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광고의 트렌드 세 가지

입력 2011-05-27 15:56 수정 2011-05-27 15:56


신세계매거진에 실은 글의 원본입니다. 잡지가 발행되었다는 연락은 받았는데, 제게 아직 배달이 안되어서 어떻게 실제로 실렸는지는 확인을 못했습니다만, 쉽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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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경계를 허무는 최근 광고의 세 가지 트렌드

전통적 성(性) 역할이 바뀐다

올해 상반기 가장 큰 수익을 올린 광고모델이 누구일까? 너무 쉬운 문제인 것 같다. 지금은 씩씩한 해병대 장병으로 우리 서해의 북단 백령도 초소를 지키고 있는 현빈 이등병이다. 현빈은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메가히트 후 입대하기 전까지 2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6개의 광고를 찍으며, 40억원 이상의 모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한 광고 품목 중에서 가장 자주 눈에 띄었던, 곧 광고비를 가장 많이 쓴 것은 3D TV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의 양대 TV제조업체가 서로 전면전을 벌이면서 세간의 관심을 크게 끌기도 했다. 특히 LG전자에서는 원빈을 광고모델로 기용하여 ‘빈의 전쟁’이란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현빈열풍은 작년 말만 해도 광고모델 순위 50위 안에도 끼지 못했던 현빈이 작년 중반부터 광고모델 순위 1위를 달리던 동료 연예인을 단숨에 앞지르는 결과를 가져왔다. 현빈에게 추월당한 사람은 바로 ‘국민 남동생’이라고 불리는 이승기였다. 이승기는 여성모델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던 품목들까지 모델로 나서서 광고에서 성(性)의 고정역할을 깨기도 했는데, 김치냉장고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결국 딤채는 소지섭과 류승호, LG는 차두리와 기승용으로 3대 김치냉장고의 광고모델이 모두 남성으로 바뀌었다.

전자제품에서는 또 여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광고가 눈에 많이 띄고 있다. LG전자의 X노트북과 트롬세탁기는 신민아와 이나영을 각각 단독모델로 쓰다가 최근 송중기와 이기광이란 기존 여성모델들보다 훨씬 어린 남성모델들을 기용했다. 자연스럽게 여성이 리드하는 전형적인 연상연하 커플장면이 연출되었다. 전자제품 말고도,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제품의 대표라고 일컬어지는 자동차에서도 여성의 입지가 넓혀지고 바뀌어졌다.

대담한 성적(性的)인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하여 자동차 광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투싼 광고에 나오는 여성들은 남녀관계에 대해 다른 견해와 행동을 보인다. 대담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남성을 유혹하거나 남성에게 사정하는 듯하다, 그저 미적거리는 남성에게 통쾌하게 한방 날린다. ‘언제까지 Cool한 척 할 것인가?’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간다. 한 남자에게 그렇게 해주었으면 되었다고 합리화하며 외친다. 이제 내 스스로의 길을 간다. ‘기회는 많다, Time to change’.

사실 연예계와 광고에서 마초류 남성들 찾기가 힘들어진 지 꽤 된다. 진지하고 믿음직한 가부장의 역할을 담당하는 중년 이상의 남성 배우를 이제 찾기 힘들다. 다수의 출연자가 등장하는 소위 토크가 어우러지는 예능 프로에서 ‘90년대 아이돌 출신들이 틈새시장을 파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들도 현재 아이돌의 나이 기준으로는 이미 중년으로 들어섰다.

현빈을 글머리에 얘기하긴 했지만, 광고모델로서 ‘현빈현상’은 드라마의 예상을 넘어서는 히트에 이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2004년 말에 ‘강한 여자, 예쁜 남자(Ms. Strong, Mr. Beauty)'라는 트렌드 보고서를 낸 적이 있을 만큼, 사회적으로 남녀의 역할과 취향의 변화는 사회적으로도 눈에 띄는 트렌드 중의 하나였다. 광고는 계속 그 트렌드를 반영하고 어떤 부분에서 조금씩 앞서 나가고 있을 따름이다.

 

평범함 속의 비범함이 뜬다

 단일 제품의 광고로 상반기에 가장 화제가 되었고, 실질적인 매출 증대 효과도 뚜렷하게 보인 것으로 차두리 선수의 우루사 광고를 첫손가락에 꼽는데 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차두리 선수가 출연한 광고가 나간 것 이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2월 우루사 매출액이 전년 2월 대비 67%가 뛰었다. 그리고 음원까지 정식으로 발매되었고, 거꾸로 부르거나 노래방 버전까지 나와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간 때문이야’를 흥얼거리거나, 패로디한 농담을 하는 사람들을 본 경험들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앞서의 LG김치냉장고나 SKT 등의 광고에 차두리 선수가 출연한 적은 있지만, 공동출연이나 조연이었고 단독 광고모델로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이 광고 히트 이유의 하나로 로봇에 비유되는 차두리 선수의 체력과 제품의 특성과의 강한 연관성도 있지만, 광고모델로서는 아마추어 같은 차두리 선수의 어색하면서도 친근한 모습이 꼽힌다.

