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과 함께 만들다 : Made with IBM


 

꽃다운 아이들이 침몰하는 배 안에서 스러져버린 세월호의 최초 소식이 전해지던 날, IBM이 스마트 해상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발표했다는 기사를 봤다. 캐나다의 ONC(Ocean Networks Canada)와 손잡고 앞으로 3년간

‘Smart Oceans BC’란 이름 아래 프로그램을 전개한단다. BC는 캐나다 서해안, 태평양 연안의 British Columbia를 이른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바다 속에 센서를 설치하고 그로부터 전송되는 선박운항상황, 파도높이, 해류, 해질(water quality), 지진, 태풍 등의 데이터를 분석할 예정이다. 그래서 쓰나미나 선박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한단다. 이런 시스템의 일부만이라도, 아니 이미 설치되어 있는 통신시스템만 제대로 운영했어도 세월호와 같은 중세형의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다시금 우리 아이들과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BC 지역에 스마트 해상시스템을 구축하는 Smart Oceans BC를 위해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등 1천 2백만 $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처음 보도를 접하면 당연히 투자 전부를 IBM이 맡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단언컨대 투자의 상당 부분은 어떤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수집하고 어떻게 분석하여 제공할 것인지 결정하고 초기 실행하는 과정에 필요한 연구원들을 위한 인건비일 것이다. 업계 전문가로서 IBM 직원들이 상당수 그 과정에 참여할 것이고, 그들의 인건비가 IBM이 담당한 투자비로서 계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비슷하게 IBM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이 있다.

 

 

일석삼조의 마케팅


 

지난 4월초 IBM은 2014년 ‘스마터 시티즈 챌린지(Smarter Cities Challenge)’프로그램에 참여할 16개 도시를 발표했다. 아일랜드의 더블린, 벨기에의 브뤼셀과 같은 유럽 국가의 수도뿐 아니라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수도인 아부자도 포함되어 있다. 댈라스와 같은 거대국가 미국의 통신산업과 함께 연상되는 도시도 끼는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도시들이 지역별로도 넓게 각 대륙에 퍼져 참여하고 있다. 2010년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IBM 임직원들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활용해 전세계 도시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공헌(The Smarter Cities Challenge contributes the skills and expertise of IBM's top talent to address critical challenges facing cities around the world.)’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서울시가 심야버스 운행노선과 시간을 정할 때, 뉴욕에서 범죄 예방을 위한 특별순찰 구역과 경로 설정할 때 전화통화나 범죄발생과 신고 기록 등의 소위 빅데이터를 참조했다고 한다. 현대 도시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바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하여 일정 수준 해결이 가능하다. 그런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이나 소프트웨어 구축에 IBM의 임직원 전문가들이 각 도시당 6명씩 팀을 이루어 3주 동안 참가하는게 바로 스마터시티즈 챌린지 프로그램의 골격이다. IBM은 인건비를 계산하여 보통 도시 하나의 프로그램 당 50만$ 정도 투자하는 셈이라고 한다. 아직 5년이 되지 않은 프로그램이지만 IBM식으로 구축된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비슷한 방식을 적용하여 다른 문제를 다루어야 할 때 해당 도시에서는 어떻게 할까? IBM에게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아닌 사업적인 접근으로 해결을 요청하기 쉽지 않을까? 경합을 시킨다고 하더라도 IBM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마이클 포터가 주창하는 사회적 이미지도 쌓고 수익도 올리는 ‘CSV(Creating Shared Value)’의 최고수의 솜씨를 보여준다.

IBM에게는 돌 하나로 새 세 마리를 잡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마케팅’이다. 이미지와 수익에 더하여 직원들의 기술 향상을 위한 훈련의 장으로까지 활용하는 것이다.

 

 

‘Small’에서 ‘Smarter’로


 

스마터 시티나 스마트 바다나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에 IBM이 새로운 브랜드 비전으로 발표한 ‘Smarter Planet’과 바로 만나게 된다.

이때 슬로건이자 태그라인으로 “Let’s Build a Smarter Planet”을 붙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슬로건을 처음 보고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IBM 내부에 제법 자신감이 붙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빅 블루(Big Blue)’라고 불리며 애플의 ‘1984‘광고의 빅브라더처럼 세계를 지배할 것 같은 IBM이었지만, 1990년대 중반에는 망할 것 같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외부 인사로는 최초로 IBM CEO에 취임한 루 거스너가 슈퍼컴퓨터와 같은 하드웨어를 파는 것에서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으로 IBM의 ‘업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며 내놓은 기업의 슬로건이 “Solutions for a Small Planet”이었다. 톡톡 튀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기업의 본질을 적확한 시기에 정확하게 표현했다. ‘Solutions’는 제품이자 혜택, ‘Small’은 ‘작은 별’로 지구를 수식하기도 하지만 거대함으로만 알려진 IBM의 기존 이미지를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Planet’은 미국 중심의 이미지를 글로벌하게 만들고, 지구 전체의 모든 것을 사업 기회로 삼으며 환경까지 고려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절묘한 선택이었다. 겸허한 분위기 조성을 위하여 내놓은 ‘Small’에서 더한다는 비교급으로 ‘Smarter’를 썼으니 자신감이 느껴질만도 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IBM과 함께 만든다는 뜻의 “Made with IBM”이란 새로운 태그라인의 캠페인이 이번 4월에 시작되었다. 캠페인을 만든 친구들의 말대로 IBM의 기술과 함께 이룩한 ‘증거(evidence)’들이 이미 60여개가 넘게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다. 자신감이 너무 지나치게 발현되고 있지 않나 좀 우려가 된다. 게다가 비슷한 유형의 광고들이 너무 많이 나오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내가 2000년대의 대표 브랜드캠페인으로 꼽는 HP의 “+HP, Everything is possible”이 있었다. HP와 함께 하여 HP의 기술 덕분에 클라이언트가 이룩한 ‘증거’들이 시리즈로 선보였다. 업종도 비슷하고, 전개하는 방식까지 너무 비슷하다.주의 깊게 볼 일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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