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구속 때문에…" 홀대 받던 투수들의 '반란'

입력 2016-06-16 09:34 수정 2016-08-12 13:21
눈 깜짝할 사이 투수 미트로 빵빵 꽂히는 강속구는 야구의 로망 중 하나다. 타자에겐 공포를, 팬들에겐 속이 뻥 뚫리는 쾌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과거 140km만 넘어도 강속구 투수로 분류됐던 시절이 있었지만 선수들의 힘과 체구가 커진 현대야구에서는 150km는 기본으로 던져야 강속구 투수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140km도 안 되는 구속으로 리그를 주름잡는 투수가 있어 흥미를 끈다. 이들의 공통점은 뭐니뭐니 해도 원하는 곳에 공을 꽂아 넣을 수 있는 제구력. 올 시즌 활약 중인 저속 제구력 ‘갑’ 투수들을 모아봤다.

 

두산베어스 유희관/사진=엑스포츠뉴스


느리게, 더 느리게 - 유희관

국내 프로야구에 구속에 대한 화두를 던져준 선수이기도 하다. 2013년 혜성처럼 나타나 시즌 10승을 따내더니 내리 3시즌 연속 10승 투수의 반열에 올랐다. 아직 전반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6승을 거둬, 올해 역시 10승 이상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구속 130km대의 느린 공임에도 타자가 가장 치기 어려운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찔러 넣는 제구력으로 구속의 약점을 커버한다. 간혹 ‘더 느린 공’ 74km짜리 커브를 던지기도 하는데, 이마저 정확히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해 타자로선 방망이를 내지 않으면 꼼짝 없이 당하기 일쑤다. 결과적으로 구속의 변화폭을 50km 이상 줄 수 있다는 의미인데, 타자로서는 타이밍을 맞추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사실, 전에 없던 스타일의 투구 때문인지 해를 거듭하고 타자가 적응하게 되면 쉽게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리그 정상급 성적을 내고 있는 걸 보면 칼날제구를 바탕으로 한 타자와의 수 싸움에 매우 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넥센히어로즈 신재영/사진-넥센히어로즈 제공


무사사구의 괴물 신인 - 신재영

올해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 늘 토종 에이스의 부재가 아쉬웠던 넥센에 구세주로 떠올랐다.

홈런을 맞지 않는 이상 선발 투수들이 연속 안타를 맞아 실점하는 경우는 한두 이닝뿐이라는 것이 정설. 눈물의 씨앗은 역시 볼넷이다. 하지만 신재영은 요즘(!) 신인답지 않게 볼넷을 거의 내주지 않으며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데뷔 후 최다 이닝(30과 3분의2) 무볼넷 리그 기록을 수립하기도. 현재까지도 볼넷은 단 6개만 내줘 전구단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한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역시 구속은 평균 130km 후반대로 빠르지 않다. 하지만 주특기인 슬라이더의 예리함이 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볼넷을 주지 않으려는 욕심 때문인지 피해가지 않는 피칭으로 피안타는 80개로 다소 높은 편이지만 특급 투수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2점대 방어율을 리그에서 유일하게 달성하고 있다. 안타를 맞는 것에 비해 실점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로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 역시 눈물의 씨앗은 볼넷이라는 말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8승을 수확해 다승 경쟁에도 부족함이 없다. 류현진 이후 임팩트 강한 투수 신인왕이 드물었는데 올해 신재영이 얼마만큼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윤성환/사진=엑스포츠뉴스


삼성의 믿는 구석 - 윤성환

전통의 강자 삼성이 중위권 싸움에 허덕이고 있는 올해, 묵묵히 선발의 한 축을 지키고 있는 투수가 윤성환이다. 외국인 용병이 모두 죽을 쑤고 1선발로 기대를 모았던 차우찬이 부상에 신음하는 와중에 실질적인 팀의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빠르지 않는 구속을 제구력으로 커버하는 유형의 대명사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매특허인 낙차 큰 커브는 리그 최정상급. 윤성환 하면 커브라는 인식에 타자들이 커브만 노리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직구 위주 승부를 가져가기도 한다. 130km대 직구이지만 구위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묵직함은 두배, 공을 최대한 숨기고 나오는 투구폼은 덤이다. 이것도 다 제구가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 현재까지 단 13개의 볼넷을 내주며 마의 컨트롤을 보여주고 있다.

선발 투수로서의 긴 이닝 소화능력과 견고함에도 불구하고 홈런(13개)을 많이 허용한 것은 약점. 지난 10일 광주 기아전에서 4실점 완투패 했는데, 이때 실점 역시 홈런으로만 당한 것이어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한경닷컴 스내커] 칼럼니스트 차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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