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입력 2012-01-05 17:22 수정 2012-01-05 17:22


돌발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서울대에서 데모를 하는데, 우연히 우리가 광고용으로 쓰던 비행선이 서울대 상공을 날게 되었던 거야. 경찰에서 시위대 동향을 파악하려고 비행선을 띄웠다는 얘기가 돌면서 우리에게도 항의전화가 빗발쳐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지.” 처음 직장생활을 했던 삼성전자 홍보실의 어느 선배가 가끔씩 걸려오는 항의전화에 필자가 불평을 하면 해주곤 하던 얘기였다. 보통 애프터서비스 부서로 가야할 제품에 대한 불만, 기업에 대한 일반적인 혹은 기업의 특정한 행위에 대해서 항의를 하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전화들이 대부분 홍보실로 넘어왔고, 그런 골치 아픈 전화를 또 공교롭게 신출내기였던 필자가 많이 받게 되었다. 그래도 서울대 상공의 비행선 사건처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은 아니었다.












전화의 시대





 





        예전에는 심심치 않게 항의전화가 빗발쳐 방송국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스포츠 중계를 하는데 해설자가 특정 팀을 두둔한다며 상대팀 응원자들이 항의전화를 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항상 민감한 문제인 종교 관련해서 특정한 종교단체를 비난했다며 그 단체의 신도들이 조직적으로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정치적인 의사 표현의 하나로 방송국에 빗발치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전화 자체가 아주 중요한 의사 표현, 소통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요즘도 TV 기자들이 뉴스 시간에 전화를 받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전형적인 리포팅 모습 중의 하나로 나온다. 실제로 당사자의 얘기를 듣는다는 진실성과 현장감을 살리는 장치이다. 그런데 그 전화는 기자가 선택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이 의도한 방향에 맞춘 전화였을 뿐이다. 시청자들의 전화도 업무를 마비시키는 등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퍼붓기만 하면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방송국으로서는 전화가 빗발치는 그 순간만을 모면하면 되었다.












SNS로 바로바로 정정












        한국 TV방송의 대표적인 토론 프로그램들에서 연속으로 사고(?)가 터졌다. 하나는 SNS, 다른 하나는 그를 기반으로 한 소위 대안언론을 주제로 한 방송이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작년 12월 6일 저녁부터 7일 새벽까지 방영된 MBC의 <100분토론>에서 “음식점에 방문한 손님이 ‘종업원이 욕을 했다’는 거짓된, 사실과 다른 말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래서 리트윗 일파만파 수만명이 이것을 보고, 우리 음식점에 방문하지 않고, 우리는 70~80% 매출 급감하고 지금은 음식점 문을 닫았다”는 서울 신촌에서 냉면집을 했다는 시청자의 전화가 방송을 탔다. 그러나 이 시청자의 얘기는 바로 다른 시청자들의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MBC <100분 토론>측은 처음에는 “저희 역시 수만명이 리트윗했다는 냉면집을 검색해보고 있는데 못찾고 있습니다. 이게 Fact”, “정확한 팩트는 ‘2~3차례의 통화를 했다’는 것과 ‘(이씨가) 같은 내용을 말했다’는 것”이라고 했다가 결국 당일인 7일 오후에 전화를 건 시청자의 얘기가 사실과 다르다며 공식적으로 해명 겸 사과를 했다.






