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의 법칙·상대편에서 얘기하라

입력 2014-03-09 22:13 수정 2014-03-09 22:13
유머의 법칙·상대편에서 얘기하라 

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의 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을 만나서 얘기를 하면 누구나 10분 안에 그가 세상의 누구보다도 똑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그보다 앞서서 1차 세계대전 때 영국을 이끈 로이드 조지란 인물이 있다. ‘로이드 조지를 만나면 누구나 10분 안에 자신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똑똑하다고 느끼게 된다.‘ 처칠과 조지가 똑같은 성능과 품질을 가진 제품을 팔 때 어떤 방식으로 팔까? 처칠은 최고의 전문가인 자신이 추천하는 것이니까 믿고 사라는 식일테고, 조지는 당신처럼 현명한 사람이라면 이 제품을 살 것이라는 접근을 할 것이다. 누구에게 제품을 구입하고 싶은가? 마케팅 용어로 얘기하면 누가 고객의 편에 서 있는가? 

윈스턴 처칠과 로이드 조지는 영국식 정객(政客)의 유머를 구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처칠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과 몇 차례 회의를 하면서 개인적인 관계도 돈독했다고 한다. 그 둘이 처음 만나 회의를 하게 되었는데, 처칠의 숙소로 루스벨트가 불쑥 찾아왔다고 한다. 마침 목욕을 하고 알몸으로 나온 처칠이 루스벨트와 대면하는 난처한 상황이 펼쳐졌다. 

처칠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루스벨트에게 손을 펼쳐 맞이하며 말했다. “대영제국의 수상은 보시는 바와 같이 미합중국의 대통령에게 아무 것도 감출 것이 없사옵니다.” 전설처럼 전해지는 에피소드인데, 실제로 그랬다면 비정상적인 전쟁 시기에 두 정상 간의 신뢰를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로이드 조지가 강연을 하러 웨일스 지방을 갔을 때의 에피소드이다. 웨일스는 잘 알려진 것처럼 정치적으로 영국에 속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에는 ‘잉글랜드’와 따로 소속되어 월드컵 축구에는 별도로 참가할 만큼 독립 성향이 강한 곳이다. 

영국 수상인 로이드 조지를 요즘 우리말로 ‘디스’하려 했는지 강연의 사회자가 “우리 웨일스는 ‘길이’로 사람의 위대함을 평가하는데, 로이드 조지 씨는 듣던 것과는 다르군요”하면서 키가 작은 편인 로이드 조지에게 가시 돋친 말을 했단다. 

로이드 조지가 바로 받아서 말했단다. “웨일스가 ‘길이’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저도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굴의 ‘길이’로 알고 있었단 말입니다.” 로이드 조지는 단신이었지만, 얼굴은 우리가 말하는 ‘말상’으로 길었다. 장내에 폭소가 터지고 그의 강연회는 열렬한 호응 속에 진행되었다고 한다. 둘의 유머 스타일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처칠의 주어는 자신이다. 그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하는 것을 표현한다. 이에 비하여 로이드 조지는 상대방을 주어로 먼저 내세우며 거기에 자신을 덧붙인다. 그리고 살짝 비튼다. 이런 로이드 조지식 유머를 기가 막힐 정도로 썼던 아시아의 정치인이 있었다. 중국의 주은래(周恩來:조우언라이) 수상이었다. 그의 성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머로 나는 다음의 두 가지를 든다.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된 이후 십여년이 지나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느 서방 기자가 물었다. “당신들이 그렇게 중국을 개혁하는데 성공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중국에 창녀들이 있다는 얘기가 있어요. 맞습니까” 주은래가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질문한 기자부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주은래 수상이 뒤를 이었다. “대만에 아직도 있습니다.” 

주은래가 후루시쵸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났다. 뻐기기 좋아하는 후루시쵸프가 말했다. “당신 집안은 부르주아였다면서요? 난 정통 노동자 집안 출신이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주은래가 말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우리 둘의 큰 차이점이죠.” 그리고 이었다. “그런데 출신계급을 배신했다는 공통점을 우리 둘은 또한 갖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가시돋친 말에 대해 주은래는 반박하지 않는다. 그는 수긍하면서 주의를 집중시키고, 이어 반전(反轉)시켜 효과를 증대시킨다. ‘세계 최초’와 같은 문구는 자신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그런 말에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으니 독백에 그칠뿐이다. 소비자들과의 대화에서도 상호교환(Interactivity)가 더욱 중요해지는 요즘에 어울리는 방식이 아니다. 주은래처럼 상대의 말에 1차로 수긍하며 맞장구를 쳐줘서 상대를 내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되받아쳐야 한다. 상호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는가? 기업들이여, 이제 자신만의 독백은 제발 그만 하자.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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