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힘들게 하지 마라

입력 2012-10-14 07:03 수정 2012-10-14 07:03
일제 강점기 초기에만 해도 서울의 장터에서는 이야기꾼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주로 삼국지연의, 장화홍련전, 수호전 등의 소설의 몇몇 장면을 풀어서 약간의 동작과 감정을 섞어서 이야기해주는 형식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그런 소설들을 책으로 가지고 읽거나 읽었던 사람이 극소수였기에 가능했다. 그래도 익히 알고 있고, 수십 번이나 들은 이야기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쉬웠기 ��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팅을 위한 스토리도 어려워서는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이야기꾼들과 마케팅의 스토리텔링의 차이도 있다. 이야기꾼들이야 들은 사람들이 재밌어하면 그만이었다. 재미에 대한 보답으로 동전 몇 푼이라도 낸다면 금상첨화였다. 마케팅에서의 스토리텔링은 소비자들이 재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게 되며, 재미나 관심 그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 이상의 행동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그 행동은 부가적인 노력 없이, 원래 하던 것에서 별로 큰 힘을 기울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느끼도록 해야 한다. 칸느국제광고제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광고회사들인 이노션과 제일기획에서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두 작품들을 보자. 이노션에서 국제 어린이돕기단체인 ‘굿네이버스(Good Neighbors)'와 홈플러스와 손을 잡고 벌인 ’사랑의 주차 캠페인(Love Parking Campaign)'부터 보자. 이 캠페인에는 QR코드를 활용한 어린이 정보 파악 등의 여러 가지 장치가 있지만, 핵심 요체는 홈플러스에서 카트를 반납하면서 반환받는 100원 짜리 동전을 지갑이나 주머니에 넣는 대신 바로 옆의 굿네이버스 동전 기부통에 넣으라는 것이다. 지갑이나 주머니에 동전을 넣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수고만이 필요하다.제일기획에서 에스오일과 한 ‘여기(Here)'는 기존의 방식보다 수고를 덜어준다. 대형 주차장에서 빈 주차공간에 화살표 모양의 공기풍선을 띄운다. 굳이 빈 공간을 찾아서 주차장을 헤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차를 주차시키면 자동으로 풍선이 내려가고, 차를 빼면 올라가서 비었음을 표시해준다. 운전자들이 따로 할 일은 하나도 없다. 요즘 온라인, SNS마케팅 프로그램을 보면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어려운, 어렵지는 않더라도 별도의 행동을 주문하는 것이 너무 많다. QR코드를 찍어서, 온라인 접속을 해서 등록하고, 주문하고, 결재하고.... 바로 앞의 가게에 가서 매대에 있는 것 집어들면 그만인것을 왜 그렇게 힘들게 해야 하는가? '어차피 마케팅'이라고 어설픈 마케팅 용어처럼 얘기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어차피 해야 할 을, 부가 노력없이, 노력을 해야 해도 최소한도로 하도록 해야 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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