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전문가보다 먼저 필요한 것

입력 2011-10-30 16:12 수정 2011-11-01 12:59
 

SNS에서 밀린 것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결정적인 패인이라고 단정한 한나라에서 SNS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하고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SNS를 한나라당에서 제대로 이용 안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직접 이용 여부를 떠나서, 소셜네트워크 상에서의 지지자들이 절대 부족했던 것이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더 뼈아팠다.




좀 지난 시간들을 훑어보면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대선에서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노사모 역풍에 당했다면서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상의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탄핵을 시키고는 바로 탄핵 역풍을 맞았다. 그 이후에도 국민과의 직접적인 대화가 부족했다면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개척하겠다는 얘기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의 촛불정국 후에도 비슷한 말이 나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어떤 조치가 취해진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 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그들이 외부에 공표한 젊은이와의 대화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로 올해 들어서 한나라당은 결정타를 연이어 맞고 있다. 4월 재보선에서 자신들의 텃밭이라고 생각했던 분당을에서 막판에 투표율이 극적으로 오르고, 상대 당 후보가 당선되는 데 트위터를 비롯한 SNS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보았다. 무상급식 시행여부를 놓고 벌인 예전 ‘70년대의 국민투표 형식으로 치러진  주민선거를 발의하면서부터 처절한 조롱거리가 되었고, 엄청난 자금과 행정력을 동원했는데도 불구하고 창피할 정도로 박살이 났다.




이들 과정에서 줄곧 트위터뿐만 아니라 ‘나는 꼼수다'와 같은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엄청난 영향을 젊은 세대부터 시작하여 아래위로 확산되면서 끼치는 것을 보았는데도, 한나라당은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SNS, 특히 트위터의 영향에 대한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다. 가장 극명하게 양측의 차이는 그 지지자들에게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후보자 자신들이 직접 트윗을 양산했지만, 지지자들이 트윗을 하고 그것이 리트윗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 면에서 대중들에게 새로운 소식을 알리고, 인식을 강화시키는 데는 더더욱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경원 지지자 중 리트윗이 가장 많이 된 트위터 사용자는 강OO 씨란 분이다. 항일단체 농성현장에 나타나서 커터칼로 현수막 찢다가 자기 손을 다쳐 피를 흘린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희망버스 앞에서 목검을 휘두르며 검무를 춰 나름 유명해진 양반이다. 다른 5위 이내의 분들도 이름이 그다지 알려지지 은 보수단체의 간부이거나, 몇몇은 아예 트위터 상에서는 익명으로 자신을 알리며 활동하고 있다. 누가 시작한 트윗이건 모든 리트윗은 좋은 것일까? 보수단체 안에서 유통되는 것이야 같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올리는 효과는 있었겠으나, 이 분의 그간 보여 온 언행이나 트윗의 성향을 보았을 때 과연 부동층을 설득하거나 끌어들이는데 효과가 있었을까? 이걸 제품이나 기업으로 바꾸면 나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미지, 곧 ‘사용자 이미지(User image)'라고 할 수 있는데, 나경원이란 브랜드, 최소한 그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이미지와 어긋날 뿐만 아니라 비사용자의 구매시도까지 차단하는 효과가 오지 않았을까 싶다.




후보의 이름을 직접 언급한 리트윗을 포함한 유통된 트윗의 수는 나경원 후보 측이 더 많다고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내용이 부정적인 경우가 다수라는 사실이 문제였다.  바로 위에서 본 것처럼 트위터를 대표로 하는 SNS판은 몇몇 명망있는 예술가나 학자, 연예인들을 필두로 하여 박원순 후보를 지지자하는 이들이 판을 이미 접수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경원 후보 측은 그래서 초반부터 네거티브전략을 채택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는 상대편의 트위터 이용자들이 쉽게 검증하고, 더 크게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컨텐츠 먹이를 계속 제공한 꼴이 되었다. 트위터는 가볍고 빠르다. 지금의 트렌드가 가볍고 빠르다.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해외라고 뻥 터뜨리고 실상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까지 예전처럼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결국 가볍고 빠른 그 방식에 본인이 어울리지도 않고, 상대방이 훨씬 강하다는 것도 알면서 굳이 거기에 맞추어 어줍지 않게 공격을 감행한 꼴이다.




