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와 같은 제목의 글을 4회에 걸쳐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다른 지면용으로 마련을 했다가, 예정이 바뀌어 조금 바꾸어서 여기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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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광고의 분류와 시대에 따른 변화

올해 5월 중순 브랜드회사를 경영하는 미국 친구와 함께 영국 런던에 출장을 갔다. 우리가 묶고 있던 역 주변의 버거킹에 걸린 '화난 와퍼(Angry Whopper)' 포스터를 보고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림1) 감옥에 갇힌 듯한 모습의 와퍼는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고, 빠져 나

올 듯한 기세이다. 온갖 매운 것들이 들어가 있는데, “당신은 이놈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Can you handle one?)"라는 카피가 자리 잡고 있다. ‘handle'이란 단어가 중복적인 의미로 쓰였다고 생각한다. 잔뜩 화가 난 와퍼를 ’제어‘하고 ’안정‘시키는 것도 되고, 어쨌든 아무리 화가 났어도, 곧 매워도 음식물이니까 먹어 치워버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정말 재미있는데,“ 미국 친구가 약간 비밀스런 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맥도날드는 계속 ‘행복(Happiness)'를 외치고 있는데, 버거킹은 저렇게 잔뜩 화가 나 있네.“ 나름 생각한 이유를 말해 주었다. ”맥도날드야 압도적인 1위로 사람들에게 변화할 필요 없다, 지금이 행복한 것이라고 얘기해야지. 버거킹은 훨씬 더 맛있는 자신의 와퍼가 그 오랜 세월 계속 2위에 머물고 있으니 화날 만도 한 것 아니야?“

그 두 기업이 과연 필자가 얘기한 이유로 ‘분노’와 ‘행복’을 표현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두 기업 모두 종류는 다르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感情)인 칠정(七情), 곧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에서도 가장 앞머리에 나오는 두 상반된 감정을 이용하여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여기서 감정과 감성이 함께 나오는데, 필자는 감성은 ‘자극을 받아 느끼는 행위나 능력’이란 사전의 정의에서 ‘자극’이란 ‘Input'에 더 무게를 둔다. 반면 감정은 ’느낌으로부터 갖게 되는 심리상태‘로 결과물로서 구분을 한다. 그러나 과정에서 감성과 감정은 서로 어우러져 구분이 모호해진다. 이 글에서는 두 가지를 묶어서 ’칠정‘을 주제나 소재로 활용하면서, 소비자들에게도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려한, 곧 감성을 자극하는 광고들을 넓은 의미의 감성광고로 규정하였다. 그 광고들을 칠정 각각에 따라 분류를 하였고, 시대별로 같은 감정도 어떤 식으로 표현이나 수용도가 달라졌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현재의 트렌드를 반영한 감성광고가 갖추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몇몇 사례와 함께 간단하게 제시하였다.

 
버거킹의 분노와 맥도날드의 행복

 

버거킹은 ‘화난 와퍼’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고객들이 스스로의 화를 발산하도록 유도한다. ‘분노의 전문(Angry gram)'이란 쪽지를 배포하여 분노의 대상과 행동을 적어 넣도록 하였다.(그림2) 내용을 보면, ’더 이상 못 참겠어. 네 XX한 행동 때문에 열불이 난다. 너의

OO에 이제 지쳤어. ㅁㅁ을 한번 해라, 이 등신아‘ 식으로 노골적으로 상대방을 욕하면서 평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적도록 하였다. 꼭 그 쪽지에 적어 넣은 대상에게 전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화를 진정시키고 스트레스를 푸는 효과는 있었을 것 같다.

이 ‘분노의 전문’을 통하여 버거킹의 분노는 개인 고객의 그것으로 전이된다. 여기서 버거킹을 칭찬할만한 요소들이 있다. 버거킹은 한국에서는 ‘내 방식대로 즐긴다’로 번역한 ‘Have It Your Way'란 슬로건으로부터 고객 하나하나의 개성에 호소하는 커뮤니케이션이나 마케팅 프로그램을 실시해 왔다. 인기 카툰인 ’The Simpsons'의 캐릭터로 개인을 변화시키는 프로그램이나 브라질의 어느 매장에서 포장지에 고객의 사진을 심어주어 화제가 되었던 것들이 대표적이다. ‘와퍼를 메뉴에서 없애버렸다’는 종업원의 말에 당황하고 화를 내는 고객들의 모습으로 광고를 만든 ‘Whopper Freakout' 캠페인은 고객 개개인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에 더하여, 없어진 것에 대한 ’분노‘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을 주목하고 싶다. 같은 상황을 맥도날드에 적용하여 ’Big Mac Freakout' 캠페인을 했다면, 아마도 빅맥이 없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더 부각시켰을 것 같다.

맥도날드에서 ‘96년에 방영한 당시 매우 화제가 되었던 광고이다.(그림3~6) 아기용 그네에 타고 있는 아기가 웃었다가 바로 울기를 반복한다. 보니까 그네가 앞으로 오면 웃고, 뒤로 가면 운다. 아기가 보는 창문을 보니 그네가 앞으로 오면 맥도날드의 로고가 보이고, 뒤로 가면 사라지는 것이었다. 함꼐 런던에 갔던 미국 친구의 말처럼 ’행복‘, ’기쁨‘을 상징하는 맥도날드라는 브랜드가 가장 잘 나타난 광고라고 필자는 평가한다.

버거킹과 달리 맥도날드의 행

복은 개인이 아니라 철저하게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바로 위의 광고에서 아기의 웃음은 개인으로서의 아기가 아니라 가족의 기쁨과 행복을 상징한다. 피에로인 ‘로날드(Ronald)'가 맥도날드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된 것은 그런 ’관계‘의 차원에서 보면 모순된 의미를 지닌다. 피에로는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을 부정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이다. 많은 어린이들에게 피에로는 2중적인 감정 반응을 자아낸다. 어린이에게도 놀림을 받는 약하고 우스꽝스런 존재로 그래서 웃음을 준다. 한편으로는 어린이 자신이 속한 사회, 곧 가정과 마을에서 자신을 빼내서 잡아갈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곧 가족과의 이별이란 슬픔까지 한 몸 속에 담고 있다. 그 언제 가족과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것이 현실화 되었을 때를 상정하는 슬픔이 우리 감정의, 그래서 당연히 우리 감성광고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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