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로 이르는 계단

입력 2011-02-16 09:23 수정 2011-03-21 15:56
교보 <북모닝 CEO>에 실은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문영미 교수의 <디퍼런트>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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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차별화’로의 초대




        ‘90년대 초반에 가정용품과 식품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의 일을 했었다. 그 기업은 목표고객층을 대상으로 TV에 방영할 거의 모든 광고를 사전에 테스트를 했다. 테스트는 20에서 25명의 조사대상자를 모아 놓고 여러 형태로 광고물을 보여주며 설문에 답하게 했고, 중간 중간에 주요 내용이나 출연한 모델 등에 관한 토의를 했다. 그래서 설문응답에 의한 수치 점수와 함께, 대담에서 나온 내용까지 고려하여 광고물이 어느 정도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조사담당자로서 종합적인 의견을 넣어서 최종보고를 했다. 사전조사 결과가 아주 나쁘면 시간을 잡았어도 방영을 하지 않겠다는 목적도 있었으나, 필자가 진행했던 20여건의 조사 중에 방영이 되지 않은 경우는 점수는 괜찮았지만, 내용에서 상식과 어긋난 부분이’ 지적된 광고물 딱 하나 밖에 없었다. 평균 점수가 아주 낮게 나오더라도 조사담당으로서 어느 한 요소 빼어난 점이 있고, 그 부분이 전략의 핵심이므로 개의치 않아도 된다‘며 밀어붙이다시피 한 경우도 있었다.

        나중에 그 기업이 보다 과학적인 방법론을 개발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조사담당의 주관적인 의견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사방법이 ’정교화/고도화‘되었다. 세계적으로 사전테스트 부분에서 가장 유명하고 경험이 많다는 조사회사의 방법론과 거의 비슷했다. 그동안 했던 조사결과와 새로 축적되는 것들을 바탕으로 기준을 책정하여 그것을 통과하는 점수를 받지 못하면 무조건 방영불가의 판정이 내려졌다. 정확한 인과관계를 따져보지는 못했지만 얼추 필자가 보기에 정교화된 사전테스트가 실시되고 엄격하게 적용이 된 이후 그 기업에서는 예전과 같이 화제가 되는 광고가 나오지 못했다. 그런 얘기를 외국 친구에게 했더니, 가장 큰 조사회사의 복잡한 사전테스트를 실시하는 기업치고 좋은 광고물을 내는 곳이 없다고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실로의 초대




        문영미 교수는 바로 위의 필자가 겪은 것과 같은 일을 사망률을 공개하기로 한 후 미국 병원들의 변화와, 여러 항목을 통해 대학을 평가한 사례를 들어 얘기한다. 그리고는 자동차를 제품 사례로 설명을 한 후 “여러분이 만약 중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설문조사를 활용해도 좋다. 하지만 ‘최고’가 되기를 원한다면, 설문조사에 집착하는 태도는 가급적 멀리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라며 “차별화란 불균형의 상황을 더욱 불균형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마무리 짓는다.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몇몇 마케팅 서적과 달리 문영미 교수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사건이나 사물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문 교수가 아들과의 아침 밥상머리 대화를 하다가, 혹은 TV의 카툰을 보다가 ‘이건 마케팅 사례를 풀어나갈 수 있는 좋은 단초인 걸’하며 눈을 빛냈을 소재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 단초를 가지고 문 교수는 학생들과 질의응답식 토의를 하며 학생들 스스로 그 작은 단초들이 마케팅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깨우치게 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문 교수의 하버드 경영대학원 강의실에 초대받아 앉아 있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읽기를 추천한다. 단숨에 읽어 내려가기 보다는 문 교소가 꺼낸 소재들과 제품 하나하나가 어떤 마케팅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 어떻게 연결되는지 함께 토론에 참석하기도 하고 책 중간중간의 삽화처럼 직접 그림도 그려보며 한 장씩 넘긴다면 더욱 맛있게 이 책을 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분류와 명명의 차별화




        광고나 제품의 컨셉을 잡는 사람들이 갖추고 중요시해야 할 세 가지 원칙을 필자는 자주 말한다. 첫째, ‘일상의 관찰’. 항상 모든 것을 관찰하며,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을 것들을 찾아본다. 둘째, ‘내면의 탐색’. 위의 발견과 갑작스런 현상에 대한 이유를 깊이 있게 캐고 생각해본다. 셋째, ‘관계의 발견’. 그렇게 탐색된 것들끼리 연결하여 보거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나 제품과의 의미를 따져본다. 문 교수는 필자가 정리한 위 세 단계를 커버하는 정석을 보여준다. 그에게 마지막 ‘관계의 발견’은 빼어난 분류 솜씨와 명명으로 빛을 발한다. 완성된 형태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가 ‘소비자의 선택권이 지나치게 넓어진 시장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 분류한 소비자 유형을 보자. 

