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에 휩싸인 광고

입력 2013-08-19 05:08 수정 2013-08-19 05:08

브라질이 자국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01년부터 시작된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리기 전 해에 주최국과 각 대륙별 축구대회 우승팀이 다음 해 월드컵 주최국가에서 자웅을 가린다. 당연히 월드컵의 전초전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비록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하면 그 다음 해의 월드컵에서 절대 우승하지 못한다’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의 저주’가 있다고 하나, 그래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한 팀은 객관적인 실력을 입증받으며 분위기에서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다. 우승팀이면서 컨페더레이션스컵의 호스트이기도 한 월드컵 유치국이라면 더욱 더 의미가 있다. 그 월드컵 유치국이 축구를 국기(國技)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브라질이라면 월드컵 열기를 미리 불러일으킨다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의 목적에 그만큼 부합하기도 힘들 정도로 후끈 달아오를 것이다. 

특히나 ‘월드컵 최다 우승국, 축구와 삼바의 나라’ 등 표현에 어울리지 않게 세계 축구랭킹이 22위까지 떨어진 브라질에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의 우승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시키는 무대로 내년 브라질 월드컵이란 축제를 여는 서막 역할을 충분히 했다. 

여느 월드컵마다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한다. 완전히 새로운 스타보다는 대부분 지역에서 눈길을 모은 선수들이 세계 최대의 무대에서 세계의 축구팬들에게 선을 보이고 인증을 받는 무대가 된다. 

브라질은 이미 축구황제라는 펠레를 이을 선수로 네이마르라는 이제 갓 20세가 넘은 젊은 선수를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화려하게 선보였다. 네이마르는 브라질을 떠나 세계 최고의 명문 강팀으로 현재까지 군림하고 있는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에 합류한다.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로 발돋움하는 선수로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은 21세기 들어 최고 스타의 자리를 향한 네이마르에게는 그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는 무대였다. 

월드컵 주최국 브라질로서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 자체가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대회였고 그 결과까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축구장을 벗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항의한 시위가 벌써 한 달째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버스 요금을 100원 정도 올린 것이라고 하는데, 이전의 산적했던 문제들이 곪을 대로 곪아 터져 나온 것이라고들 한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이란 축제는 브라질의 성적과는 별개로 브라질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인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행사로 간주됐다. 브라질 노동자들의 한 달 평균 임금보다 많은 컨페더레이션스컵 입장료가 도마에 오르고 막대한 규모의 월드컵 경기장과 부대시설 건설비와 그에 얽힌 정부와 기업의 담합 등의 난맥상이 드러나며 시위는 더욱 격화됐다. 

워낙 시간도 꽤 남아있고 브라질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서 현재로는 별 문제가 없을 듯 보이기는 하지만, 과연 내년 월드컵이 브라질에서 제대로 열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심각한 단계로 접어든 시위에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가 한몫 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거리로 나서라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인 피아트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맞춰 거리응원을 후원하는 프로모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락-레게, 펑크(Rock-Reggae-Funk)’를 한다는 브라질의 인기 그룹인 ‘오 랍빠(O Rappa)’가 한국으로 치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윤도현 밴드가 부른 ‘오, 필승코리아’와 같은 곡을 만들어 불렀다. 그 제목이 바로 ‘Vem Pra Rua’. 포르투갈어인데 영어로 옮기면 ‘Come to the Street’라는 뜻이라고 한다. 

노래 가사에서 사람들을 보고 ‘거리로 나오라’고 하면서 이렇게 이어진다. ‘왜냐하면 거리야말로 브라질에서 가장 큰 관중석이란 말이지’(어느 기사의 영어 번역은 ‘because the street is the biggest grandstand in Brazil’). 시위대들은 ‘Vem Pra Rua’가 쓰인 플래카드나 깃발을 들고 같은 제목의 노래를 부르며 거리로 모였다. 브라질 사람들의 쓰라린 과거를 이기고 자부심을 일깨우는 가사가 울려 퍼진다. ‘이제 브라질은 이전 어느 때보다 위대해질 거야’(역시 영어 번역을 옮긴다-This Brazil that’s gonna become bigger than we’ve ever seen before). 

사실 거리응원은 월드컵의 자동차 부문의 공식 스폰서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Fan park’라고 명명해 월드컵에 출전한 대부분의 국가들의 주요 도시에서 펼쳐진다. 2010년 남아프리카월드컵의 경우 월드컵 경기장의 총 관중 수보다 팬파크 거리응원에 참가한 사람들의 수가 많다고 해 화제가 됐다.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의 경우 결승전에 무려 30여만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피아트가 현재까지는 브라질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 한정해 벌인 프로모션이지만 거리응원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부분이다. ------------------------------------잡지 <럭스멘> 8월호 기고문의 일부입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373명 37%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636명 63%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