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대세라면 항복하겠다

입력 2014-03-30 21:42 수정 2015-09-21 13:00
 

 

 

“웹툰, 대세라면 이제 항복하겠다.”

한국 만화계를 대표하는 만화가 중 하나로 꼽히는 이현세 화백이 지난 3월 8일 어느 종편과 한 인터뷰의 헤드라인이다. 앵커는 이 화백이 아직도 웹툰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 듯하다. 이 화백이 웹툰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화백이 인터뷰에서 한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왜 만화를 그런 공간에서 공짜로 본다? 난 내 만화책을 정말로 공짜로 보여주기 싫어!” 그러나 그는 헤드라인대로 “아, 그렇다 해도 이게 만약에 대세라면 제가 맨날 얘기하는 것처럼 이제는 웹툰을 통하지 않으면 만화라는 얘기를 전달 할 수 없다면 이제는 항복하고 웹툰의 그런 시스템에 만화를 실어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라고 고쳐 생각을 했다. 새롭게 시작하니 두려운 마음이다. 그래서 기도한단다. 그런데 기도가 아주 구체적이다. “제발 댓글을 보게 하지 말아달라고요, 그런 용기를 내게 달라고요.”

이현세 화백은 ‘80년대 초에 대한민국 만화산업계를 바꾸어 놓은 <공포의 외인구단> 이후 최고 인기 만화가의 반열에 올랐다. 영화배우와 같은 외모와 카리스마로 광고모델로도 나섰는데, 잘 생긴 중년의 남성미 넘치는 이미지로 꽤 잘 어울렸다. 그런 이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고작 댓글 따위를 무서워하고 있다. 그것도 댓글을 선플로 달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보지 않게 해달란다. 다른 사람이 댓글을 선플로 달든 악플로 달든 만화가가 어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댓글을 보고 말고는 만화가 자신이 결정할 수 있지 않은가?

 

즉시성과

상호성이 핵심

 

2011년 광주의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TED-전남대‘ 행사에 연사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연사들끼리 인사를 하는데 약간 해진 모자를 쓰고 무릎을 살짝 덮은 반바지를 입고, 수염을 약간 기른 땅딸막한 인사가 있었다. <이끼>, 당시 연재하던 <내부자들> 그리고 당시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만화책 시장에서 이현세 화백의 <공포의 외인구단>과 같은 역할을 웹툰에서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미생>과 같은 웹툰을 내놓게 되는 윤태호 작가였다. 내 바로 앞에서 강연을 한 윤태호 작가는 댓글의 참을 수 없는 유혹과 무서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새 회가 올라가면 바로 댓글이 뜨기 시작합니다. 무섭죠. 그런데 안 볼 수가 없어요. 참 우스운 게, 100개의 선플이 달려도, 작가들은 한 개의 악플에 괴로워합니다.” 이현세 화백은 만화계로는 까마득한 후배이나 웹툰으로는 한참 선배인 윤태호 작가와 같은 이들에게 아마도 댓글 관련하여 사전 경고를 받았나보다. 이런 댓글이 만화와 차별화된 웹툰만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 무엇일까? 바로 ‘즉각적인 상호작용(Instant

Interactivity)’이다. 더 나눠서 ‘즉시성(Instancy)‘과 ‘상호성(Interactivity)’으로 보자.

인터넷이 대중에게 퍼지면서 온라인 마케팅의 시계가 열렸다. 온라인 마케팅의 장점으로 여러가지가 언급되었는데, 목표고객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고, 그들과 일방적인 아닌 쌍방향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상호성이 꼽혔다. 사람들의 반응을 평가하는 지표는 조회, 클릭, 댓글, 원하는 사이트로 이동, 회원 가입, 정보 제공, 행사 참여, 페이스북으로 오면 팬이나 ‘좋아요’ 등의 숫자가 쓰였다. 마케팅 활동에 반응하는 소비자들의 행동이 즉각적으로 평가에 반영된다. 평가 결과 자체가 계속 바뀐다. 웹툰에는 댓글의 내용으로 반응을 가늠할 수 있다. 내용 자체는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즉 악플인지 선플인지는 보고 판단을 해야 한다. 근래는 홍보 부문에서 기사의 긍부정을 분석하는 데 쓰는 도구들을 이용하여 댓글도 판단을 한다는데, 그렇게 널리 쓰이지도 않고 정확도도 아쉬운 상황이다. 그래서 역시 수치 지표로 단순히 댓글 수를 본다. 여기에 흔히 ‘별점’이라고 하는 점수를 독자들이 매기고, 조회 수가 합쳐지면 웹툰 순위와 평가가 매겨진다. 이런 평가가 바로바로 이뤄진다.

댓글의 내용은 상호작용과 연결이 된다. 독자는 호불호도 표시하지만 차후의 웹툰 방향이나 내용에 대하여 의견을 전달한다. 작가가 바로 댓글로 호응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소재를 얻는 원천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댓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댓글 이벤트’가 바로 즉시성과 상호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의도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행사이다. 대부분의 웹툰에서 ‘댓글 수+별점+조회 수’는 독자들도 바로 볼 수 있다. 기업에서 별도로 자신만의 웹툰 공간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직접적으로 다른 웹툰들과 비교되지는 않으나, 그렇다면 웹툰이 갖는 이런 즉각적인 상호작용에 기초한 경쟁을 보는 웹툰의 큰 재미를 잃는 것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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