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총장님을 좋아하는 이유

입력 2006-07-20 11:51 수정 2006-07-20 17:43
 

정운찬 서울대 총장님께서 19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습니다. 퇴임 강연에 관한 기사가 20일자 거의 모든 언론에 보도됐지요. 

 

개인적으로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정치가이건, 기업체 최고경영자이건, 교수건 또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건 매스컴에 너무 자주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글쎄"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까닭이지요.

 

매스컴에 나타난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기자를 자주 만나거나 보도자료를 낸다는 얘기인데 그럴 시간 있으면 본연의 업무에 좀더 충실해야 한다고 믿거든요.이른바 언론플레이라는 게 상당한 공력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하는 얘기지요.

 

그런 면에서 보면 정총장님 역시 "글쎄"여야 마땅할 겁니다. 대학총장으로 정총장님만큼 매스컴을 많이 탔던 사람도 흔하지 않을 테니까요. 총장이 되기 전부터 교수 치곤 여기저기 이름이 많이 오르내렸고 총장이 된 뒤엔 더더욱 많이 거론됐습니다.

 

그런데도 정총장님을 좋아하고 존경하게 된 건 실제 모습을 알게 되면 실망하게 되는 수가 많은 다른 명사들과 달리, 알고 난 뒤에 더욱 닮고 배우고 싶어지는,우리 사회에 드문 리더이기 때문이지요.

 

몇 가지를 꼽자면 이렇습니다.

 

첫째, 그는 늘 명쾌합니다. 자리가 높아질수록, 사회적으로 이름이 날수록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 수많은 '명사'들과 달리 그는 언제 뭘 물어도 자기 생각을 뚜렷하게 밝힙니다. 그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말이지요. 뭐든 애매모호하게 미루지 않고 판단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질 자세를 지니고 있다는 얘기겠지요. '높은' 사람치고 이런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둘째, 그는 어떤 자리의 인사말도 미리 준비해 옵니다.결코 즉석에서 적당히 말로 때우지 않습니다. 단 2-3분 짜리 인사말이나 축사도 꼭 준비해온 페이퍼를 읽습니다. 모든 일에 성실하고, 사소한 것도 우습게 알지 않는 겸손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지요.게다가 그는 미문을 쓰는 문장가입니다. 그의 인사말엔 언제나 인용하고 싶은 문구들이 들어있지요. 다양하고 풍성한 독서의 주인공임을 알려주는 것이겠지요. 

 

셋째, 그는 늘 밝고 유쾌합니다. 괜스레 심각하지 않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찡그리거나 언짢은 내색 없이 처리하는 듯 보입니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자세는 모처럼 그를 만난 사람까지도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합니다.

 

넷째, 그는 권위주의적이지 않습니다. 서울대 총장이라는 자리에 있을 때도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친절하려 애썼습니다. 괜스레 폼을 잡거나 거리를 두거나 하지도 않구요. 조금만 힘쓰는 자리에 가면 목에 힘이 들어가는 사람들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지요.

 

다섯째, 그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 애씁니다. 간판이나 가방끈 등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지요. 또 사람의 장점을 보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려 합니다. 남들의 얘기만 듣고 사람을 평가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셈이지요.

 

여섯째, 그는 양성평등적 사고를 갖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그래서 우스개소리로 그가 여자를 좋아한다고들 하지요. 재임중 그는 여교수를 연구처장과 학생처장 등 주요 보직에 두루 임명했습니다.유달리 남성중심적이던 서울대에서 전같으면 어림도 없었을 일이지요. 퇴임 전 그는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께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일곱째, 그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그럼으로써 대하는 사람을 편안하게 합니다.무슨 말이든 쉽게 털어놓을 수 있게도 하구요.사람에 대해 기본적인 애정과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걸 뜻하겠지요.

 

물론 제가 정총장님을 늘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니니 이런 점 외에 또다른 측면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있을 수 있겠지요.그러나 제가 만나본  정운창 총장님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서울대의 직선제 총장 가운데 유일하게 임기를 채우고 명예롭게 물러나는 총장, 논술고사에 따른 본고사 부활 논란과 서울대 폐지론 등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수많은 이들로부터 "연임하면 좋을 텐데"라는 호평과 함께 사랑받는 총장이 우연히 혹은 거저 된 게 아닌 셈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어쩌다 여러 사람 틈에서 정총장님을 만나고 돌아오면 작은 일에 불평하고 일희일비하는 저 자신을 반성하면서 정총장님의 장점을 제 것으로 만들 순 없을까 궁리하곤 합니다.좋은 리더란 이처럼 누구나 자신의 멘토로 삼고 싶은 그런 사람이 아닐른지요.**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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