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보울을 슈퍼보울답게 하라!

입력 2011-02-05 16:15 수정 2011-02-05 16:15


슈퍼보울을 슈퍼보울답게 하라!

 

미국 동부 시간으로 2월 6일 일요일 저녁에 열리는 미국의 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인 슈퍼보울은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고, 따라서 광고단가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벤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연초에 열리기 때문에 그 해의 광고 제작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당연히 한다하는 기업들이 광고를 싣고, 광고주와 광고대행사가 한 팀이 되어 다른 팀들과 맞대결을 펼치는 광고의 경연장이자 검투장이다. 어디서 연유한 데이터인지는 모르지만, 슈퍼보울 시청자 중 40% 이상이 경기보다는 광고에 더 관심을 두고 본다는 얘기가 나온 지 한참 되어 이제는 정설처럼 굳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슈퍼보울 이전에 본 광고들이 다시 슈퍼보울에 재탕된다면 광고를 제 1순위로 두고 슈퍼보울 중계에 채널을 맞춘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그런데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 몇 년 전부터 조짐이 보이기는 했는데, 올해는 유례없이 많은 기업들이 주로 SNS 채널을 이용하여 자신들이 슈퍼보울에 틀 광고를 먼저 알리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본 것은 지난 10년간 슈퍼보울에 가장 많은 광고를 방영해 왔고, 대부분 좋은 평점과 함께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던 미국 최대의 맥주회사인 버드와이저였다. 버드와이저는 15초 짜리 서부영화의 예고편과 같은 필름을 사용했다. 어느 술집의 문이 열리고 포스가 느껴지는 발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술집 안으로 들어오는 부츠를 잡으며 놀란 사람들의 얼굴과 교차시킨다. 그리고 자막이 뜬다. “2월 6일, 계속(To be continued, February 6, 2011)". 이어진 다른 한 편에서는 초원을 달려오는 버드와이저의 상징인 크라이스데일이 끄는 마차가 달리는 장면만 계속 나오다가 마지막에 역시 같은 자막이 뜬다. 술집으로 이미 들어선 악당과, 확실하지는 않지만 쉬지 않고 초원을 달려오는 정의의 사도를 싣고 오는 듯한 마차. 조전적인 서부영화의 대표적인 구성원 둘이 어떻게 부딪히고 그 결말은 어떻게 날 것인지 2월 6일의 슈퍼보울 본방이 기대되었다.

 

아우디에서는 3분여 되는 미니필름을 내보냈다. ‘럭셔리 감옥(Luxury Prison)'이라는 무대를 설정하여 코메디 형식으로 ’럭셔리‘라는 것을 새롭게 정의해 주겠다는 의지를 풍자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들 역시 2월 6일의 본방을 알리는 자막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연주자인 케니지(Kenny G)를 쓴 편에서는 ’럭셔리 감옥은 2011년 2월 6일에 케니지를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히 필요로 할 것이다(On February 6, 2011, Luxury prison will need Kenny G more than ever)'라는 식이었다.

 

