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 슈즈, 그 다음은?

입력 2011-06-08 21:53 수정 2011-06-08 21:53
 탐스(TOMS)는 한국에서도 이미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기업의 수익과 사회적 공익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평가해도 과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탐스는 2006년 ‘One for One', 곧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신발을 살 수 없어서 맨발로 다니는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보낸다는 사회공익사업과 신발판매업이 뒤섞인 형태로 출발했다. 첫해 1만 켤레 판매에서 시작하여 작년까지 1천만 켤레를 판매했다고 한다. 1천만 켤레의 신발을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제공한 셈이다.




한 달쯤 전에 한 친구가 회사에 강의하러 왔다. 트렌드 소개를 하면서 소재 중의 하나로 탐스 얘기를 하면서 강의 들으러 온 친구들에게 ‘탐스를 아느냐’ 물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탐스를 알고 있었다. 공익마케팅과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이니 마케팅 쪽 일을 하는 친구들로서는 당연하다. 한 단계 더 들어가 탐스를 가지고 있거나 신고 있는 친구들을 확인하니, 20명 남짓한 여자 친구들 중 5~6명이 손을 들었다. 남자들은 하나도 없었다. 2년 전에 환경과 패션을 결합하여 멋을 내는 ‘Echo-chic'이라 명명한 여성들에 대한 보고서를 낸 적이 있는데, 바로 그 탐스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그 유형이었다. 사회의식과 패션리더쉽을 함께 가지고 있는, 아니면 자부하거나, 최소한 지향하는 친구들이었다. 이후 주위에 탐스 슈즈를 신은 여자 친구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정확한 통계는 찾을 수 없었지만, 눈에 띄는 착용자들의 수나 온/오프라인 판매점을 보면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였다.  




가난한 나라로 여행을 가서 신발도 못 신고 다니는 애들을 보고, 순수하게(?) 그들에게 신발을 신겨주겠다는 일념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사업체로까지 만든 탐스의 창업자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의 창업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탐스의 재료나 비슷한 디자인과 재질의 신발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도 글로벌사회에 공헌한다는 명분에 정당화되었다. 탐스와 곧잘 비교되는 바디샵이 알게 모르게, 특히 창업주인 애니타 로딕이 사망한 후에 상업적 노선을 확실히 타면서, 탐스의 조용한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빛을 발했다. 그러나 잘 나간다고 하면 그러듯이 아무리 두 켤레 값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해도 탐스의 가격이 너무 비싸고, 그래서 탐스가 자기 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그런 측면에서 궁금했다. 탐스 열풍은 언제까지 갈 것인가? 탐스는 앞으로 조금씩 솟아나는 의무이나 비판적인 시각에 대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런 질문들에 대한 대략의 해답을 주는 행동이 나왔다. 탐스가 미국에서 자신들의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유통점인 노드스트롬 백화점에 박스 하나를 갖다 놓으며, 그 박스 안에 탐스의 다음 행보를 알리는 것이 들어 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를 했다. ‘Not just shoes anymore. What's your next chapter?'라는 ’신발 외의 그 무엇. 다음은 무엇일까?‘라는 어구에서 보듯이, 뭔가 새로운 것을 들고 나오는 것이 명백했다.


궁금증을 한껏 자아낸 후 미국 시간으로 6월 7일 박스를 열었다. 거기서 나온 것은 바로 다양한 형태의 그러나 탐스 슈즈처럼 튀지 않는 디자인의 안경이었다. 제품라인의 확장이었다. 전 세계 1% 이상의 사람들이 맹인이거나 심각한 시력장애를 겪고 있는데, 안경을 사서 쓸 수 없는 가난한 나라에 그들이 몰려 있단다. 탐스의 안경을 하나 사면 그들에게 ’One for One'으로 또 하나의 안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브랜드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마이코스키가 우리는 ‘One for One company'라고 한 탐스의 브랜드에 들어맞는 움직임이다. 시력장애는 신발이 없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빈곤으로 인하여 치유되지 못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나눔의 해결책을 도모하고 촉구하는 탐스의 진정성을 믿는다. 그런데 꼭 탐스의 이름으로 그런 퍼포먼스와 함께 해야만 했을까? 간과하고 있던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것은 좋지만, 아무래도 앞에서 얘기했던 대로 사람들에게는 ’탐스의 제품라인 확장‘으로 사람들에게 먼저 와 닿는 것은 아닐까?




이 순간에 사회적 기업으로서 탐스보다 다양한 제품라인을 갖추는 기업화하는 탐스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우려일까? 순수한 의도에서 소규모로 출발했던 NGO나 협동조합 형태의 소기업들이 덩치가 커지면서 관료조직이 주도하는 모양새로 변하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았다. 탐스는 그런 변곡점에 와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신발과 안경은 제품 자체의 기본적인 속성이 다르다. 안경은 신발에 비하여 고관여제품이며, 신발처럼 보편적인 기능성이 작용하지 않고 사람에 따라 맞춤 과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신발처럼 모든 사람의 필수품이 아니다.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적어지고, 받는 사람의 요구는 복잡하다. 그렇다면 판매와 배급 과정에서 더욱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탐스의 조직이 더욱 커지고, 그 조직을 지탱하기 위하여 다른 기업과 같은 조직체계를 갖추고 상업적 목적이 우선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우려가 기우로 끝났으면 좋겠다. 이제 탐스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차분히 볼 차례이다. 어쨌든 한걸음 떨어져 상업적인 측면에서만 브랜드 일을 수행하고 있는 작자의 관점에서는 근래 가장 흥미로운 브랜드 사건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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