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촌 기행 : 버려진 공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불어넣다

입력 2016-06-20 10:12 수정 2016-06-27 09:47
파리 오르셰 박물관, 런던 테이트 모던, 베이징 다샨쯔798 예술구, 뉴욕 소호 거리, 일본 나오시마섬.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버려진 공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불어넣어 탄생한 ‘공간 재생’의 성공적인 사례들이라는 사실이다. 오르셰 박물관은 원래 노후되어 사용하지 않는 기차역이었고, 테이트 모던은 버려진 화력 발전소였다.

베이징 다샨쯔 798 예술구는 군수산업공단이었으며, 뉴욕 소호는 쇠락한 공장과 창고지대였다. 나오시마는 산업 쓰레기들이 쌓여 죽어가고 있는 섬이었다니 지금의 모습을 보면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공간을 채우는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생명을 가진 유기체처럼 공간은 태어나고 성장하며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까지 나이를 먹어간다.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 버려진 공간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일, 그것이 바로 ‘공간 재생’이다.

이것은 단순히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공간의 용도와 목적을 바꾸는 작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죽어버린 공간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은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저만치 물러났던 과거의 이야기들을 다시 불러와 현재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더 보기 좋게, 이왕이면 ‘더 기갈나게’ 만들어야 한다.

 

국내에도 버려진 공간들에 새로운 이야기를 불어넣는 작업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본래 갖고 있던 의미를 잃어 비워진 자리에 문화와 예술을 담고, 그것이 뿜어내는 에너지까지 그대로 머금는 공간이 된 곳. 버려진 양곡창고를 개조하여 조성한 완주의 '삼례 문화예술촌'과 저물어버린 과거의 영광을 다시 되찾기 위해 예술가들을 품은 마산의 '창동예술촌'이 바로 그곳이다.

과거의 시간을 더듬으며 변화하는 현재를 읽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가득찬 이곳 예술촌으로 특별한 여행을 떠나보자.

 

완주 삼례 문화예술촌

전주역에서 기차로 세 역만 더 가면 삼례역에 닿는다. 자그마한 역사를 빠져나오면 바로 곁에 삼례 문화예술촌이 나타난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 대지주에 의해 만들어진 삼례 양곡창고는 2010년까지 양곡창고로 사용되었지만 이후 그 기능을 잃은 채 방치되어 있었고, 완주군에서는 이 건물을 매입하여 역사와 문화를 담은 독특한 공간으로 개조하였다.

시간의 결이 그대로 묻어난 낡은 건물들은 그 자체로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벽면에 여전히 남은 페인트 글씨와 농협 마크가 여느 인테리어 소품샵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빈티지 사인보드처럼 멋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공간은 농민의 슬픔이 깃들어 있던 곳, 일 년 내내 땀으로 일군 곡식을 모두 빼앗겨야만 했던 그들의 슬픔을 생각하면 어쩐지 낯선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사진=ⓒ삼례문화예술촌사이트_http://www.srartvil.kr


 

예술촌은 크게 비주얼 미디어 아트 미술관, 디자인 박물관, 책 박물관, 책 공방 북아트센터, 김상림 목공소, 문화카페 오스 이렇게 여섯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창고로 쓰이던 예전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흥미로운 전시를 관람하고, 북아트센터와 김상림 목공소의 다양한 워크숍에 참여하여 이것 저것 뚝딱거려 보자. 어느덧 훌쩍 시간이 흘러있을 것이다.

 

사진=ⓒ삼례문화예술촌사이트_http://www.srartvil.kr


 

주말에는 더 다양한 문화 행사와 체험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니 방문하기 전 홈페이지를 꼭 확인해보자. 삼례 문화예술촌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아담한 삼례 성당도 뺴놓을 수 없다. 문화예술촌을 시작으로 주변에는 독특한 감성을 담은 레스토랑이나 카페, 고서점, 화랑 등 공간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으니 마을 곳곳을 둘러보며 예술적 감성에 흠뻑 젖어보자.

-입장료 :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유치원생(만 3세 이상) 500원
-관람시간 :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 www.srartvil.kr
-주소 :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삼례리 247
-전화번호 : 070-8915-8121

 

마산 창동예술촌


2014년 ‘응답하라 1994’에 등장한 주인공들의 고향으로 새롭게 주목받은 곳, 마산. 마산은 50-60년대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였다. 마산의 창동은 경남의 명동이라 불릴 정도로 활기가 넘치던 상권이었으나 창원 신도시가 생겨나며 빠르게 쇠락하였고, 특유의 낭만을 잃어갔다.

마산 창동예술촌은 옛 마산 원도심권의 잃어버린 도시 기능을 되살리고 역사와 전통을 가지지 못한 신도시 창원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마산시는 창동 예술촌에 입촌하는 예술가들에게 임대료의 60%를 지원하였다. 그러자 비어있던 점포들은 예술가들의 개성 있는 공방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사진=ⓒ한국관광공사사이트_korean.visitkorea.or.kr


창동예술촌은 ‘문신 예술 골목’, ‘마산 예술흔적 골목’, ‘에꼴드창동 골목’의 세 가지 테마를 가진 골목들로 이루어져 있다. 마산 예술흔적 골목은 50-80년대의 시대적 배경이 묻어나는 추억거리를 재연해내고, 문신 예술 골목은 조각가 문신 선생을 재조명하여 그의 예술 세계를 보여준다.


텅 빈 점포들이 늘어선 쇠락한 옛 도심지의 모습을 이제는 상상할 수 없다. 이색적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은 내딛는 걸음마다 멈춰서게 만드는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 손에 든 카메라의 셔터를 쉴 새 없이 누르게 만든다. 골목골목에는 아기자기한 갤러리와 공방, 카페들이 들어서 있고 이어진 담벼락을 가득 채운 벽화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한국관광공사사이트_korean.visitkorea.or.kr


창동예술촌이 생기를 되찾으며 그 옆의 부림시장도 함께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근 부림시장에 새롭게 문을 연 ‘청춘바보’라는 지하 식당가에서 이색적인 먹거리들을 만나볼 수 있으니 잊지 말고 방문해보자. 창동예술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는 오동동 소리길과 마산 어시장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다.

-홈페이지 : http://changdongarts.modoo.at/
-주소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서6길 24

 

 

[한경닷컴 스내커] 칼럼니스트 허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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