버드와이저와 아우디 중 어느 것이 먼저 전파를 탔는지, 유튜브에 올라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버드와이저를 먼저 보았다. 그래서인지 아우디는 호화배역이 출연하고, 길이도 3분이나 되며, ‘럭셔리 감옥’이란 독특한 발상이 뛰어났지만, 슈퍼보울 본방에서의 광고에 대한 기대치는 버드와이저만큼 올라가지는 않았다. 이들 두 기업의 필름 이외에도, 예고편 뿐만 아니라 실제 슈퍼보울에 방영될 광고들이 유튜브나 각 기업의 페이스북을 통하여 공개되었고, 트위터를 통하여 마구 펴져나갔다. 몇몇 기업들은 아예 네트웍 TV에까지 예고편이나 축약판을 방영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본격적으로 내가 수퍼보울에 관심을 가진 것은 미국 주재를 시작하기 전에 장기출장 중이던 1999년부터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 나름 대대적인 광고캠페인을 계획하던 무렵이었다. 그 때도 그랬고, 지금으로부터 2~3년전 까지 슈퍼보울에 광고를 하는 기업들은 미디어와 다른 광고주 기업들과 슈퍼보울 경기중계 때까지 광고내용과 실제 계약가격을 둘러싼 보안전쟁을 펼친다. 가격은 대충 권역대가 설정되어 있어 화제가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대신 “짠‘하고 전파를 탈 때까지 광고내용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곤 했다. 광고대행사나 기업 쪽에서 한두 마디 흘러나온 것을 가지고 기자들은 모든 상상력을 발휘하여 내용을 꾸며서 기사화하곤 했다. 그런 것들이 특종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2~3년 전부터, SNS의 발달과 함께 모든 것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 ’짠‘하는 효과 대신 기업들은 최신의 매체를 이용한, 즉 SNS를 활용하여 버즈(Buzz)를 일으킨다는 미명하에 예고편 이상의 슈퍼보울에 틀 광고를 그대로 먼저 내보내고 있다. 2007년 이래 슈퍼보울 광고의 효과를 여러 가지로 실험하고 있는 켈로그경영대학원의 컬킨 교수와 다른 몇몇 교수의 의견을 종합하고, 나름대로 생각해보매 다음과 이유로 올해 이런 사전공개현상이 생긴 것 같다.

 

첫째, 버즈를 더욱 크게 일으킬 수 있다. 경기 중 한두 번 노출되는 것보다 1~2주를 두고 노출이 되니 그럴 수도 있겠다.

둘째, 효과를 보다 다양하게 수치화할 수 있다. 슈퍼보울 광고를 한 다음 효과라면 선호도 랭킹, 웹사이트로의 트래픽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렇게 페이스북으로 방문을 유도하고, 거기서 노출을 하며, 트위터로 리트윗할 것을 권장하고 하면 여러 가지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효과자료를 얻는다. 실제 얼마큼 ROI로 나타낼 수 있는가, 정당화할 수 있는가를 떠나 일단 더욱 많은 수치자료를 얻는 것만으로도 자금부분에 대해서 쓸 수 있는 무기가 생기는 꼴이다.

셋째, 슈퍼보울에서의 극심한 정면대결을 피할 수 있다. 최고의 심혈을 기울인 광고들끼리의 싸움에서 왠간하면 돋보이기 힘들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먼저 약간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무대를 사전에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기는 하지만 세 가지 이유와 목적을 충족시키기는 힘들 것 같다. 우선 너무나 많은 기업들이 사전 공개를 해버렸다. 행동 자체가 별로 특이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둘째, 여러 가지 수치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할 방법이 아직 없다. 어떤 식으로건 ROI와 연결시킨다고 하더라도 내년에 더 큰 족쇄로 작용할 염려가 크다. 셋째, 본방에서의 정면대력에서 돋보이지 않을 광고라면 아무리 사전에 많이 튼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거의 같다. 괜히 사전 방영 광고료만 더 지출한 셈이 된다.

 

무엇보다 슈퍼보울이라는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광고에 더 관심을 두고 시청한다고 하더라도, 그 광고는 치열한 승부의 중간 중간에 나옴으로써 의미가 있고 더욱 임팩트를 갖게 된다. 그리고 제대로 된 광고인이라면 그 슈퍼보울이 중계되는 분위기에 맞추어 광고물을 제작한다. 이들 티저이건 예고편이건 동일 광고물이건 사전작업을 한 슈퍼보울 광고 기업들이 어떤 성적을 올리는지 주목해 봐야겠다. ‘본방사수’가 앞으로의 슈퍼보울에도 필요하다는 게 현재 개인적인 생각이다.

 

※ 슈퍼보울 광고를 가지고 매년 졸문을 썼는데, 본 경기 이전에 쓰기는 처음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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