        - 카테고리 전문가 : 브랜드 충성도는 낮으나, 카테고리 충성도가 높음

        - 기회주의자 : 특정브랜드에 집착하지 않으나, 카테고리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음.

        - 실용주의자 : 카테고리를 브랜드처럼 대함. 습관, 가격, 편리함 등 중요시.

        - 냉소주의자 : 마지못해 억지로 사용.  최단시간에 쇼핑을 끝내고 싶어 함.

        - 브랜드 로열리스트 : 특정 브랜드에 강한 애착을 보임.




        광고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한 마케팅 부문 종사자들이 소비자 분석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사용 브랜드별로 나눈다. 그 다음에 사용 행태를 가지고 나눈다. 그 둘을 서로 접목, 교차분석하여 소위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이란 것을 한다. 카테고리 전체에 대한 태도와 행태를 가지고 시도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카테고리란 것은 이미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교수는 카테고리와 브랜드와 사용행태의 세 가지를 함께 엮어 보다 넓고 정교하게 소비자를 분석할 수 있는 틀을 보여주었다. 이어 그는 기업이 내놓는 브랜드로 초점을 좁혀서 차별화에 성공한 브랜드를 ‘아이디어 브랜드’라 명명한 후 세 가지 종류로 나누어 보여 준다.




        -역 브랜드(reverse-positioned brand) : 소비자들의 기대나 카테고리의 관행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감. 포털들이 첫 화면에 될 수 있으면 많은 서비스를 담아 보여주려 했을 때, 로고와 검색창만 보이게 했던 구글이 대표적 사례로 나와 있다.

        - 일탈 브랜드(breakaway brand) :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개념을 제시하며 나타남. 가정용 로봇이 아닌 애완견으로 전략을 편 소니의 ‘아이보’와 기저귀가 아닌 팬티로 포지셔닝을 한 킴벌리의 ‘풀업스’ 등을 소개한다.

        - 적대 브랜드(hostile brand) : 단점을 거리낌 없이 나타내며 소비자를 적이 아니면 친구로 양분시킨다. 싫으면 떠나라는 태도.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사이즈가 작다고 강조했던 미니쿠퍼나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Love it or hate it)'을 버젓이 광고슬로건으로 썼던 빵에 발라먹는 고약한 맛의 마마이트가 그 아주 좋은 실례이다.




        정리하면 역 브랜드는 기존의 브랜드들이 핵심적인 기능이나 모습이라며 설정한 것과 기존 시장의 모든 이들이 따라 했던 것을 ‘제거’했다. 일탈 브랜드는 ‘변형’을 통하여 기존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인식을 갖도록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적대 브랜드는 소비자들을 ‘분열’하여, 일부분을 포기함으로써 차별화에 성공했다.




차별화로 이르는 계단(Stairway to Differentiation)




        마지막으로 문 교수는 미래 아이디어 브랜드의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조용하게 속삭이고, 제대로 실천하며, 인간적인 숨결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근래 우리를  동일화의 세계로 빠지게 만든 지나친 데이터 의존과 약점 보완하는 데만 급급했던 단기적 시각, 구두선으로만 떠든 것에 대한 준열한 꾸짖음으로 들렸다. 문 교수가 마지막 챕터의 부제에서 얘기했듯이 ‘차별화는 전술이 아니라 생각의 틀이다.’

        먼저 이 책을 읽었던 한 친구가 “너무 경영자 입장에서만 쓴 책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경영자들이 꼭 읽어야 하고, 그래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책임에는 틀림없다고 얘기했다. 그들이 전문가라는 자부심 아래 빠져 있던 기존관념을 흔들고, 소비자와 시장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마케터이자 소비자이다. ‘어떻게 팔 것인가?’ 그리고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의 방법을 깨칠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옛날에 즐겨 듣던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천국으로의 계단(Stairway to Heaven)'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책이야말로 ’차별화로 이르는 계단(Stairway to Differentiation)'이란 생각이 들었다. 레드 제플린의 원곡에서 특히 ‘계단은 속삭이는 바람 속에 있어요(Your stairway lies on the whispering wind)'란 가사 대목을 좋아한다. 천국에 이르는 계단이 물리적으로 실재하고, 올라가는 매뉴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결코 흥분하지 않고 속삭이는 듯하나 힘이 느껴지는 문영미 교수의 문장들 속에서 차별화에 이르는 계단을 독자들이 찾고,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부가적으로 이 책을 더욱 흥미 있게, 그리고 실감나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각 챕터로 들어가지 전에 부록에 실린 “아이디어 브랜드 사례연구”의 해당 챕터에 실린 사례들을 먼저 읽기 바란다. 문 교수가 왜 그런 사례를 선택했는지, 내용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수업 중 토론에서 어떤 말이 나왔을지 바로 하버드 교실의 수업에 참가한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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