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가치 정부가 결정할 수 있나

입력 2011-10-19 09:58 수정 2011-10-19 09:58


중앙일보 10/19자에 실은 글의 원문입니다. 원래 제목은 "가격은 소비자가 결정한다"였는데 중앙일보에서 바꾼 제목이 더 맘에 듭니다. 중알일보 기사는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1/10/19/6098638.html?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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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가 10월 24일부터 우유 가격을 9.5% 인상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보다 앞서 10월 12일자 중앙일보 경제면에는 서울우유가 가격을 올리려다 철회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 배경에 농식품부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업계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협조를 요청했다’고 표현했지만, 기업에서야 충분히 압력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올해 물가가 정부가 애초 목표로 했던 4%를 넘기면서, 공정위를 필두로 하여 모든 정부부처들이 물가잡기에 나서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우유의 사례에서 보듯이 최종 가격을 통제하는 식의 일차원적 대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가격 통제를 위한 정부의 올바른 역할

 

정부가 가격을 통제할 때의 접근 방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투입, 소요된 비용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건축비, 토지매입비 등의 투입비용과 마진을 밝히라는 아파트원가공개를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두 번째는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지불하는 가격을 통제하는 방법이 있다. 위에 나온 우유가격 인상은 최종 가격 통제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올해 4월 농심에서 프리미움라면을 표방하며 신라면블랙을 시장에 냈다. 700원 정도의 기존 신라면에서 두 배 이상 올린 1,600원 정도에 시판이 되었다. 소비자들은 바로 가격논쟁을 직접 유발시켰다. 포장지에 쓰인 기존 신라면과 신라면블랙의 성분을 비교하며, 광고에서 얘기하는 효능뿐만 아니라 두 배 이상이 나는 가격차이가 적정한 지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지역과 유통점 별 최종 소비자 판매 가격을 비교하며, 역시 신라면블랙의 가격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신라면블랙 출시 2개월여가 지나 1억5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조치는 일명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사업자들이 품질을 고급화한 정도에 비해 가격을 과도하게 높이 책정하면서 부당한 표시·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기만함으로써 경쟁력을 유지시키는 시도를 억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여기서의 방점은 ‘과도하게 높이 책정’된 가격보다는 ‘부당한 표시·광고를 통’한 소비자 기만에 찍힌다. 가격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이나 통제보다는, 상징적인 과징금 부과라는 우회적인 제재를 통하여 시장질서와 원칙을 지키는 심판관이나 규칙제정자이자 수호자로서 정부의 역할에 충실한 결정이었다고 본다.  

브랜드 가치를 반영해 가격은 결정된다 

모든 제품의 가격에는 수치화하기 힘든, 제품이 표방하는 핵심적인 이미지이자 소비자에게 주는 감성적 가치로서 ‘브랜드’가 영향을 미친다. 아파트 브랜드 관련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같은 시기에 지어진 한 동네의 거의 동일한 구조에 같은 넓이의 아파트가 브랜드에 따라서 1천만원 이상 차이가 나고, 어느 아파트 단지는 이름만 바꾸었는데 역시 바로 1천만원 이상 가격이 뛰기도 했다.

브랜드에는 정서적인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하기 때문에 기업이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기업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정부는 공정한 경기가 되도록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여야 한다. 라면 사례에서 보듯이 소비자들은 성분비교와 제품평가 등을 직접하며 적극적으로 가격에 대해서 의견을 개진한다. 궁극적으로 브랜드 가치까지 포함하여 소비자들이 내리는 평가에 의해 가격은 결정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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