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1955는 다르다

입력 2014-03-15 07:32 수정 2014-03-15 07:32
 “학교에서 바른생활 시험을 보는데 그 문제가 빵을 써는 칼과 고기를 자르는 칼의 차이를 고르는 것이었다. 도시락도 못 싸간 놈이 이런 문제를 풀고 있었다.” 

1970년대 말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기업집단 중의 하나인 제세산업의 이창우 씨가 <옛날 옛날 한옛날>이란 자신의 책에 쓴 내용이다. 1946년생인 이 씨의 초등학교 때 일이라고 하니 1955년 전후 무렵이겠다.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지 딱 10년이고, 전국을 잿더미로 만들다시피 한 한국전쟁이 휴전된 날로부터 2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우파 방송인 빌 오릴리(Bill O’Reilly)의 프로그램명과 같은 제목의 책 <오릴리 팩터(The O’Reilly Factor)>를 보면, 그가 어릴 때인 50년대엔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부모가 ‘한국에서는 애들이 굶주리고 있다’하고 얘기를 했단다. 한국의 50년대는 그랬다. 
  

 ▲ 맥도날드는 1955 광고에서 5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로큰롤과 맥도날드라는 두 아이콘을 동시에 등장시켰다. 사진은 해당 광고 스틸컷.
<홀딩 더 라인(Holding the Line)>은 1950년대 미국의 아이젠하워 행정부 정책을 중심으로 다룬 책이다. ‘홀드 더 라인(hold the line)’은 ‘전화를 끊지 않고 기다리다’ ‘현상을 유지하다’란 뜻을 가진 숙어인데, 여기서는 당연히 후자의 뜻으로 쓰였다. 아이젠하워의 미국은 반공노선을 굳건히 하면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그 어떤 조짐도 막는 것을 정책 기조로 했다. 

그렇게 변화를 거부한 정부가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으며 재집권에 성공할 정도로 당시 미국은 세계 최대, 최고의 풍요를 누리는 국가였다. 물론 인종차별과 빈곤에 시달리던 흑인들과 보수적 가치관에 억눌린 청춘들의 불만이 수면 아래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지만, 그것은 60년대로 넘어가서야 본격적으로 폭발했다. 50년대 특히 그 전반은 외형적으로 모든 것이 평화롭고 유쾌하기만 한 영화 <플레전트 빌(Pleasant Ville)>에 나온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미국과 한국의 1950년대는 다르다 

1955년에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돌풍이 일기 시작한다. 로큰롤 시대의 개막을 알린 빌 헤일리(Bill Haley)의 ‘록 어라운드 더 클럭(Rock around the clock)’이 한국에는 <폭력교실>로 번역된 영화 <블랙보드 정글(Black­board Jungle)>을 타고 빌보드 1위를 8주 동안 달릴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몰고 왔다. 특히 로큰롤 키즈(Rock’n Roll Kids)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들이 주역으로 떠올랐는데, 몸에 딱 달라붙는 가죽점퍼와 바지를 입고 머리는 그리즈(grease) 기름을 발라 세운 그들을 ‘그리저(greaser)’라고 불렀다. 그 그리저들이 한국 광고에도 나타났다.

한껏 멋을 부린 그리저들이 초기 록 음악과 함께 춤추고 파티를 즐기는 맥도날드로 들어가고, 내레이션으로 상황을 정의한다. ‘모두가 열광하던 1955가 영원히 돌아왔다’에 이어 ‘맥도날드가 처음 생긴 1955년’이라며 연도의 의미를 알려준다. ‘그 느낌 그대로’ 만들었다는 새로운 제품 ‘1955 버거’를 소개하고, ‘오리지널은 영원하다’란 내레이션이 나온다. 

맥도날드는 이 광고에서처럼 50년대 학교가 파한 후 그리저들이 모이는 공간이었다. 로큰롤과 맥도날드라는 미국을 대표하는 두 아이콘이 1950년대 중반 동시에 세상에 나타났고, 거의 60년이 지난 2014년 한국에서 그 때의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맥도날드의 이 ‘1955 광고’에 대해 세 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 작년 5월부터 약 3개월 간 1955캠페인을 하다가 왜 슬그머니(?) 접고 갑자기 올해 1월 다시 시작했는가? 둘째, 1955캠페인은 미국 맥도날드 본사로부터 글로벌 캠페인으로 한국 시장에도 무조건 적용하도록 한 것인가? 셋째, 한국에서의 1955년은 어떠했는지 그 적합성에 대해 고민해 보았는가? 

 

 ▲ 지난 2월5일 맥도날드 1955 버거 출시를 기념해 진행된 게릴라 행사에서 50년대 복장을 한 퍼포머들이 로큰롤 음악에 맞춰 공연하고 있다. ⓒ뉴시스
맥도날드 현지화는 어디까지? 

가장 큰 의문은 첫 번째 것이다. 갑작스럽게 1955년 맥도날드 창립해를 광고 소재로 느닷없이 캠페인을 전개하고, ‘1955 버거’란 것을 내놓은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억지로 가져다 붙여보면 1988년에 한국 맥도날드 1호점이 문을 열었으니, 한국 론칭 25주년을 기념해 맥도날드 본사의 유구한 역사를 상기시키려 한 것은 아닐까 추정한다. 

실제 맥도날드는 ‘지금 맥도날드는 1988년’이라는 광고를 1988년의 복고조 패션을 보이는 모델들을 앞세워 1955광고에 이어 방영하기도 했다. 차라리 순서가 ‘1988 한국’이 먼저 나오고 ‘1955 미국’ 맥도날드가 나왔으면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둘째 의문은 실제 글로벌 테마로 잡았을 확률이 크다. <플레전트 빌> 영화에서처럼 1950년대를 평화롭고 즐거웠던 미국의 마지막 시절로 추억하는 미국인들이 꽤 있다. 이 때문에 1950년대는 위생이나 비만 문제로 시비 걸리지 않고, 그저 유쾌하게 떠들고 놀았던 장소로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 미국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이 가끔 들고 나오는 테마이다. 그런데 미국인들에 맞춘 테마를 그대로 한국과 같은 곳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미국의 50년대는 너무 낯설다. 또 나이든 세대는 50년대를 직접 겪지 않았어도 바로 윗세대로부터 들은 삶의 기록이 너무나 생생해 버겁게 다가온다.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맥도날드는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글로벌 기업으로 손꼽힌다. 너무나 미국적인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그것이 맥도날드의 성공요인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에선 모든 것을 매뉴얼 규정으로 얽어매는 데서 벗어나, 각 국가나 지역의 특성에 맞추는 노력들도 해왔다. 한국에서 불고기버거에 미숫가루를 내고, 인디아에서는 채소버거를 주메뉴로 개발한 것이 단적인 예다. 1955 광고는 어찌 보면 맥도날드가 감당할 수 있는 현지화, 유연함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