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의 ABC와 기상마케팅을 위한 +D

입력 2014-07-07 17:50 수정 2014-08-11 19:59

위기관리의 ABC


 

최근 세계 각지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그 여파는 지자체의 행사, 자동차 운행, 야외 스포츠 활동, 식당에서의 서비스, 기호 음식, 발전 방식 등 다양하게 미친다. 기업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일찌감치부터 기상이변이나 날씨의 변화의 중요성을 간파하여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기상마케팅’ 혹은 ‘날씨마케팅’과 같은 용어가 1990년대 초부터 쓰였다.

 

패션이나 냉난방기기에서의 적정 수요 예측과 그를 통한 재고 최소화, 공사 현장에서의 효율적 인력과 일정 관리 등의 비용과 수익 측면에 초점을 맞춰 전개되었던 기상마케팅에 근래 변화가 생겼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위기관리, 곧 ‘Risk management’ 차원으로 전개하는 것이 거역할 수 없는 큰 흐름으로 대두되고 있다.

 

주로 자본에 초점을 맞춘 국경을 넘나드는 리스크에 대해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판카즈 게마와트(Pankaj Ghemawat)는 ABC를 머리글자로 한 세 가지 순으로 대응하여야 한다고 그의 <월드 3.0>에서 말했다. Alarms(경보 장치), Breakers(저지 장치), Cushions(완충 장치)라는 조기경보시스템, 전염 억제, 타격의 완화 기능을 일컫는데, 기상 관련해서도 충분히 ABC는 적용될 수 있다.

 

동북대지진이 난 2011년 여름 도쿄에 갔었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도쿄에 사는 후배가 진동이 온 스마트폰을 확인하더니 곧 지진이 올거라고 했다. 감각이 둔해서인지 나는 느끼지 못했는데 한국에서 온 친구들까지 몇초 후에 “아, 왔다”하면서 서로 신기해했다. 지진 발생 수십 초 전에 스마트폰을 통하여 경보하는 앱인데, 동북대지진 후 한 달 사이에 150여만 명이 다운을 받았다고 한다. 지진의 강도와 진앙지까지 알려주는데, 작년에 미국에서도 지진이 잦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기상예보도 경보 장치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몇년 전부터 3월이 되면 대형마트에는 황사대응 물품매대가 설치된다. 황사용마스크를 비롯하여 피부보호용 화장품에 선글라스까지 올려져 있다. 황사가 호흡기, 피부, 안구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는 저지 장치이다. 크게 보면 황사의 발원지라고 하는 몽골에 나무를 심는 것도 저지 장치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황사가 심해지면 삼겹살 소비가 증가한다. 확실한 효과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만 목에 낀 먼지를 삼겹살의 기름으로 제거한다는 미명하에 자연스레 소비가 늘어난다. 감정적으로는 충분히 황사 피해에 대한 완화 효과가 있다. 삼겹살은 그래서 황사에 대한 완충 장치라 할 수 있다. 손 소독제를 쓰거나 외출했다 들어올 때마다 손을 씻는 것 등도 완충 장치의 일종이다.

 

 

신제품과 스토리를 개발(D)하라


 

기상이변이나 그로 인한 재해 등을 예측하고 대비하고 활용하기도 하는 ‘기상마케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ABC만으로는 부족하다. ‘개발’곧‘Development’의 ‘D’가 필요하다. 두 가지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신제품’과 ‘스토리’이다. 예측하고 저지하며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상과 재해 상황이라도 적극적으로 자신과 엮어서 신제품과 그와 함께 내세울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사례들 몇 가지를 보자.

 

지난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참관한 후 귀국 전날에 현지 TV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하나를 보았다. 미국 프로 아이스하키 리그인 NHL의 ‘윈터클래식(Winter Classic)’이 소재였다. 윈터클래식은 매년 1월 1일 NHL의 정규 경기를 야외의 대형 스타디움 같은 곳에서 하는 행사이다. NBC방송국의 스포츠 프로그램 담당자의 아이디어로 2008년에 처음 시작되었는데, 이제 NHL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앤 아버(Ann Arbor) 소재 미시간대학교의 스타디움에서 디트로이트 레드윙스(Detroit Red Wings)와 토론토 메이플 리프스(Toronto Maple Leafs)가 격돌했다. 기온은 섭씨 영하 20도까지 떨어졌고, 눈보라가 경기내내 몰아쳐 잠깐의 휴식시간마다 경기진행요원들이 링크 위의 눈을 치우느라 분주했다. 야외에서 경기를 하고 관전을 하는 데 최악의 날씨라 할만 했으나, 그런 점이 바로 윈터클래식의 묘미를 한결 부각시켰다. 팬들도 더욱 열광하고 직접 관전했다는 사실에 뿌듯해했다. 추운 겨울에 하는 역동적인 스포츠로 아이스하키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더욱 뜨거운 사랑을 불러일으키는데 한몫했다.

 

윈터클래식과 비슷하게 시카고의 ‘러시안 페스티벌’도 관광에는 치명적인 약점인 혹한을 강점으로 만든 사레이다. 시카고보다 더욱 추운 러시아의 음악을 비롯한 발레, 미술 등의 공연과 전시회를 열어서 날씨가 추우면 추울수록 더욱 러시아스러운 맛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팀으로 원래 뉴욕에 있다가 서부 샌프란시스코로 옮긴 자이언츠의 홈구장은 ‘캔들스틱 파크’였다. 바닷가에 자리잡은 것치고도 바람이 세기로 유명했다. 야구장으로는 최악의 기후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그래도 자이언츠의 팬들은 그런 기후조건 속에서도 야구장을 찾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것이 자신의 야구와 팀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간주하며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원정팀의 선수들이 바람에 당황하여 실수하는 모습을 보며 야유를 퍼붓고 놀림거리로 삼는 것을 즐겼다. 소금기 먹고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바람이 바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팬들의 상징이 된 것이다.

 

일본 동북대지진에서 모든 통신망이 두절된 상황에서 혼다는 차량에 장착된 내비게이터로 차량들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지진과 해일에 강타 당한 지방에서 움직이는 혼다자동차들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다. 그 하나하나의 움직임으로 혼다는 일본의 그 어떤 기관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구호물품이나 구조인력이 접근할 수 있는 도로를 파악해 알려주었다. 혼다는 그렇게 파악한 도로와 그런 자신들의 노력 행위 전체를 ‘Connecting Lifelines’라고 명명했다.

기상 정보는 빅데이터의 일환으로 꾸준히 살펴보고 혹여 있을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으로 스토리가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진정한 기상마케팅이라 할 것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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