        <100분토론>이 하루 내내 시달렸던 그 날 밤에 열린 케이블 채널 tvN <끝장토론>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극단적인 정치 성향과 행동으로 이미 필자도 알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인물을 ‘길 가던 시민’으로 인터뷰를 내보내는가 하면, 역시 편향적 성향을 가진 인물을 평범한 학생으로 등장시켜 거의 토론 참여자에 준하는 역할을 주었다. ‘길 가던 시민’은 당사자도 ‘길 가던 시민’으로 자신이 나오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으나, 그의 트위터에 따르면 담당 PD가 ‘저쪽도 마찬가지’라며 촬영을 강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쪽’의 인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나온 것이 없다. 화면을 보면 촬영을 ‘나는 꼼수다’의 여의도 콘서트 현장에서 했던 것으로 보아 당연히 ‘나는 꼼수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지원하는 시민들이었다. 콘서트에 갔다는 자체로 찬동하는 쪽이니까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토론 프로그램에 대표 패널로 참여한 나꼼수 측의 인물 후원회격 조직 멤버들을 방청석 토론자에 집어넣었으니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방청객 중의 토론자로 일반 대학생이라며 한 학생이 나서서 질문을 넘어선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그 학생이 보수적인 단체에서 장학금을 받고 앞장서서 행동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이미 프로그램 중간에 트위터 상에 그 학생의 이전 보수 단체와 함께 했던 활동을 보여주는 동영상과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방송국도 자신들의 방법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괴담의 유포지라고 했던 SNS가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또 하나 두 토론 프로그램의 사례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방송국의 공식적인 정정보도의 시기이다. 모두 심야에 문제의 내용이 실린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낮 동안에 트위터를 이용하여 논란이 일고 모든 것이 밝혀진다. 결국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방송국에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사과성 내용과 함께 실제의 정황을 역시 트위터를 통하여 전하면서 사건은 일단락이 된다. 언론사들도 가끔 오보를 보낸 이후에는 정정보도를 한다. 그런데 보통 지난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이나 어떤 경우는 명예훼손 등으로 서로 법정공방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안에 대하여 잊은 이후에 원래 사건의 여파와는 비교할 수 없게 작은 분량으로 정정보도가 신문지면에 실리거나 방송전파를 타게 된다. 이제는 어찌 보면 이런 언론의 정확한 보도를 담보하는 공식적인 기구들이 뒷북을 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신라호텔 한복사건과 신라면블랙 검증












        이런 특정한 사건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정작용과 속도는 기업들의 활동에도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다. 2011년 4월 초에 소위 ‘신라호텔 한복사건’이 일어났다. 유명 한복 디자이너가 한복이란 ‘위험한’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저녁에 신라호텔 뷔페식당에 들어가는 것을 신라호텔 직원이 막으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한복 디자이너로부터 사건의 개요를 들은  지인이 그 사실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고, 그 사건은 트위터와 인터넷 게시판을 밤새 뜨겁게 달구었다. 그리고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모든 언론 매체들의 온라인판을 장식했다.






        짧기는 하지만 필자가 언론 대응하는 부서에 있으면서 곁눈질로 본 기억에 의하면, 이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사건이 터지고 나면, 마구 문의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우선 ‘그런 일 없다’고 ‘부정(否定)’하고 보는 게 원래 전형이다. 그냥 넘어가거나 틀린 사실이었으면 좋고, 아니더라도 처음 얘기할 때는 몰랐었다고 하면서 넘어갈 여지가 있다. 그런데 요즘같이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오픈될 수 있는 세상, 틀리게 얘기하면 바로 일반 대중들이 바로 잡을 수 있는 세상에서는 이렇게 부정해서 벌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소비자보다도 늦은 굼뜬 기업이거나 거짓말만 시키는 기업이란 이미지만 강화시킬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개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들이 나온다. 그러면 다음 수순으로 ‘축소(縮小)’시키는 데 주력한다. ‘맞긴 맞는데~’하면서 ‘심각한 건 아니고~’, ‘극히 일부분만~’ 등으로 시작하며 얘기하는 게 여기에 해당한다. 축소 행위를 도와주거나, 전선을 여러 가지로 펼치기 위하여 ‘부정’작전이 새롭게 운용되기도 한다. 비난, 공격하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사실들에서 틀린 부분을 부정하면서 물고 늘어져서, 전체적인 논지를 흐리고 신뢰도에 의문을 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      축소’를 키워드로 하는 2단계에서는 기업 측면에서 보면 안정화되는 소정의 성과가 나온다. 그러나 그 성과가 온전히 홍보의 단계별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미 시간이 흘러 일반 대중들의 관심도가 급격히 저하하기 시작한 까닭일 가능성이 높다. 여론의 방향을 틀었다고, 비판 여론이 잦아들기 시작했다고 하나, 여전히 소수의 문제 제기자는 남는다. 결국은 그들을 대상으로 최고위 인물이 직접 나서서 반성이나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3단계까지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경우에도 위의 세 단계는 비슷하게 시현이 되었다. 좀 달랐던 점으로는 초기에 부정할 시간 자체가 없이 일이 퍼져 버렸다. 아마도 신라호텔 내부의 공식적인 채널을 탄 보고보다 트위터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네티즌들을 통하여 훨씬 빠르게 전파가 되고, 신라호텔은 오히려 그 전파 상황을 따라가기 바쁜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런 비슷한 상황을 몇 차례 기업 내부에서 바로 옆 부서의 일로 보거나 당사자로서 겪어 봐서 대충 추정을 할 수 있다.






