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지원자에게 SNS를 묻다

입력 2012-11-18 19:31 수정 2012-11-19 09:10
지난 주 신입사원 면접관으로 참가했다. 카피라이터 후보들에게 트위터를 하는 사람은 손들라고 하니까 딱 반이었다. 나머지는 주로 페이스북을 한다고 했다.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트위터를 한 사람은 혹시 오늘 아침까지 포함하여 가장 최근에 어떤 트윗을 날렸는지, 그리고 페이스북을 한 사람 역시 가장 최근에 포스팅한 것은 무엇인지 얘기해 주세요?”

 

대답은 다양하게 나왔다. 트위터의 짧은 시 공모전에 시를 낸 게 가장 최근의 트윗이었다는 친구부터 시작하여, 투표시간 연장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간단하게 피력한 경우도 있었고, 이벤트에 응모하는 트윗을 날린 친구 등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페이스북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페이스북은 역시 시의성보다는 연결과 기록에 의미를 두어서 그런지 최근 혹은 예전에 찍은 사진을 골라서 올렸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어느 외국 잡지에서 근래 입사지원자들의 SNS계정을 살펴보는 회사가 많다는 기사를 보았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신문에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다. 당연히 과연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해도 되는 일인지 얘기가 나왔다. 해도 된다는 측은 어차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보여주는 것인데 뭐가 문제냐고 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의 SNS 계정은 일기장과 같은 역할을 하니까, 그것은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과 같으므로 사생활 침해라는 것이다.

 

마케팅계 ‘올해의 단어’ 등극이 유력한 게 ‘빅 데이터(Big data)'이다. 빅 데이터가 그렇게 뜨겁게 세상을 달구게 된 원천이 바로 SNS의 활성화이다. 많은 사람들이 SNS에 수시로 자신의 기분, 하는 일, 제품이나 사람에 대한 생각 등 데이터를 올려놓으니 데이터가 커진다. 굳이 조사 회사를 통하여 전화를 걸거나 온라인조사시스템으로 초대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게 시장조사를 위하여 사람들의 SNS를 뒤지고, 거기에 나온 말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행위의 연장선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물론 집단으로서 데이터로 모아서 보는 것과 특정 개인을 집중적으로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

 

아들에게 회사에서 입사지원자의 SNS계정을 보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었다. 아주 쿨하게 답했다. “어차피 자기의 본모습이 아닌데 그런 것 봐서 뭘 해요? 면접을 통해서 제대로 파악하도록 노력해야죠.” 소크라테스식 문답기법을 생각하며 질문을 다시 했다. “면접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잖아? 가식적인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도 하나의 정보로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의 대답은 일관성이 있었다. “제가 사장이라면 가면을 볼 뿐인데, 그런 데 시간낭비하지 않도록 안 시킬 거예요.” 그러면서 중요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사람들은 기업이 그렇게 SNS를 본다는 걸 알면 더욱 거짓으로 자기를 꾸밀 거예요. SNS의 의미가 더욱 없어지는 것 아녜요?”

 

신입지원자들에게 최근의 트윗이나 포스팅을 말해달라고 하면서 그들이 확실히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밝히기를 원치 않는 사람은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약간 웅얼거리는 투로 덧붙였다. 물론 대답을 거부하는 사람은 없었다. 강자와 약자가 확실히 나누어져 있는 상태에서 그런 배려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입사지원서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아이디를 달라고 하고,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하는 기업이 있다고 한다. 지원자가 과연 그것을 거부할 수 있을까? 기업이 아이디를 알아내어 보는 것까지는 괜찮으나, 맞팔이나 친구관계맺기를 요청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트위터로 치면 그냥 팔로윙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거기서 “사람들은 기업이 그렇게 SNS를 본다는 걸 알면 더욱 거짓으로 자기를 꾸밀 거예요. SNS의 의미가 더욱 없어지는 것 아녜요?”란 아들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좋은 의도로 시작되었다가 기업이 망쳐버리는 것들이 많이 있다. 기업보다는 우리나라에서는 시험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어떤 것이든지 경쟁의 한 요소로 만들어버린 것이 또한 얼마나 많은가? 면접학원이 있고,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법에 관한 강좌가 열리고 대필해주는 곳들이 있다고 한다. 이제는 취업을 위하여 SNS 꾸미는 법을 가르치고 대행해주는 학원이 생길 지도 모르겠다. 아들 말대로 기업에서 지원자들 SNS 뒤지면서 시간낭비하지 말고, 꾸미건 말건 SNS는 SNS대로 그냥 놔두는 게 나을 것 같다. 혹시 보게 된다면 어느 문화비평가가 일찍이 ‘90년대 중반에 갈파했듯이 한 개인 내부에 존재하는 100만개의 세그먼트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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