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의 코트라 여직원

입력 2006-08-30 18:33 수정 2006-08-30 18:47


 

      칭다오의 코트라 여직원

 

 잠깐 중국 청도(칭다오)에 다녀왔습니다. 코트라의 임원들과 함께 한 자리였지요. 청도는 중국 중남부 해안도시로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이 채 안걸리는 곳에 있습니다.제주도 가는 것보다 그리 멀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5000개 이상 진출해 있다고도 하구요. 한국사람이 7만 명 이상 산다고도 합니다.

 

  청도에 대한 느낌은 전에 가본 북경과는 판이했습니다.사막도시인 북경이 건조하고 팍팍했다면 청도는 해안도시답게 약간의 습기를 머금어 부드러웠습니다. 정신 없는 북경에 비해 안정된 느낌도 줬구요.독일인들이 건설했다는 구시가지는 유럽을 옮겨놓은 듯 아름답고 새로 건설되는 신시가지는 번쩍번쩍 했습니다.

 

  물론 중국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청도의 건물들도 외화내빈인 경우가 많아 겉은 화려하지만 내부의 시설이나 인프라는 다소 '아니다'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중국 제일의 전자업체인 하이얼 본사 건물 한 곳의 에어컨이 망가진 지 한달이 되도록 고쳐지지 않는 식이라는 거지요.

 

  아무튼 청도는 발전하는 중국의 모습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줬습니다. 우리 일행에게 점심을 산 청도 부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태도는 놀라웠구요.네 명이 나왔는데 부시장을 제외한 세 명은 한국어가 얼마나 유창한지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지요. 한 명은 우리나라 연세대 어학원에서 공부했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 기업을 유치하고 투자를 받아 자기네 도시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우리 공무원,우리 관리들은 어떨까" 싶어 착잡했습니다. 우리가 갔을 땐 마침 '청도 맥주 축제'를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든 그걸 보여주고 싶어 몇번이나 "꼭 들러보라"고 강조하는 모습도 정말이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칭다오 맥주는 유명합니다.독일인들이 청도를 차지했을 때 독일맥주의 기술로 만들어 그렇다는 군요. 그 기세를 몰아 맥주축제를 하는 거지요. 칭다오 맥주 수출을 위한 노력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그곳에서 한 여성을 만났습니다.코트라 칭다오 지사의 여직원이지요. 올해 스물네살이라는 그 여성은 지난해 대학 4학년 때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대학생 해외연수단의 일원으로 청도에 갔다고 했습니다. 소위 국내에서 말하는 SKY(서울대 고대 연대) 출신도,유명 여자대학 출신도 아니었습니다.

 

  산업인력공단의 연수생으로 건너가 연수를 마친 다음 현지 코트라 직원으로 취직한 것이지요.물론 현지에서 채용된 경우니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보다 다소 대우가 떨어지지만 "열심히 해서 본국으로 오거나 경력직으로 보다 나은 곳에 취직하겠다"고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그대로 취직했으니 스물네살에 이미 경력을 쌓고 있는 것이지요.

 

  한창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느라 힘들 텐데도 얼마나 밝고 씩씩하고 중국어도 잘하는지 기가 막히게 예쁘고 기특해 보였습니다. "식구들이 보고 싶지 않느냐"고 했더니 "보고 싶지만 서울에선 취직하기 어렵다는데 여기서 좀더 실력을 쌓아 당당하게 어디든 갈 수 있게 하겠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이른바 SKY 출신으로 해외 어학 연수까지 다녀와서 취직을 못해 전전긍긍하고 부모님에게 얹혀 지내는 젊은이들이 많은 터에 혼자 힘으로 나랏돈 연수를 가고 그 결과 취직도 해 부지런히 앞날을 개척하고 있는 걸 보면서 "역시 세상 일은 제 하기 나름"임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것두요.

 

  처음부터 좋은 곳에 취직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둘러가는 것도 방법이다 싶었구요. 첫술에 배 부르려 하지 않고 차근차근 자기 인생의 꼭지점을 높여가는 그 여성처럼 누구든 자신의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가능한 길을 찾아 문을 두드리면 반드시 열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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