숙성기능을 갖춘 김치냉장고의 판촉전에 돌입. 금성사는 지난 91년부터 경상대, 인하대, 이화여대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벌여 최근 김장독 냉장고 개발에 성공, 지난 20일부터 시판하고 있다. 이 제품은 우리 조상들이 땅속에 묻어 감칠맛을 내는데 착안, 단열구조를 갖춘 김치전용실과 원적외선 세라믹으로 특수 제작한 김장독을 따로 설치했다. (…) 삼성전자도 서울대와 산학협동으로 김치전용냉장고를 개발, 역시 지난 15일부터 시판 중이다. 삼성의 김치냉장고는 1백54l 용량으로 금성의 김칫독 냉장고 (4백 89l) 와는 달리 김치만을 보관하는 김치전용냉장고. 김치의 종류와 입맛에 따라 김치의 익힘 정도를 조절, 원하는 김치 맛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는 삼성전자의 설명. 이들 김치냉장고는 김치를 오래 저장하고 싶다거나 김치를 즐겨먹지만 김치냄새가 냉장고에 배는 것을 싫어하는 소비자의 공통된 요구를 토대로 만들어 진 것. (중략)”

딤채가 나오기 약 3년 전에 이미 LG전자는 기존 냉장고의 내부에 김치숙성과 보관을 위한 ‘김장독’ 이란 것을 설치한 대용량 냉장고를 출시하였고, 삼성전자는 작은 용량의 김치전용냉장고를 출시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볼 점은 김치 숙성과 보관을 LG전자는 기존 냉장고에 추가할 수 있는 하나의 기능으로 본 것이고, 삼성전자는 한발 앞서 나가 별도 제품화 할 수 있는 것으로 본 것입니다.

기존 시장을 세분화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장악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삼성전자의 접근이 전략적으로 옳았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저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마케팅을 전개하여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습니다. 150l, 200l, 300l 용량까지 개발하여 김치전용냉장고 모델을 다양화까지 해놓고 LG전자의 ‘김장독’ 냉장고에 맞불을 놓기 위해 비슷한 개념인 ‘김치독 시스템’을 내부에 설치한 대용량 냉장고에 마케팅을 집중합니다. 만약에 이때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김치전용냉장고에 삼성이 아닌 다른 브랜드를 붙여 마케팅을 집중했다면 딤채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답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저는 ‘브랜드에도 팔자가 있다’는 말을 농담 삼아 종종 쓰는데 딤채는 정말 운 좋은 팔자를 타고 난 브랜드입니다.

* 이종진 대표는 현재 브랜드/마케팅 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브랜드커리어닷컴을 (www.brandcareer.com) 운영하며, 브랜드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컨설팅 외에 Brand Management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국 대학이나 기업 등에서 브랜드전략 강의에 열정을 쏟고 있다. 또한 브랜드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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