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불붙는 주택시장, 승산 없는 전쟁

입력 2016-06-19 15:07 수정 2016-06-20 09:31

글 김의경


Z씨가 물어봅니다. 포탄이 터지는 전쟁터에서 죽거나 부상당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이냐고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참전을 하지 말든지 아니면 아예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것입니다. 전쟁이 일어났고 포탄이 터지는데 그 전쟁터에 참전한 이상 죽거나 부상당하지 않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냥 요행을 바라며 무작위로 떨어지는 포탄의 파편이 자신에게 튀지 않기는 기도하는 수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죠.

 

서울 외곽 20평대 아파트를 2년전부터 보증금 3억원의 전세로 살고 있던 Z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습니다.

 

Z씨는 매번 올라가는 전셋값에 불안해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불경기에 집값 역시 여전히 거품이 끼어 있으니 곧 빠질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일은 바보 같은 일이라 생각하며 오르는 전셋값을 감내하며 버텨나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1억원으로 줄이고 대신 월 100만원의 월세를 요구해왔습니다. 월급쟁이인 Z씨 입장에서 매달 100만원의 월세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장 집주인으로부터 나머지 보증금인 2억원을 돌려받게 되지만 이 역시 낮아진 금리로 은행에 예금해봤자 월세를 커버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소중한 주거자금으로 주식투자를 하다가 날리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겠죠.

 

우선 급한 김에 다른 전셋집을 구해봤습니다. 하지만 전셋집은 거의 다 반전세로 바뀌었고 그나마 전세가격도 엄청 올랐습니다. 솔직히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엔 반전세로 월 몇 십 만원을 또박또박 받을 수 있은 데 여전히 전세를 유지하겠다는 집주인은 어쩌면 보증금을 내어줄 돈이 없는 무일푼 집주인일 가능성도 높다고 Z씨는 판단합니다.

 

Z씨는 ‘이 참에 집을 살까?’ 엄청난 고민을 합니다. 매달 100만원의 월세를 내느니 2억 정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당장 이자비용만 따지면 더 유리할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 서울지역 재건축 시장이 불붙으면서 주택가격 상승이 기염을 토하고 있다는 보도는 Z씨의 조바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민이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경기상황이 바뀌거나 가계부채의 뇌관이 사라진 것이 아닌 우리경제 상황에서 월급쟁이 Z씨에게 2억원의 대출금은 엄청난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집값이 빠지기라도 한다면 Z씨가 그 동안 모아놓은 전 재산이 송두리째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주거문제로 고민하는 Z씨는 마치 자신이 포탄이 터지는 전쟁터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고 합니다.

 

앞서도 제가 언급했듯이 전쟁터에서 죽거나 부상당하지 않는 방법은 참전하지 않거나 전쟁이 애초에 일어나지 않는 것 밖에 없지만, 이 두 가지 방법은 선량하고 나약한 개인이 결정하거나 조절하기엔 너무나 벅찬 것입니다.

 

♣♣♣♣♣


 

정부는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막겠다며, 그 동안 여러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지속적 금리인하뿐만 아니라 LTV, DTI 완화, 분양가상한제폐지, 전매제한완화, 재건축 추가이익 환수유예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정책의 힘(?)이 발휘되어 최근의 재건축 아파트 및 분양시장이 불붙고 있습니다. 이미 서울 강남권의 3.3㎡당 분양가는 4,000만원대가 보편화되었고 5,000만원도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까지 돕니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부동산시장 활성화가 집 없는 서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정부의 정책이 경기활성화보다는 돈 있는 사람들의 투자처를 만들어주거나 투기꾼의 치고 빠지는 환경만 만들어 주고 있다는 비판이 바로 그것입니다. 벌써부터 부동산금융 관계자들이 분양시장에서 치고 빠지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합니다. ‘미적거리지 말고 딱 1년 정도 할만하다’라는 말까지 곁들이면서 말입니다.

 

자신의 분수에 맞는 적당한 집을 마련해서 가정을 꾸리겠다는 실수요자들은 불안합니다. 아직은 서울 강남권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지만 당장 다른 지역에도 그 여파가 미쳐서 집 내놓는 사람들의 매물이 쑥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우리 동네도 곧 오를 거야’ 하는 심리로 말입니다.

 

Z씨는 원치 않았지만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터로 막 들어간 것 같다고 걱정합니다. 언제나 전쟁은 위에서 일으키고 죽음은 병사 들의 몫이니까요.

 

Z씨는 떨리는 심정으로 은행을 찾아 갑니다. 2억을 빌려서 집을 사볼까 하고 말입니다.

 

빚내서 집을 사려는 Z씨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명분 없고 승산 없는 전쟁에 뛰어들지 말라고 말이죠. 쉽지 않겠지만 힘닿는데 까지 피해 다니라고 말입니다. 몇 년만 버티면 이 전쟁도 끝날 것이니 힘들고 불안하더라도 이 전쟁에 뛰어들지 말라고 말입니다. (2016.6.19)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62명 34%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122명 66%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