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과 혁명의 차이

입력 2013-03-04 05:18 수정 2013-03-04 05:18
2000년대 초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라는 딱지가 붙은 휴대폰을 연달아 내놓았다. 세계 최초의 MP3폰, 듀얼폴더, 컬러폰 등을 내놓으며 모토롤라를 잡고, 노키아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2006년에 필립 코틀러를 만나서, 삼성의 그 자랑스러운 연이은 세계 최초의 행진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감탄사 섞으며 얘기를 듣던 그가 약간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삼성에서 나온 제품으로 정말 세상을 바꾼 것이 있어? 사람의 생활방식을 바꾸어버린 것이 있나?" 세상을 바꾼 제품으로 그는 소니의 워크맨과 애플의 아이팟을 예로 들었다. 할 말을 잃고 있는 내게 그가 위로하는 투로 말했다. "삼성은 그런 제품을 내놓아야 해. 삼성의 제조기술력에 대해서 뭐라 할 사람은 없다고." 소심하면서도 자존심을 지키는 냥, 속으로만 '애플로 치면 PC가 더 좋은 예인 것 같은데'하고 생각했다.
2007년 아이폰이 나왔다. 아이폰을 둘러싼 바다 건너의 법썩을 보면서도 아이폰이 몰고 온 변화를 실감하지 못했다. 2009년말에 아이폰을 쓰기 시작하면서 삼성의 잇단 신제품들과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세상을, 생활방식을 바꾸는 제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보통 'Feature phone'이라고 하듯이, 2000년대초 삼성이 잇달아 내놓은 제품들은 '기능'을 추가한 것들이었다. 어쨌든 물리적인 하나의 기기(Device)로만 존재했다. 아이폰은 기기로서의 역할도 있지만,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생활방식과 여러 사람들이 어우러져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생태계를 조성했다. '스마트 혁명'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게 되었다. 삼성과 같은 '기능의 개선이나 부가'와 확연히 구분이 된다.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스티븐 존슨 지음, 서영조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 2013)에 비슷한 예가 실려 있다. HDTV와 유튜브를 비교했다. 아날로그TV가 HDTV로 바뀐 것은 '정도의 변화'이다. 화소가 더 많아져 색상이 좋아졌고, 소리가 더 입체적이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보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그냥 소파에 앉거나 뒹굴대면서 리모콘을 손에 쥐고 본다. 유튜브는 다르다. 자기가 만든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사람이야 극소수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 있음을 안다. 그리고 자신이 주제를 정하여 찾아서 보는 사람이 많다. 동영상에 대해서 추천하거나 점수를 매긴다. 친구들에게 재전송을 하기도 한다. 기술을 이용하는 기본 '방식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 바로 유튜브였다. 
방식을 바꾸는 혁명적인 변화를 이끄는 제품을 내놓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의 삼성의 성공은 '빠른 모방자(Fast follower)'나 '부분적 개발자(Partial developer)'전략도 충분히 효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성의 확고한 제조능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그런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다. 삼성의 제조능력과 같은 규모에서 나오는 나만의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역시나 마이너리티로서 세상을 바꾸는 혁명을 꿈꾸어야 한다. 기존의 법칙대로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모든 혁명은 소수자 혹은 후발자에 의해서 일어났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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