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와 디브랜딩

입력 2016-06-15 09:38 수정 2016-06-15 09:49

브랜드(brand)는 고대 노르웨이에서 자신이 소유한 소(cow)를 타인의 소와 구분하기 위해 사용한 낙인(brandr)에서 유래했다. 사진은 낙인에 쓰인 철도구.
출처=commons.wikimedia.org



 

“내 페친(페이스북친구)이랑 실제로 알아?”

평소 통찰력 있는 글을 자주 올리는 SNS 친구가 있다. 실제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 식견을보며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한 분이었다. 우연히 나와 친한 후배가 그분과 꽤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실제로 어떤 분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거꾸로, 내 선배에게는 페친인 한 친구가 나와 10년 넘게 인연이 있다는 이야기에 선배가 신기해 한 일도 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우리는 누군가와 친구가 된다. 온라인 네트워크 시대이기에 가능하다. 그러나, 온라인에서의 친구 관계는 오프라인에서의 친구 사귀기와는 다르다. 성대를 울려 나는 목소리를 들어본 적도, 눈을 마주쳐 본 적이 없어도 SNS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친구가 되고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그래서일까. 서로 교류를 하며 친구가 되기 보다는 누군가의 모습을 훔쳐보며 팔로우하고 다른 이들의 소식만 모니터하는 이용자들도 많다. 한동안 ‘카페인 우울증’(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우울해하는 현상)이라는 표현이 유행한 것도 이런 연유다.

 

‘카페인 우울증’을 불러오는 ‘눈팅’(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은 눈팅의 상대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SNS에서 상거래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특성을 개념화하고 원하는 방향의 이미지로 꾸며 사람들에게 전파하며 개인을 브랜드화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귀한 정보를 골라내기 어려운 만큼, 넘쳐나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입사시 응시생의 SNS를 모니터하기에 이제 학생들도 SNS 관리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개인 브랜딩에 열을 올리는 이들에게 안타까운 소식이다. 브랜딩의 미래는 이제 디브랜딩(debranding)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매거진 패스트코디자인(FastCoDesign)의 크리에이티브 전략가 자스민 디 브루커(Jasmine De Bruycker)는 디브랜딩이 각광을 받는 이유를 네트워크에서 찾는다. 브랜딩은 한 회사를 다른 경쟁자와 구분짓게 하는 특성에 주목하지만, 인터넷 시대의 소비자는 모든 것이 상호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편안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즉, 연결되며, 융합되는 네트워크의 특성은 구분짓는 브랜딩이 넘어서야 할 디지털 환경인 셈이다. 디 브루커는 브랜딩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초점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가격은 진짜 가치를 포함하지 브랜드의 가치를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 예견한다.

 

앞으로 디브랜딩 시대에는 제품의 질과 같은 본질적인 가치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하는데, 이는 매우 반가운 흐름이라 하겠다. 인터넷의 발달과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인해 바이럴 마케팅이 새로운 마케팅 방안으로 떠오르며 더욱 많은 포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체념하고 있었던 이들에게 오히려 본질에 충실하라는 이야기를 자신있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도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말이다.
이재원 문화평론가
한양대 실용음악과, 정보사회학과 겸임교수
전 텐아시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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