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기업들, '히잡'에 눈독을...

입력 2016-06-03 16:27 수정 2016-06-07 09:24
테헤란 메흐라바드 공항에 도착한 박 대통령에게 카메라 후레쉬가 집중됐다. 지난달 1일 이란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식 히잡(Hijab) ‘루싸리’를 두른 채 트랩을 내려섰다. 非 이슬람 국가 여성 정상의 이란 방문도 처음인데다 히잡 쓴 모습 자체가 충분히 이슈 거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히잡 쓴 박대통령의 모습은 실시간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히잡은 여성인권 억압의 도구인데, 여성인 박 대통령이 착용한 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주장과 “히잡은 현지 전통 복장일뿐이다. 상대국의 문화를 존중하는 배려가 오히려 돋보였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처럼 인터넷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등에서 박 대통령의 히잡 착용 사진과 함께 찬반논쟁 댓글이 뜨겁게 들끓을 즈음, 이번엔 이란의 유명 패션모델이자 여배우인 ‘엘람 아랍’이 검사 앞에서 나아가 참회하는 모습이 이란 전역에 방송됐다. 금발로 염색한 머리카락을 드러낸 채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히잡을 쓰지 않은 ‘비이슬람적 행동’이라는 이유로 검찰에 체포된 것이다. 이란에서는 최근 젊은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사법 당국이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최근 들어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느슨해지면서 개혁·개방 바람에 편승, 각국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성이라면 무조건 써야 하는 히잡 단속 만큼은 오히려 더욱 심해진 모양새다.

 

 


 

히잡은 아랍어로 ‘가리다’라는 뜻이다. 이 베일은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다. 히잡은 이집트, 요르단, 모로코 등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를 비롯 무슬림 비중이 높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히잡에 관한 필자의 관심은 더 이상 강요와 억압의 의미이거나 종교적 신념을 드러내는 수단이 아닌 자기표현 방식의 하나인 패션 아이템이라는 사실에 있다.
지구촌 인구 74억 명 중 무슬림 인구가 18억 명에 이른다. 그 중 여성이 9억 명이다. 이는 우리나라 시장의 18배 규모이다. 지구상에 이슬람이 존재하는 한 히잡의 수요는 계속된다. 히잡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와 패션봉제기업들에게 히잡 시장은 안정적이고도 무한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군침이 돌 수밖에 없다. 이슬람 여성들의 여심을 잡기위해 내로라하는 글로벌 패션기업들의 사냥은 이미 시작됐다.

 

 


 

시장조사기관인 톰슨로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무슬림들은 2013년 한 해 패션에 2,660억 달러를 지출했다. 무슬림 인구 중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젊은 층들이 늘고 있어, 2019년에는 이들의 의류비 지출이 4,84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무슬림 여성은 패션업계의 차세대 미개척 시장’이라는 평가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히잡 사업에 기선을 잡을 요량으로 유니클로와 돌체앤가바나가 일찌감치 선두에 나섰다. 이들은 히잡뿐만 아니라 ‘아바야’나 무슬림 여성들을 위한 의류도 출시했다. 유니클로는 무슬림 여성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슬람계 영국인 인기 디자이너와 협업 중이다. 무슬림 여성들의 공감을 얻기 위함이다.  이밖에도 H&M, DKNY, Mango 등 해외 유수 패션브랜드들도 속속 무슬림 패션시장에 숟가락을 얹었다.
무슬림 패션시장은 이슬람 국가로 한정된 게 아니다. 서유럽으로 유입되는 무슬림 인구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이슬람 의류·패션분야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 영국에서는 온·오프라인에서 무슬림 인구를 위한 특별한 의류를 선보일 정도다. 세계 패션기업들의 행보가 이러한데 무슬림 패션시장을 겨냥한 우리 기업들의 움직임은, ‘글쎄’다.
히잡 두른 박대통령의 모습을 놓고 소모적 논쟁을 벌이기 보다는 내일의 먹을거리를 떠올리는 패션기업인들이 창의적 발상이 아쉬울 따름이다.
주말 산에 푹 빠져 사는 트레킹 매니아로서 산행 관련 기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월간지(3종:월간 봉제기술/배관기술/플랜트기술)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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