차두리 선수와 함께 상반기에 광고의 블루칩으로 각광을 받은 인물들이 있다. 박칼린, 허각, 장재인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TV의 오디션 프로그램, 넓은 의미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거쳤다. ‘남자의 자격’의 박칼린은 이미 상당한 경험을 쌓은 지명도가 있는 인물로서 급조된 아마추어 합창단을 이끄는 리더였고, 허각과 장재인은 직접 경쟁에 참가한 사람이라는 차이는 있다. 이들 모두 광고모델로서는 신인이었는데 프로그램 이후 프로그램 방영 때의 인기를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이 호의를 갖게 하는 이들의 강점은 친근함과, 그에 기초하여 일어나는 감정적 일체화이다. 은행광고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호감도를 기록한 박칼린의 광고도 시청자 자신이 어설픈 합창단의 단원일 수도 있고, 그런 단원과 같은 이들을 사회조직에서나 가정에서나 함께 하며 이끄는 사람일 수 있다는 일체감이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님, 힘내세요’에서 허각만큼 드라마틱하게 많은 국민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삶이 힘들어도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쫓아서 행동에 옮기는 장재인과 허각과 같은 인물에게서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넘어서 자신도 작게나마 무언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 꾸미지 않고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는 일견 평범한 인물들의 등장이 근래 광고에서 볼 수 있는 큰 트렌드 중의 하나라 하겠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붐을 이루면서 계속 새로운 화제의 인물이 등장하고 한동안 이런 추세는 계속 되리라 생각한다.

 

다양한 접점으로 소통하고 실제로 느끼게 하라

 “타임지를 접할 수 있는 더 많은 방법들(More Ways To Stay Connected To Time)"이란 타임지의 자체 광고가 지난 10월에 발행된 타임지에 실렸다. 타임지와 같은 언론매체를 떠나서, 이제는 광고도 기존의 매체 외에 그림에 실린 것과 같은 접점들은 모두 기본으로 활용해야만 한다. 타임지의 오프라인 잡지가 보통 얘기하는 TV, 신문, 잡지, 라디오와 같은 4대매체 광고라면, 그 이외에 홈페이지에도 광고와 연계한 메시지가 실려야 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의 어플리케이션이 있어야 한다. 위에서도 언급한 현대자동차 투싼이 브랜드 성격과 맞추어 개발하여 보급한 어플리케이션인 ‘작업의 정석’은 지역의 숨겨진 데이트 코스 등을 알려주면서 큰 히트를 쳤다.

세월이 지나 작년 타임지가 광고를 실었을 때와 비교하여 또 하나 강력한 매체 중의 하나로 대두한 것이 있다. 바로 QR코드이다. QR코드는 소비자들의 즉시성 욕구와 광고주들의 메시지 전달의 양적 제한성을 해소시켜 주는 도구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파티에서 너무나 맘에 드는 상대를 만나서 그에게 질문을 했는데, 나중에 이메일로 알려주겠다거나 자신의 블로그에 와서 보라고 하면 얼마나 실망스럽겠는가?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이의 경우에도 자신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얘기할 부분의 일부분만을 알려줄 수밖에 없는 광고매체의 시공간적 제약이 얼마나 원망스럽겠는가? QR코드는 스마트폰을 갖다 대기만 하면 호기심이 충족되고, 광고주 쪽에서는 자신의 브랜드 세계 안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환상의 도구로 자리매김을 했다.

사실 초기에는 QR코드 자체가 소비자와의 소통 이상의 앞서가는 기업이나 제품으로서의 의미를 보여주는 시각적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제는 웬만한 광고에는 모두 QR코드가 들어가면서, 일부러 QR코드를 빼는 경우도 생기곤 한다. 그렇지만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체험하는 ‘소셜(Social)' 마케팅을 향한 움직임은 계속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움직임이 스마트폰을 포함한 화면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실제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경향 역시 크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의 움직임을 실제로 극장에서 느끼도록 만들었던 그랜저 5G의 세계 최초의 4D광고와 같은 실험들이 더욱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위의 세 가지 변화에 대해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내답지 못한 남성들이 판을 치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허황된 대박의 꿈만을 노리게 하고, 소셜마케팅이란 미명하에 지엽적인 새로움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상당 부분 인정도 하지만, 변화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아주었으면 한다. 세 가지를 묶어서 봤을 때, 전통적인 ‘남녀’, ‘프로와 아마’, ‘전통매체와 신규매체’간의 경계를 허물면서 소통과 표현의 장(場)을 넓혀가는 시도로 이해했으면 한다. 사실 그랬을 때 새로운 시도가 훨씬 눈에 잘 뜨이고, 광고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마케팅 활동의 방향도 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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