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나타난 김어준의 질문

입력 2011-11-20 20:53 수정 2011-11-20 20:53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거의 하던 자전거 산책도 미루기로 했다. 새벽 세 시쯤에 일어나 책을 보다가 밖에 나갈 생각을 접으니, 여섯 시 조금 넘어서부터 졸기 시작하다 결국 여섯 시 반 정도 되어 침대로 기어들어가 잠을 잤다. 선잠이었다. 꿈인지 깨어 있는 것인지 모르게 자다 깨다 반복하다가, 언뜻 잠이 들며 제대로 꿈을 꾸었다.












어느 곳에 위치한 누구의 집인지도 모르는 어느 가정집에서 김어준을 만났다. 길기는 했지만 어설프게 머리를 약간 다듬었다. ‘시사되지’-한겨레에서 하는 ‘김어준의 뉴욕타임즈’의 에서는 ‘돼지’가 아닌 ‘되지’이다-, 요즘은 ‘목사 아들 되지’-목사 아들로 칭할 때는 ‘돼지’로 쓰는지 ‘되지’로 쓰는지 확인을 못해봤다-의 김용민 교수도 있었다. 피곤해하는 김용민 교수는 몇 마디 하다가 방으로 들어가고, 김어준에게 머리가 좀 이상하다 어쩌다 얘기를 하는데 김어준이 물었다. 김어준은 존대말을 하고, 나는 그에게 반말을 썼다. 그 정도 이상의 나이 차는 난다. 그리고 나야 친근하게 느낄 수 있지만, 그에게 내가 잘 아는 사람은 아니니 충분히 그렇게 서로 존대와 반말을 따로 쓸 개연성이 있다.












“기업이 꼼수를 쓰지 않고 성공한 사례로 어떤 것들이 있죠?”





특정한 기업이 떠오르지는 않고, 바둑의 김인 9단이 떠올라서 얘기를 했다.





“기업은 아니고 말이야, 예전에 김인 9단이라고 있었다고. 그 양반이 보기 싫은 수, 원칙에 어긋난 수는 못 두는 거야. 어떤 하수가 봐도 뻔히 거기에 두면 이기는데, 그걸 못 두고 지는 거야. 그래서 지금까지 존경을 받고 있지. 근데 이걸 성공이라고 할 수 있나?”





맞는 사례인지 서로 머뭇거리며 고개 갸우뚱하다가 잠에서 깼다.












9년 전 제일기획 사보에 실은 졸문에서 김인 9단에 대하여 언급한 적이 있다.(아래 링크 참조) 그만큼 예전부터 존경하던 인물이었다. 깨어나서 꿈을 생각하니 졸문에 함께 언급했던 테드 윌리엄스야말로 실제로 꼼수 쓰지 않고 정도로 성공했던 인물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1모가 모자라지만 공식적으로 반올림이 허용되어 4할로 인정을 받는 데도 ‘1모가 모자란 4할 타자’의 소리는 듣기 싫다며 마지막 게임에 나가 4할 6리의 꿈의 타율을 만든 윌리엄스. 주로 끌어당기는 그를 노리고 모든 수비수들을 우익수와 1, 2루 쪽으로만 배치했던 극한적인 수비 포맷을 상대방이 취해서 3루쪽으로 볼을 굴리기만 해도 안타가 되지만 정석대로 자기 스윙을 했던 윌리엄스!












그러면서 즐겨 얘기했던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얘기를 왜 안 했던가 꿈속의 일이지만 안타까웠다. 원가 압박이 심했지만 친환경재료만 고집했고, 모든 신상품도 친환경 여부만으로 진행 여부를 판정했던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매니어 그룹의 굳건한 지지와 함께 ’내부 브랜딩‘, 소위 진정성 있는 인터널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 측면으로 나도 많이 인용한다.












파타고니아야말로 꼼수가 아닌 진정성을 밀고 나가 성공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파타고니아는 정말 성공한 것일까? 매출액의 크기로 따진다면, 그것도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는 들어야 한다면 파타고니아는 성공하지 못했다. 영업 수익의 크기 면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직원 수 같은 것도 수 만 명에 이르는 규모를 자랑하지 못한다. 그런 수치들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파타고니아는 세상 물정에 어두워서, 다른 말로 꼼수를 쓰지 못하여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회사가 될 것이다. 김인의 경우도 그렇게 해서 밥 한 끼 제대로 먹여주지도 못하는 후배들의 존경이란 것이 어디에 쓸 것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여러 번 우승을 놓친 실패한 바보 같은 기사로만 평가할 수도 있겠다.  












김어준이야 그냥 꿈에서 봤으니까 제대로 사례를 들어주지 못했어도 괜찮다. 그런데 이번 주 두 차례나 있는 대학생 대상 강연에서, 수시로 있는 후배들과의 대화에서 김어준이 했던 것과 같은 질문이 나온다면 과연 어떤 사례를 들어주어야 할까? 꼼수를 쓰지 않고도, 쓰지 않았기에 잘되었던 그런 사례로 누구를, 어떤 기업을 들어줘야 할까? 그리고 꼼수 쓰지 않고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성공으로 자부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된다고 어떻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을까?  




http://www.cheil.co.kr/upload/kr/magazine/20100510/200209_02.pdf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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