서울대 장덕진 교수가 한 사람들이 어떤 매체를 보고 있고 얼마나 자기와 다른 의견에 대해 수용성이 높은지를 비교해보면, 트위터 이용자들이 가장 이견에 대한 수용성이 높고, 종이신문 보는 사람들이 이견에 대한 수용성이 가장 낮았다. 그 이유는 SNS라는 개념 자체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을 맺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다양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나경원 후보측의 트위터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 쳇바퀴 도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소통의 효과만을 거두었을지 모른다. 소위 ‘보수’성향이 강한 종이신문 보는 분들이 같은 의견을 펴는 사람들 안에서 계속 자신만의 논리를 강화시키며, 거기에 만족하며 있었을 확률이 크다.




그렇게 제한된 영역과 동일한 성향의 사람들 속에서 유통되었기에, 제대로 내세울 컨텐츠가 부족했다. 컨텐츠 자체를 새롭게 생산하고, 색다르게 포장할 사람들이 절대 부족했다. 그리고 정책대결이 되지 않는다고 불평했는데, 솔직히 정책대결을 위한 준비도 별로 되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서울대의 장덕진 교수가 폴리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얘기한 다음과 같은 트위터를 이용한 정치에 관한 말들은 되새겨 봐야할 필요가 있다.




많은 정치인들이 “트위터를 해야 합니까?”, “트위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질문을 한다. 이때 “트위터를 한다는 게 뭘 의미하는 겁니까”라고 반문하면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보통 트위터를 한다고 하면 계정을 열고 글을 쓰고 누군가 팔로워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사람들과 소통 혹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 채 매일 글이나 쓴다면 ‘벽치기 트위터’라고 할 수 있다. 테니스 처음 연습할 때 벽에서 혼자 치듯이 트위터에서 공감과 소통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자기 혼자 벽에 대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공감과 소통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정치의 진정성 문제다. 오프라인 정치에 진정성이 없는 정치인들이 트위터를 할 경우 전형적으로 ‘벽치기 트위터’가 되어버린다. 따라서 트위터 잘하는 기술을 고민하기에 앞서서 정치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팔로워와 트윗, 리트윗, 멘션의 숫자로 목표를 잡는다. 그래서 빨리 팔로워 숫자를 늘이려 ‘처음 팔로윙하는 분 300분께 XX상품권 증정’과 같은 프로모션 행사를 연다. 트윗과 리트윗과 멘션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트위터 사용자들의 쳇바퀴 안에서 열심히 돌려대어 목표 숫자를 달성한다. 이런 경우의 트위터는 그저 다른 사람들이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하는 전시물이나 행사일 뿐이다.




젊은이들과 소통한다고 하면서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하여야 할지 연구하지도 않은 채 그저 트위터라는 수단만 만들어 놓으면 모든 것이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바로 ‘만들어 놓으면 그들이 올 것이다(If you build it, they'll come)'라는 ’꿈의 구장(Feild of Dream)'식의 접근이다. ‘그들’은 주인공의 꿈속에 왔다. 여기는 표로 심판받는 현실의 대결 마당이다. 혼자서 벽치기 테니스만 하면서 자신을 훌륭한 테니스인이라고 생각하고 그 동호회에 받아들여졌다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

  

한나라당의 정태근 의원은 "우선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인사 난맥상과 20~40대와 괴리된 정책 기조를 뜯어고치는 게 목표"라고 하며, "서울시장 보선 패배를 놓고 SNS 전문가가 부족해서 졌느니 하는데, 트위터 전문가가 부족한 게 아니라 여권의 오만과 불통을 바로잡을 사람이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아주 정확한 지적이라고 본다. ‘SNS 때문에 졌다’고 하는 것은 제품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도외시하고 그저 광고가 잘못되었다고 하는 격이다. 제품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고, 광고나 다른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의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바로 잡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근본적인 부분을 바로 잡으면서, 지엽적으로 손질할 곳은 고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한나라당은 바탕이 워낙 근래의 트렌드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SNS를 위한 트렌드 공부를 한 다음에 SNS 전문가를 뽑는 게 옳은 길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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