        2단계로 얘기한 축소와 함께 부정하는 아이템은 제대로 나왔다. 사건 후에 문의하는 언론에 한복 착용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며 부정을 했고, 동시에 미숙하게 일처리를 한 직원 하나의 잘못으로 축소를 시도했다. 그리고 아주 발 빠르게, 문제 제기하고 확산시켜 나가던 사람들도 놀랄 정도로 빠르게 이와 결부된 최고의 이슈메이커가 될 수 있었던 대표이사가 직접 나섰다. 사건이 벌어진 다음 날 오전에 당사자인 한복 디자이너의 디자인 사무소로 직접 찾아가서 사과를 했다.






        이 모두가 단 이틀, 실시간으로 따지면 24시간 안에 이루어졌다. 위기관리도 그렇지만, 소비자들의 반응과 시장의 판세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돌아간다. 인지 제고-호의도 제고-구매유도 등의 기준에 맞추어 작성하는 마케팅 기획의 틀에 변화가 필요하다. 더 큰 변화는 각 단계별 기간의 길이가 짧아져야 하고, 어떤 단계는 아예 다른 단계에 합쳐지거나 없애버려도 된다는 것이다. 농업적 근면성에 입각한 속도전이 아닌, 틀과 방식을 바꾸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한 속도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신라호텔 한복사건과 같은 4월에 근 20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던 한국의 라면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신라면 출시 25주년 기념’이란 축포 속에 ‘신라면 블랙’이란 기존의 신라면보다 2배 이상 비싼 라면이 나온 것이다. 거기다가 이 신라면블랙은 기존 라면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몸에 나쁘다는 점까지 개선하여 영양이 풍부하고 건강에도 좋다고 광고를 했다.






        신라면블랙이 출시된 직후부터 소위 ‘네티즌 수사대’가 떴다. 이들은 라면 봉지에 붙어 있는 기존의 신라면과 신라면블랙이 함유한 영양성분을 하나하나 직접 비교하였다. 그 결과로 성분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나 2배 이상 비싼 가격을 정당화하기에는 한참 부족하고, 영양효과에서 차이가 나지 않았으며 몸에 해로운 성분도 다수가 여전히 들어있다고 발표했다. 주로 각자의 블로그가 발표 무대였다.












누가, 왜를 따지기 전에 기업의 원칙부터 정립해야












        신라면블랙을 검증한 소위 ‘네티즌 수사대’란 이름도 사실 뭉뚱그려 언론이나 온라인상에서 만든 조어일 따름이지, 실질적인 조직이란 없다. 신라호텔 한복사건을 열심히 온라인상에서 퍼 나른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특정 기관에 소속된 이들도 아니며, 대가를 바라고 그런 조사활동을 벌이지도 않았다. 단순한 소일거리 재미를 추구한 행동일 수도 있고, 사회 정의를 향한 일인 시위와 같은 사회적 행위일 수도 있다.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한 치기어린 행태일 수도 있다. 그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기업의 모든 활동, 심지어는 세부 성분과 제조 기술까지 모든 사항들에 비밀이란 없다고 봐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앞에서 본 것처럼 숨기려고 한 것, 뭔가 잘못된 사건은 빛의 속도로 퍼진다. 회사로는 한통의 불만전화가 오지 않고 밖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경우도 가능하다. 이런 시대의 대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화려하고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방식은 없다. 너무 단순하고 원칙적이지만 세 가지를 얘기한다.






1. 책잡힐 일을 하지 말라 - 꼼수 부리지 말고, 옳은 길로 가면 된다.





2. SNS 등 실시간 여론을 관찰하라 - 방송이나 신문에 나올 때면 이미 늦다.





3. 최고위층이 나서라 - 괜히 아랫사람 힘들게 하지 마라. 빠를수록 좋다.






        너무 쉬워서 사실 많은 기업에서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럭스멘> 2012년 1월호에 실은 글입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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